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115

폭동

등록 2004.09.10 17:42수정 2004.09.1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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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하지만 목숨을 내 놓아야 하는 일이지 않소?"

"사람이 많이 모이면 못 할 일도 아니지요."


박충준은 그 말을 던져 놓고서는 슬쩍 자리를 떠났고 어느덧 쌀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점점 더 불어났다.

"아, 그래 꼭 쌀이 아니면 강을 못 건너 주겠다는 것이오? 값을 두 배로 쳐준다고 하지 않았소?"

나루터에서는 키 작은 사내와 콧수염 땡추가 뱃사공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소문도 못 들었나. 돈이나 베가 있다 한들 씹어먹지도 못하는 데 무슨 쓸모가 있겠소? 많이도 필요 없으니 머리 당 한 홉씩만 쌀을 내어주면 되오. 앞서 강을 건너간 사람들은 전부 그렇게 했는데 쌀을 구할 사람까지 보내 놓고서는 무슨 잔소리가 그리 많으시오?"

키 작은 사내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이럴 때 일승이 형님이 있었다면 옛날 그때처럼 저 놈들의 기를 꺾어 버리고 배를 몰고 가련만. 그런데 쌀 구하러 간 놈은 왜 이리 안 오는 거야?"

한쪽에는 사내 두 명이 탈을 씌워놓고 묶은 손은 긴 천으로 감추어 놓은 백위길을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물어보면 흉한 병에 걸려 얼굴을 드러내기 어렵기에 그리 해놓았노라고 둘러대었다.


"이제 다 왔는데 대체 백포교님은 어디 있는 게야?"

숨을 헐떡이며 나루터에 당도한 개똥이와 박팔득 형제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기 탈바가지를 쓰고 사람들에게 잡혀있는 이가 수상하지 않은가?"

생각해 보고 자시고 할 때가 아닌지라 개똥이도 이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가서 탈을 벗겨봐야겠습니다. 아저씨들께서 주의를 끌어주십시오."

박팔득 형제는 개똥이의 말을 듣자마자 미리 준비라도 한 듯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나루터로 향했다.

"배꽃일세 배꽃일세 큰애기나 얼굴이 배꽃일세 / 얼씨구나도 야라야라 절씨구나도 켕마켕차 / 얼싸 좋다 지화자 멋이 들어 오누나 / 둥기당기 당기당기 당다라꿍이야 / 요 내 손은 문고린지 // 이 사람도 잡아 보고 저 사람도 잡아 보는구나 / 얼씨구나도 야라야라 절씨구나도 켕마켕차 / 얼싸 좋다 지화자 멋이 들어 오누나 / 둥기당기 당기당기 당다라꿍이야."

나루터에 있는 사람들은 느닷없는 노래 소리에 덩실덩실 어깨춤으로 장단을 맞춰주며 다가오는 박팔득 형제를 바라보았다. 그사이 옆으로 돌아간 개똥이는 재빨리 탈을 벗겨 내었다.

"맞습니다!"

백위길을 잡고 있던 사내들은 놀라 개똥이를 치려 했지만 재빨리 달려온 박팔득의 발길질이 더 빨랐다.

"조심하시오!"

개똥이는 대롱을 입에 문 키 작은 사내 쪽으로 백위길을 잡고 있던 사내를 떠밀었다. 작은 침이 사내의 이마에 꽂혔고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에라!"

박팔득의 아우는 품속에서 단도를 꺼내어 키 작은 사내에게 던졌다. 단도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키 작은 사내의 가슴에 꽂혔다.

"사승 형님!"

콧수염 땡추는 쓰러지는 키 작은 사내를 보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칼을 뽑더니 아직 묶인 것을 풀지 못한 백위길을 힘차게 찔러갔다.

"앗!"

약간 떨어져 있어 손을 쓸 수 없던 박팔득 형제는 깜짝 놀라 소리쳤고 그 순간 어디선가 돌이 날아와 콧수염 땡추의 이마에 적중했다. 콧수염 땡추는 비명을 지르며 칼을 놓치고 이마를 감싸 쥐었고 그 틈에 박팔득은 콧수염 땡추를 덮쳐 한 주먹에 때려 뉘였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소! 그런데 대체 누가?"

박팔득이 돌아보니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애향이와 손에 돌을 들고 있는 막순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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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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