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내세우는 조중동, 국보법 폐지 반대는 모순"

[토론회] 국가보안법 관련 언론보도, 이대로 좋은가

등록 2004.09.14 20:18수정 2004.09.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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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황 광운대 신방과 교수
주동황 광운대 신방과 교수오마이뉴스 김태형
일부 보수신문들의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보도행태를 지적하는 토론회가 14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열렸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주동황 교수(광운대 신방과)는 "그렇게 언론·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정작 이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주 교수는 "국보법에 규정된 찬양·고무·이적 표현물 등은 모두 국가가 언론을 간섭하고 통제할 수 있는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며 "보수신문들은 그동안 국보법에 의해 언론자유가 침해된 사례에 대해서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보수신문들의 침묵에 대해 주 교수는 우선 '언론의 정체성'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주 교수는 "언론이 언론으로서 국보법 문제에 대한 일정한 시각을 가져야 국보법에 담긴 위헌 소지와 기본권 침해 부분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손석춘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주 교수의 지적에 동의를 표하며, 지난 9일 국보법 폐지 결사반대에 나선 보수인사들을 사회 '원로'로 추켜세웠던 일부 보수신문의 보도태도를 문제 삼았다. 손 위원은 "보수인사들의 국보법 폐지 결사반대를 보도하는 수구신문들의 보도 태도를 보면 한국 언론이 점점 더 천박하게 타락해 가고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해당 보도를 언급했다.

손 위원은 "9일 결사반대에 나선 보수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이 바로 한국 언론사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어온 80년대 언론인 대량해직, 언론사 통폐합, 보도 지침 등 세가지 사건의 주역"이라며 "어떻게 언론 스스로 이 사건과 관련된 자들까지 모두 '원로'라고 보도하고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손 위원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한국 언론의 타락을 구원해낼 수 있을지 회의가 들 정도"라며 "이런 수구언론의 보도태도는 당장 국보법 문제 등의 초점을 흐릴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자기 개혁을 강요당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보법을 둘러싼 보수신문의 이런 보도 태도 배경에 대해 손 위원은 "언론사 내부에서 사주 권력이 강화되어온 흐름과 밀접하게 연관됐다"며 "이런 수구언론의 모습이 언론개혁의 정당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언련 주최로 14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관련 언론보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민언련 주최로 14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관련 언론보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오마이뉴스 김태형
이날 발제를 맡은 이정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국보법 관련 신문 보도를 분석한 자료를 통해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은 국보법을 둘러싼 다양한 갈등을 부각시키기만 하고 대안제시에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보수신문들은 국보법 폐지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논리적 빈곤과 비약도 서슴치 않고 있다"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공안검사의 주장을 빌려 국보법 악용 사례가 없다는 단정적 주장을 기사화 한" <조선일보> 9월 9일자 기사(국보법 운용 정권에 달려… "90년대 이후 악용 없다")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명순 민언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미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용도폐기 사형선고를 받은 국가보안법이 이 땅을 떠나지 못하고 구천에서 맴돌고 있다"며 "피에 굶주린 아귀가 되어버린 국가보안법을 붙들고 있는 보수신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최근 정세를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현 KBS <시사투나잇> 선임PD는 한나라당의 출입거부 조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혀 많은 관심을 끌었다.(상자기사 참조)

"우리가 편파? 방송은 기획의도도 못 갖나"
김현 KBS <시사투나잇> 선임PD, 한나라당 취재거부에 공식입장 밝혀

▲ 김현 KBS <시사투나잇> 선임PD
ⓒ오마이뉴스 김태형
김현 KBS <시사투나잇> 선임PD는 최근 국보법 폐지 논란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밝힌 취재거부 방침에 대해 "<시사투나잇>은 어떤 경우에도 지난 일주일동안 한쪽만의 의견을 전달한 적이 없다"며 "우리 프로그램이 정부·여당에 편파적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 PD는 "<시사투나잇>은 노 대통령 발언 이전부터 국보법이 지닌 문제점을 꾸준히 다뤄왔다"고 밝히고 "시청자와 함께 국보법이 지닌 문제점을 공유하는 게 편파라고 한다면 방송은 기획의도조차 가지지 말라는 것인지 한나라당에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김 PD는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한나라당의 취재거부 행동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정당 국고보조금을 받는 공당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인지 의문"이라며 "우리 취재진뿐만 아니라 어떤 유권자·시청자·시민들도 한나라당을 찾아가서 물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KBS에 대한 국정감사와 관련, 김 PD는 "국정감사 기간에 이런 것을 이용해 공영방송을 정략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그런 부분은 궁극적으로 국민과 시청자가 판단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은 한나라당의 KBS <시사투나잇> 취재거부에 대한 김 PD의 발언 요약문이다.

"최근 국보법 관련해서 보도가 많긴 했지만 그 전에도 국보법 관해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적절하게 반영해 왔다. 대법원과 국보법에 관한 부분도 합리적 이성과 상식적 잣대로 대법원 판례가 가졌던 그동안의 자기모순을 프로그램을 통해 지적한 것이다. 그것도 대통령의 발언 이전이었다.

한나라당에서 취재거부를 하면서 <시사투나잇>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점에 대해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지난 일주일동안 한쪽만의 의견을 전달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의 주장도 매일 정확하게 반영했다. 단 대법원 판례의 자기모순, 형법 대체 가능성, 국보법 제정 과정의 모순들 등을 다뤘는데, 이는 국보법 개폐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보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시청자와 함께 공유하고자 한 것이다.

이것을 편파라고 주장한다면 방송은 기본적인 아이템을 선택하는 기획의도조차 가지지 말라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지난해에도 KBS는 <한국사회를 말한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국보법의 비현실성, 인권침해 소지,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침해 등에 대해 수차례 보도한 바 있다. 한나라당이 최근 보도만을 가지고 정부·여당에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정부·여당과 관련해서도 프로그램 아이템에 따라서는 정부·여당에 부담되거나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도 많았다. 특히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신기남 전 의장 사건 때에도 어느 매체보다 신 전 의장의 거짓말 부분에 대해서는 아프게 지적해왔다.

한나라당이 취재 거부를 한 것은 상당 부분 오해가 있다고 본다. 그런 오해가 있다면 적절한 계기에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국정감사 기간에 이런 것을 이용해 공영방송을 정략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그런 부분은 궁극적으로 국민과 시청자가 판단할 것이다.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이런 취재거부 행동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이 정당 국고보조금을 받는 공당으로서 당사에 특정 취재진이 못 들어오게 하는 결정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국회라는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국회의원들에게 우리 취재진뿐만 아니라 어떤 유권자·시청자·시민들도 찾아가서 물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취재거부는 조만간 자연스러운 원래 위치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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