'주택경기부양책'에 목말라하는 <매일신문>

지역 신문에 실린 '투기지역 해제' 보도 비평

등록 2004.08.30 23:35수정 2004.08.3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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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일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 주재로 '부동산 가격안정 심의위원회'를 열어 대구의 3곳을 포함 모두 7곳을 주택 투기지역에서 해제했습니다. 이로써 해제 지역은 8월25일 거래분부터 양도소득세가 실거래값이 아닌 기준시가로 낮춰 부과되게 되었습니다. "부동산 상승세가 꺾였다"는 것이 해제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투기지역를 해제한데다 지난 19일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시와 지방을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정부가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주택 경기를 살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튼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에서의 이상 징후

주식시장에서는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건설주들이 8월 들어 폭발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일부터 26일까지 건설업종지수는 23.9%나 급등해 12.6% 오른 종합주가지수 상승폭의 2배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승률은 거래소시장의 모든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것입니다.

또한 주택시장에서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투기과열지구가 곧 해제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주택업체가 신규아파트 분양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대구의 7천510가구를 포함해 해제 예정지로 거론되고 있는 부산, 광주, 울산광역시 등에서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올해 안에 3만8천여 가구의 신규 분양 물량을 쏟아낼 예정입니다.

현재의 주택시장, 과연 부양책을 써야 할 정도로 침체인가

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맷값은 올 들어 7월까지 0.8%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2001년 14.5%, 2002년에는 22.8%, 그리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몇 차례 시행되었던 2003년에도 10.3%올랐던 것에 비하면 아파트 값은 아직도 오른 가격 그대로인 셈입니다.


또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뱅크>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4년 6월까지 서울 아파트 한 채 평균 1억6천319만원이 올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 업체는 2004년 6월 현재 서울 아파트 값의 28.5%가 거품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한국은행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건설업체 부도수가 416개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건설업체 부도수인 435개보다 오히려 19개 더 적은 것입니다.


그럼 대구는 어떤가

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대구 아파트 매맷값은 올 들어 7월까지 0.5%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1년 16.9%, 2002년에는 13.0%, 그리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몇 차례 시행되었던 2003년에도 6.6%올랐던 것에 비하면 대구도 아파트 값이 상당히 오른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의 아파트 시세 통계에서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구의 경우 지난 2월20일 408만원 하던 아파트 매맷값 평당 시세가 8월20일에도 415만원으로 비슷하게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이 가격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5대 광역시 가운데 대전 다음으로 많이 오른 가격 그대로입니다. 지난해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대전이 평당 136만원 올랐고 다음으로 대구가 평당 64만원 올라 410만원이었습니다.

또 한국은행의 보도자료를 보면 올 들어 7월까지 대구의 건설업 부도업체수는 25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부도업체수 30개보다 오히려 적습니다.

주택 경기 부양책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 안 돼

그런데도 정부는 "부산과 대구, 광주 등을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자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새로 짓지 않고, 이러다 보니 하청업체들의 일감이 줄어드는 등 지역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분양권 전매 허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분양권 전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꾼들을 끌어들여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투기 억제책→부동산 시장 냉각→억제책 해제→투기 재연'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일련의 조처들은 2005년 하반기부터 사실상 전국을 주택거래 신고지역이나 주택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셈이 되는 '실거래값 신고 의무화' 방침과도 맞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고서야 어떻게 실거래값 신고를 정착시킬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또 설령 투기 자본으로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합시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입니다. 결국에는 집 값의 거품을 낳아서 지역 경제를 더 망치게만 할 것입니다.

이런 우려 때문이었을까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3일 "주택가격 안정 정책은 어떤 다른 정책적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최우선 과제로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습니다. 부동산정책 후퇴 조짐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보여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실제 정책에서 방향 선회의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노 대통령의 의지대로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택 투기지역 해제에 대해서 지역 신문은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영남일보>, 주택시장 안정에 무게

8월20일치 1면 <대구 투기지역 해제>란 3단 기사에서 "대구시 중·서구와 수성구가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됐다"는 사실과 "대구시는 조만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전망을 실었습니다.

8월23일5면
8월23일5면영남일보
8월23일치 5면 5단 기사 <'썰렁한 시장' 데우려면 멀었다>에서는 투기지역 해제 영향과 전망을 다루었는데 "지역의 부동산시장이 다소나마 활기를 찾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그러나 실질적인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한편에서는 전망하고 있다…이에 따라 부동산 거래가 실종된 대구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도록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조기에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경기 부양을 주장하는 내용이 앞부분에 실렸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분량으로 뒷부분에는 "지난해 부동산시장의 이상과열 현상은…1999년2월 분양권 전매 허용 및 분양가 규제 완화 (등) … 성장위주의 정책이 낳"았으며 "분양권 전매 허용과 분양가 규제 완화와 같이 5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시장을…어렵게 했"다는 부동산 정책의 후퇴를 반대하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또 같은 날 10면에는 <대구 투기과열지구도 해제 전망 "분양권 전매가능" 신규아파트 봇물>이란 기사가 실렸는데 "주택건설업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며 지역에서 아파트를 신규 분양할 업체들의 물량을 소개했습니다.

8월24일5면
8월24일5면영남일보
8월24일치 5면 4단 <"어떤 희생 치러도 집값만은 잡는다">란 기사에서는 지난 23일 노무현 대통령의 집값 관련 발언을 연합발로 크게 보도했습니다. <노대통령, 부동산 경기부양 논란에 쐐기>란 부제가 달린 이 기사는 "작년 10·29부동산대책의 기본 골격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주택가격안정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정부는 주택가격이 오르면 서민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주택보급률이 82%에 불과한 수도권의 주택난이 더 심각해져 결국에는 노사불안과 내수침체의 악순환이 거듭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이 투기지역에서 해제된 것으로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일신문>, "투기과열지구 해제도 서둘러야"

8월20일치 1면 탑 기사 <대구 '투기지역' 해제>에서 "대구 중·서·수성구 지역이 주택 투기지역에서 해제됐다"는 사실과 "또 대구시 전역에 걸쳐 지정된 주택 투기과열지구도 조만간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실었습니다.

8월20일8면
8월20일8면매일신문
그리고 같은 날 8면에는 <10개월간 재건축도 올스톱 해제해도 전매 횟수는 제한>이란 큰 기사가 실렸는데 <대구 투기과열지구 해제 어떻게 되나>란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의 내용은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해야 한다는 논리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전체 86줄로 이루어진 기사 가운데 64줄(74.4%)을 이것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분양권 전매 허용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단 8줄만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19일 건설교통부의 투기과열지구 일부 해제 방침에 대해 "건설업체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서 저마다 희색이 만면하다"는 업계의 표정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된 이 기사는 지난해 11월17일 대구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이후 … 투자자들이 가만히 앉아서 수천만 원의 재산손실을 입어야만 했"고 "특히 … 주택 및 건설 관련업종 대부분이 기진맥진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투기과열지구 해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분양권 전매를 일부만 허용해도 투자세력을 분양시장에 끌어들여 … 그동안 숨죽인 주택분양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것이며 "이에 따라 건설경기가 되살아나면서 … 고용이 창출되는 것은 물론 관련업종 호황을 가져와 소비를 촉진하는 등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구의 투기과열지구는 해제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8월21일치에는 3개의 관련 기사가 크게 실렸는데 1면 탑으로 실린 <불황 여파 세금이 안 걷힌다>에서는 "이는 부동산 경기의 위축으로 올해 입주 예정인 아파트 물량이 전년보다 줄고, 미분양 아파트도 계속 늘어난 때문(이다)"며 "대구시 지방세수의 41.1%를 차지하는 취득세와 등록세가 7월 말 현재…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나 감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같은 날 3면에는 통단 기사로 <실수요자 '꿈틀' 건설경기 '숨통' 기대>에서 투기지역 해제에 따른 "배경"과 "해제 기준" 그리고 "부동산 불안요인이 잠재"하고 있어 "부동산 정책 논란"이 있다는 것과 그래도 "주택안정 기조는 유지"한다는 정부의 태도를 비중 있게 다루었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인 흐름은 여전히 건설 경기 부양 쪽에 맞추어져 있는데, 이번의 투기지역 해제에 대해 "애초에 탁상행정으로 지역의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저지른 행정착오에 대해 정부 스스로가 뒤늦게라도 인정, 종전 상태로 돌려놓은 것으로 …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를 살리는데는 더할 나위 없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8월21일2면
8월21일2면매일신문
그리고 매일신문은 이 날치 사설 <투기지역 해제, 지역 경제 '숨통'>에서 그들의 태도를 좀더 분명히 했는데, "투기지역 해제는 심리적인 안정 효과는 노릴 수 있으나 경기부양책으로는 미흡하다"며 "가시적인 활성화 정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투기과열지구 해제도 서둘러야할 것이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경제는 심각한 수준이(어서)…부동산 경기를 통한 내수시장 회복은 시급한 국면이다"며 건설 경기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8월24일2면
8월24일2면매일신문
마지막으로 8월23일 노무현 대통령의 '집 값 안정'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고 오히려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설을 8월24일치에 실었습니다. <집 값까지 챙기는 대통령>이란 제목의 사설인데, "당연히 집 값 안정은 '건전 경제'의 기본이다"면서도 "주택경기가 내수 활성화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면 애써 이를 억제할 필요가 없(으며)…하나(집 값 안정)를 위해 몇 개가 희생된다면 그것은 올바른 경제정책이 아니다"며 주택시장 안정보다는 부양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의 집 값 안정 의지에 대해서도 "자칫 '시장 간섭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주택 투기지역 해제'를 둘러싼 논란에서 <영남일보>는 주택시장 안정에 무게를 두었던 반면 <매일신문>은 주택 경기 부양에 더 큰 무게를 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시근로자 주택 구입 더 어려워져

올해 들어 주택의 매맷값 상승률이 크게 둔화되었고, 전세값도 보합권 내지 하향 안정세에 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이후 나타난 아파트값 폭등의 피해는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서민들의 부담으로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실정입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뱅크>에 따르면 "도시근로자가 가계 흑자액을 전부 저축해 서울에서 25평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기간이 1998년에는 11년3개월 걸렸지만 2003년도에는 18년으로 늘어났다"며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국민을 투기판에 끌어들이고 장기적으로 국민 경제를 멍들게 하는 건설 경기 부양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주택정책을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던 거듭된 약속을 꼭 지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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