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내용의 일부.박성필
검토에 1장당 10만원 들기도
또 다른 고3수험생 B양(18)의 경우는 보다 심각한 경우다. B양은 강남에서 활동하는 학원강사로부터 A4용지 1매당 10만원을 지불하고 '자기소개서'를 검토 받은 경우이다. B양(18)은 "잘 쓸 자신도 없고, 자기소개서 쓰는 데에만 서너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시간도 아까웠다"고 밝힌 뒤, "어머니가 '강남에서 자기소개서를 검토해주는 강사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터라 대충 작성하고 그 강사로부터 검토를 받았다"고 말했다.
B양(18)과 그 어머니 이아무개(45)씨에 따르면 강남 일대에서 활동하는 일부 학원강사들이 수시모집 기간을 맞아 '자기소개서'를 전문적으로 봐주고 있다는 것. 이아무개씨는 "아이들이 자기소개서를 대충 써주면, 엄마들이 그것을 학원 강사들에게 가져간다. 그러면 강사들은 고쳐야 할 부분과 보충해야 할 내용을 지적해 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것을 토대로 조금만 수정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강남 일대에 여러 명의 학원 강사들이 수시모집에 응시하는 고3수험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전문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시모집 원서접수 기간을 맞아 많은 수험생이나 그 가족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합격을 좌우할 수도 있는 서류인데, 돈 몇 십만원이 아깝겠느냐?"고 반문한다. "강사가 직접 자기소개서를 써 주는 것은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씨는 ”그렇게 하지는 않더라"며 "학생들이 작성해가면 수정하고, 보충해주는 정도"라고 답했다.
전문적으로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학원강사는 인터뷰 요청에 "바빠서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한 입시학원 강사는 “전문적으로 자기소개서 검토만 맡는 강사가 있다기보다는 주로 언어과목 강사가 많이 돕고 있다”며 “자기소개서 검토를 맡길 정도의 학생은 이미 학원이나 과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학원이나 과외 선생에게 별도의 대가 없이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학생이 대필 등 타인 도움 받아…대학 “알고 있다”
지난 6일 수시모집에 원서접수를 마친 A양과 B양은 모두 현재 강북에 거주하며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특히 두 학생의 경우를 살펴볼 때 이미 일정규모 이상의 수시모집 관련'시장'이 강북지역에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두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의 수시모집 수험생들 중 대다수는 '자기소개서'를 교사나 친척들이 대신 써 주었거나, 학교 교사나 학원 강사들로부터 첨삭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A양에 따르면, A양의 학급 정원 30명 중 이번 수시2학기에 응시한 인원은 총10명이다. 이들 10명 중 A양을 포함한 3명은 과외교사나 가까운 친척이 '자기소개서' 전문을 대필해 줬다. 또, 1명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학원강사에게 고액의 사례비를 지불하고 초안 검토에 도움을 받았다.
나머지 6명은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의 초고를 작성하고, 학교 교사들이 최종작성을 도왔다. 결국 이 학급에서 수시2학기에 응시한 인원 10명 중 '자기소개서' 내용 전문을 스스로 작성한 학생은 단 한명도 없는 셈.
이에 대해 대학관계자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연세대학교 입학관리처의 한 관계자는 "입시에서 이러한 평가항목이 생긴 지 벌써 6-7년째라 '자기소개서' 대필과 같은 문제는 이미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기소개서와 추천서의 경우, 학생을 신뢰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문체와 학생에게 유리한 내용의 문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표현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자기 스스로의 표현이 더 중요하다"며 "'자기소개서'의 패턴을 보면 대필인지 아닌지 드러나, 면접절차에서 사실관계를 확인 가능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