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의 개암사도 운치 있어요

변산반도 기행(9) 내소사도 좋지만 개암사도 가보세요

등록 2004.09.13 12:15수정 2004.09.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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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에서 가장 유명한 절은 역시 내소사이다. 하지만 내소사뿐만 아니라 개암사도 운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개암사는 가는 길도 멋있고 절 또한 색다른 매력이 있다.

개암사 역시 변산반도의 숨은 비경, 내변산에 있다. 부안 읍내에서 23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안내판을 보고 우회전하면 된다. 이 근방에는 대나무가 많이 자라고 월정 약수가 있어 물이 좋다. 그래서 개암 죽염이 많이 생산되고 유명하다.


개암사 가는 길에 우금산성 혹은 주류산성이라고 부르는 산성이 산꼭대기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산성은 개암사 뒷산인 울금 바위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이다.

이 산성은 백제 의자왕이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후 복신 장군과 도침 스님이 의자왕의 넷째 아들 부여풍을 왕으로 옹립하고 마지막 항전을 펼쳤던 곳이라고 한다. 동쪽에는 원효대사가 도를 닦았다고 전해지는 원효방이 있다.

백제 부흥 운동은 실패로 돌아가고 그 서글픈 역사만이 남아 커다란 바위와 함께 산을 지키고 있다. 우금산성은 개암사 가는 길에 보이는 커다란 산바위(울금바위)를 자세히 쳐다보면 볼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은 잘 닦여 있지 않아 힘든 편이고, 산 아래에서 조망할 수밖에 없다.

개암사는 이 울금바위가 바로 뒤에 지키고 서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입구에 올라서면 확 트인 전경에 대웅전이 산 밑에 위치하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다. 내소사가 산 안에 포옥 감싸 안긴 형상이라면, 개암사는 산이 뒤에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을 띠고 있다. 그래서인지 훨씬 시원하고 멋들어진 모습을 느낄 수 있다.

a 울산 바위 밑에 자리잡은 개암사의 전경.

울산 바위 밑에 자리잡은 개암사의 전경. ⓒ 강지이

구석구석 감상하는 시간은 별로 길지 않지만 시원한 뒷산을 배경으로 하여 처마 끝에 걸린 풍경을 가만가만 바라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입구에는 계곡이 있어 여름에 가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기에 적합하다. 사람들도 많지 않고 나무 그늘이 적당히 우거져 있다.


개암사의 대웅전은 백제 무왕 때 지어졌다가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재건하였다. 규모는 작은 편인데 기둥의 크기가 굵어 안정감을 주는 구조다. 뒤의 울산 바위와 어우러져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 편이다.

변산반도 기행의 마지막 이야기를 개암사로 마무리하면서 이곳에 대한 못 다한 이야기를 접으려고 한다. 그 나머지 못 다한 이야기들은 변산반도를 방문하는 다른 이의 몫일 것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또 다른 이가 나와는 다른 시선으로 우리 문화유산과 자연을 이야기해 준다면 더욱 좋겠다.


그 이야기들 속에 온갖 간척 사업과 핵 폐기장과 관련한 개발 문제로 찌들어 있는 변산반도가 그 생명력을 되찾고 살아나면 더욱더 좋지 않을까? 그리고 상업화된 관광 시설로 가득 찬 관광지가 아닌 역사와 문화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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