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전은 학벌강화· 재생산 도구에 불과"

18일까지 고려대 일대에서 '안티고연전 ' 열려

등록 2004.09.18 02:48수정 2004.09.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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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연고전 가판
안티연고전 가판박수호
17일부터 이틀간 잠실운동장과 목동 아이스링크 일대에서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가 함께 하는 '2004 정기연고전'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연고전이 상업주의를 경계하고 다양한 내용을 담아 낼 수 있는 문화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안티 연고전'.

올해로 3회째인 안티연고전은 매년 응원단과 몇 개의 운동부가 이끌어가고 있는 현재 연고전의 모습을 반성하고 '장애우 등 소수자도 함께 할 수 있고 재정 또한 투명하고 깨끗한 축제, 지역주민과 만나는 즐거운 축제'로 거듭나자는 행사이자 문화운동이다.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 사회과학서적 전문 장백서점, 장애인권위원회, 학벌 없는 사회가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13일(월)부터 18일(토)까지 6일간 고대 곳곳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자유형식의 대자보, 게릴라 문화제, 장백 도서전, 신문발행, 방명록, 배지 판매, 설문조사 가판 운용 등 다각적인 작업이 이루어졌다.

'온몸으로 우리 꿈을 그려요'는 행사의 백미.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물감을 손, 발로 뿌리거나 칠하며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다.

'발 샅에 때꼽떼기' - 안티연고전의 자료가 담긴 신문
'발 샅에 때꼽떼기' - 안티연고전의 자료가 담긴 신문박수호
행사 기획단 전세안(20)씨는 "과격한 몸짓으로 일관된 응원전은 그것을 소화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소외감으로 작용한다"라고 운을 뗀 후 "장애학우들의 경우 응원이 힘들뿐더러 좌석배려조차 없는 경기장에는 갈 엄두조차 못 낸다"며 소수자를 배려하지 않는 연고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학벌 없는 사회'에서 활동중인 김고종호(25·연세대)씨는 "연고전은 학벌카르텔을 공공연히 조장하고, 재생산하는 도구"라고 진단하고 "나와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기보다는 오히려 배척하는 경향"을 우려했다.

한편, 이들을 바라보는 일반 학생들의 시선은 다양했다. 행사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염석민(25)씨는 "연고전이 단순히 두 대학간의 행사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연고전은 세간의 이목을 끄는 공식적인 행사이기에 학벌사회 조장이라는 사회적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신입생으로 처음 연고전에 참여한다는 조은별(20)씨는 "연고전은 보성전문과 연희전문 시절부터 치러져온 전통있는 행사라고 알고 있다"며 "굳이 이제까지 내려온 전통을 문제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화여대에 재학중인 서주연(23)씨는 "연고전이 타대생에게는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학교에 대한 자부심은 이해하지만 여러 학교가 참여하는 열린 문화의 장으로 거듭나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안티연고전'은 앞서 소개한 대자보에서부터 인터넷신문(http://antihakbul.jinbo.net/antikomo)과 커뮤니티(antikomo.cyworld.com) 등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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