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서울복지재단에는 리콜이 필요합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복지재단 대표 이사 인사 재고해야

등록 2004.09.08 22:37수정 2004.09.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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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시장님.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시장님이 요즘 골치 아파하는 일 중의 하나인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중 한 사람입니다. 참고로 저는 서울복지재단의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지방의 사회복지사임을 밝힙니다.

저는 당신이 시장이기 이전에 훌륭한 기업가요, 경영인이었으며 최고 경영자라 일컫는 'CEO'의 전형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저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다시 말해 말이 통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 글을 씁니다.

지난 9월 7일은 사회복지의 날이었습니다. 사회복지사들에게 이 날은 생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비까지 내린 자신의 생일날에 사회복지사 3천여명은 서울역 광장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외침을 계속 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이명박 시장님이 더 잘 아실 겁니다.

박미석 교수의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 임명을 철회해 주십시오.

이 시장님이 경영인이었기 때문에 '리콜'의 의미를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석달이 넘도록 사태는 긍정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히 경영인 출신인 시장님께 리콜이라는 단어에 대해 예화 하나를 들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무례하다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적어도 배운 것을 실제로 행하고 실천할 줄 아는 점에서는 제가 시장님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리콜(Recall)이라고 하면, 물품이나 용역의 결함 때문에 소비자의 생명, 신체상의 안전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 상품의 제조사(수입자)나 유통업자가 해당 물품을 수거하여 교환, 환불, 수리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약 석달 전에 차 한 대를 샀습니다. 아버지가 장애인이 되셔서 거동이 불편해지신 이후로 아버지의 이동을 돕기 위해 박봉에도 불구하고 차를 장기 할부로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인가 판매했던 대리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새 차 부속품 중 부품 하나에 하자가 확인되어 리콜을 해야 한다고요. 가까운 서비스 센터에서 리콜을 하라고 일러 주더군요.


그런데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워낙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직업이기에 잠시도 짬을 내지 못하고 차를 그대로 타고 다녔습니다. 이틀 후 다시 판매점에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제발 리콜 좀 해 달라고 하더군요.

소비자가 리콜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타는 차에 이상이 나타난 것도 아닌데 판매점 직원은 이틀에 한 번씩 전화로, 문자로 저에게 계속 리콜을 부탁드린다고 연락했습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그 차는 지금까지 이상이 없습니다. 아직 부속도 교체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기업은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면서 최대의 이윤을 중시합니다. 때문에 제품에 이상이 없을 때는 그냥 넘어가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리콜 요청을 했을 때 산 지도 얼마 안된 새 차에 리콜을 하라고 한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찜짐하지요. 다른 것도 의심가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소비자 쪽도 아니고 기업 쪽에서 제발 리콜을 해달라고 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한두번 거는 것도 족한데 이틀에 한번씩 친절하게 전화해 주는 그 직원이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그 차를 만든 기업에 대한 믿음도 생겼습니다.

이 일을 지금 서울복지재단 사태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어떤 제작자가 서울복지재단이라는 아주 좋은 승용차를 만들었습니다. 그 안에는 '복지'에 관련된 부속을 다 넣었구요. 문제는 조향장치(핸들) 부속이 '가정'이라는 부속이었습니다.

이 '가정'이라는 부속은 서울복지재단이라는 차에는 맞지 않는 규격이었습니다. 단지 조향장치(핸들)라는 역할을 한다는 것 이외에는 서울복지재단이라는 차량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향장치이고 운전을 하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그대로 출고했습니다.

하지만 서울복지재단 차량의 예고된 결함은 바로 코너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서울복지재단의 핸들은 원래 크기 때문에 넓고 안전하게 코너링이 되는데 현재 장착된 핸들은 차량의 크기로 볼 때 코너링 자체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그 차에 대해 리콜하기를 요구했습니다. 좀더 큰 조향장치로 말입니다.

하지만 차를 만든 제작자는

"똑같은 조향장치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나는 그 조향장치에 대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우수하다고 추천받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바꾸라는 대로 바꾸면 그건 차를 만든 사람의 기술을 폄하하는 것이다."
"차를 제작하는 것은 차를 제작하는 사람만의 고유 권한이다."
"설령 이상이 있다 해도 운전하는 사람이 조심해서 운전하면 될 것 아닌가?"

라는 논리를 폅니다.

분명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운전을 하다 보면 분명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고하고 있습니다. 제작자는 자사의 이미지를 고려해 새롭게 만든 차가 문제가 있다는 점과 이를 수정하게 되면 앞으로의 신뢰도와 권위가 떨어지게 되어 더 큰 일이다라는 생각에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옳은지 다음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자사 제품에 결함이 생겼을 때 기업은 가장 먼저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요?

바로 '고객의 마음'입니다. 고객은 분명히 화가 날 것이고, 구매한 제품에 대해 불만이 극에 달할 것입니다. 이때, 이러한 불만을 잠재우고, 다시 만족을 되찾아 주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절대 그 기업의 제품은 구매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그 불만을 토로해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퍼뜨릴 것이 분명합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불만족 고객을 만족시켰을 때, 그 만족도와 긍정적인 효과는 만족 고객보다 더 크다고 합니다.

어떤 기업의 경우는 제품의 결함을 숨기고, 이를 조용히 무마하는 눈속임을 쓰기도 합니다. 이는 언젠가는 들통나게 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속인 것 때문에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시장님. 사회복지라는 영역은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돕는 영역이 아닙니다. 돈으로만 해결되는 일도 아닙니다. 바로 인간의 욕구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영역이며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정성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그런데 단지 가정학이라는 영역을 전공한 인사가 '여성, 가족, 노인 등과 부합한다'는 심정적 이유로 그보다 더 포괄적인 영역인 복지의 여러 전문가를 제치고 복지의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서울복지재단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 가지 않는 인사입니다.

서울시의 인사는 시장님의 권한입니다. 하지만 그 인사도 사람이 하는 것이니 가끔은 잘못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 사람의 조언이 필요하며 그 방법 중 하나가 다수의 의견을 존주하는 것입니다. 그게 민주주의 아닌가요?

시장님은 서울시장이 되기 전에 훌륭한 경영인으로 인정 받았습니다. 경영인은 이성적이고 날카로운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이명박 서울시장님은 그것을 갖추고 있는 분입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그러한 사실을 의심하게 합니다.

훌륭한 리더는 인사를 잘 활용합니다. 부디 서울복지재단 인사를 거두어 주십시오. 그리고 진정으로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배치해 주십시오. 현 서울복지재단 대표 이사는 불량이라기보다는 규격에 맞지 않은 부속품이라고 여겨집니다. 규격이 맞는 부속이라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이는 그 분의 전공이나 학문에 대해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명박 시장님, 서울복지재단 대표 이사 인사의 리콜을 부탁드립니다. 리콜은 시장님의 리더십을 다시 한번 보여 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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