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국제검사협회 서울총회 폐막식이 끝나자마자 일부 언론을 통해 경복궁 만찬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한 인터넷매체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예상했던 일이다. 그러나 법적 대응을 논하기에 앞서 대검은 과연 자신들의 행동에 문제가 없었는지 되짚어 봐야 하겠다.
대검은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최소한의 화기를 사용했고 문화재청과 사전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화재청 공문과 관계자의 증언은 이와 다르다. "대검찰청이 화기 사용에 대해서 사전협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복궁 보호는 국익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문화재 홍보와 위험 지역을 여행하는 국민의 안전을 고려한 국익을 위한 행사였다고 대검은 주장하고 있다. 좋은 취지다. 그렇다면 국보급 문화재 보호는 국익을 위한 행동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경복궁 만찬을 비판적 관점에서 최초로 보도한 곳은 문화재방송국이다. 문화재방송국은 문화유산 보존과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전문 방송국을 표방하고 언론활동을 하는 매체다. 문화재방송국은 파주 민통선 북방 스토리 사격장 문화재 촬영 등으로 뒤틀린 우리 문화유산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언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매체의 한 관계자는 전직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 관계자로 문화재 방면에 정통한 인사다. 경복궁 만찬을 보도한 기자 역시 역사학과 교사 출신으로 문화재에 대한 사랑을 언론 방면에서 실천하고자 인터넷언론에 뛰어든 젊은 언론인이다.
따라서 이들이 극히 낮은 인식과 수준으로 경복궁 경회루 앞에서 벌어진 국제검사협회 총회 만찬을 보도했을 까닭이 없다. 문화재방송국 측은 "문화재에 대한 보존과 투자, 활성화 등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문화재 예산만 보더라도 국가의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저열한 인식이 문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한미군의 스토리 사격장 문화재 훼손, 중국의 동북아공정으로 인한 고구려사 왜곡 등으로 국가 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빚어진 대검의 적절하지 못했던 경회루 만찬 행사 진행에 경종을 울리고자 당시 만찬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단순한 조직도 아니고 막강한 힘을 지닌 대검찰청이 주최한 행사를 비판적으로 보도하면서 기본적인 팩트와 문화재 법 보호 규정 등을 확인하지 않았겠는가?
만찬 현장에서는 분명 화기가 동원됐다. 그것도 프로판 가스를 이용해 음식을 데우고 등심요리도 대접했다. 만찬회에 참석했던 극히 일부 손님들은 과다한 음주로 비틀거리기까지 했다고 문화재방송국 측은 전했다.
문화재방송국이 확인한 결과 현장 주변에는 화재에 대비한 소방차나 물차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주최 측은 경회루 건물에서 50m 떨어진 잔디 밭에서 만찬을 진행했다고 하나 화재라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그런데 문화재방송국 기자와 당시 현장에 동행한 문화단체 대표의 시각에는 찬란한 문화유산이 이글거리는 화기 앞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노출된 것으로 보였을 수 있다. 응당 비판적 관점에서 이 행사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문화단체의 대표는 수년간 궁궐에서 열리는 정부의 국제행사를 모니터하면서 문화재 훼손에 대비해 이런 행사 자체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인사다. 문화재청이 검찰청장 앞으로 보낸 공문에는 시민단체나 언론의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을 '유의사항'으로 제시했다.
이런데도 대검 관계자들은 경복궁 만찬 보도로 인해 자신들의 명예가 실추당하고, 총회 진행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만 주장하고 있다. 1년이나 되는 기간을 공들여 준비해 왔으니 이런 볼멘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그 노력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인터넷기자협회도 의견 발표를 행사가 끝나는 10일 오후로 늦춘 것이다.
그러나 각인해야 할 점이 있다. 경회루 등 경복궁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화유산은 1년을 준비해 만든 것이 아니다. 수백년, 수천년 동안 한민족의 얼과 문화가 서리고 쌓여 형성된 보고다.
이렇듯 문화유산보존과 국민의 공감대 속에서 좋게 활용하고자 했다면 더욱 넓고 긴 안목에서, 문화재방송국과 문화단체 인사의 비판적인 시각에 검찰이 행여 놓치거나 잘못한 지점은 없는지 겸허하게 반성해야 하는 법이다.
옛날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이 있다.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 잘못을 지적한 사람을 더욱 큰 목소리로 비난한다면 검찰의 권위가 설리 만무하다. 대검은 경복궁 만찬 논란에 대해 강도 높은 법적 대응을 논하기에 앞서 행사 진행 과정에서 빚어진 잘못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
작은 언론사에 대검이 10차례 이상 전화를 했다면
기자는 이번 논란을 짚어보면서 대검 관계자와 문화재방송국 등의 주장을 확인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 비교적 노력했다. 기자가 활동하는 인터넷기자협회의 주장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대검 관계자들과 9, 10일 이틀 동안 장시간을 전화로 대화했다. 물론 문화재청 관계자에게도 사실을 확인했다.
대검은 문화재방송국측이 잘못을 인정해 정정 보도를 했다고 하지만 문화재방송국 측의 주장은 다르다. "대검이 기사 삭제와 방송 테이프 회수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 두 차례가 아니라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10여 차례 이상 전화를 했다면 아무리 큰 언론사라도 압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문화재방송국은 큰 방송사가 아니라 전문적이지만 아직은 작은 인터넷언론사에 불과하다.
이런 인터넷언론사에 강력한 법적 대응을 속내에 담은 전화통화가 언론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대검은 진행 중인 총회에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도록 취한 조치라고 하지만 왜 언론중재위 제소나 그 이후의 법적 대응 등 제도적인 대응 절차를 외면한 채 10여 차례 넘게 전화를 걸어 '테이프 회수'와 같은 요구와 불만을 드러냈는지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들은 "압력이 아니다", "잘못된 기사 수정을 요구한 것이다", "기사가 문제 있으니 당연히 방송 테이프도 회수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얼마 전 청와대의 한 비서관도 부스설치 비용과 관련 기업체에 전화를 걸었다고 보도한 인터넷매체의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사실로 드러나 망신을 당했다. 대검이 압력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압력이 아닌' 증거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특히 대검이 주장하는 '무엇이 왜곡보도'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만찬 행사에서 문화재청이 금지한 인화물질이 사용됐고, 소방차도 배치되지 않았다고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문화재청이 밝혔다고 한다.
기자가 확인한 영상 화면에서도 대량의 음식과 술을 동원했음이 확인됐다. 또 일부는 술에 취했다고도 하니 취한 가운데 인화물질을 잘못 건드리거나 사고가 발생해 화재로 번지지 않을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국제검사협회 총회 경복궁 만찬으로 다시 한번 우리의 소중한 궁궐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검은 명예가 실추되고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고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차제에 국가 전반적으로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과 보존, 활용에 대한 실태를 재점검하고 법적, 제도적 정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때마침 유홍준 신임 문화재청장도 10일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복궁 연회장 사용과 관련 "워낙 여론이 비등해 다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보도한 문화재방송국의 보도의 핵심도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에 대한 국가기관, 사회 전반을 인식을 드높이자는 취지였다.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 한 그루에 매달려 자신들에게 가해진 비판적인 보도로 명예를 실추당하고,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대검 관계자들의 냉철한 이성적인 대응을 기대한다.
인터넷기자협회는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이번 경복궁 만찬의 전모와 문화재방송국에 가한 대검 관계자들의 압력성 전화에 대해 진상을 밝힐 것을 10일 오후 성명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대검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유심히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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