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최민식씨인권위 김윤섭
그는 1968년에 <인간> 1집으로 시작해 <인간> 시리즈를 12집까지 냈다. 그의 주제는 '인간'이다. 지난해 말 국가인권위가 연 인권사진전 <눈·밖에·나다>에서도 가난과 소외를 주제로 했듯이 그의 사진은 오롯이 가난하고 소외받은 서민들의 삶에 바쳐졌다. 젊은 날 카메라를 잡으면서부터 그의 시선은 바로 그들에게 꽂혔다.
"내 눈은 항상 그들을 향해 있지요. 가난한 사람들, 지울 수 없는 얼굴입니다."
최 선생의 사진 속에는 가난해서 웃는 사람, 가난해도 웃는 사람, 웃어서 가난해진 사람들이 있다. 지게꾼들의 이야기꽃, 망치를 어깨에 올린 막노동자의 고단한 응시, 국수를 말아 올리는 길가의 아이들, 동냥하는 늙은 거지 등 남루한 삶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 사진들이 아니면 사람들은 그냥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말 대상들이다. 하지만 최선생의 사진은 우리로 하여금 그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당신은 이들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원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동정심이 아닙니다. 가난한 소녀의 얼굴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내적인 고통에 직면한 이들의 모습을 통해 삶의 존엄성을, 우리의 의식을 일깨우자는 것이지요."
'인간'을 주제로 한 끈질기고 치열한 사진작업은 한마디로 가지지 못해 주변으로 밀려난 사람들과 함께 하자는 외침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는 되묻고 있다. 그야말로 아주 일찍부터 인권을 얘기해 온 인권운동가인 셈이다.
"사진은 왜 찍는가가 중요합니다. 어떻게 찍느냐의 문제가 아니지요."
'인간'에 접근하려는 그의 목표는 처음부터 매우 야심차고 거시적인 것이었다. 동시대에 함께 호흡하고 있는 '인간' 전체를 사진에 담으려 하는 그는 자신의 사진이 역사적 증언으로 기록되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거짓말 안 해요. 있는 그대로 찍지요. 사진은 사실적, 현실적, 현장감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투철한 역사의식이 사진에 있다고 그는 자부한다. 그의 다큐멘터리 사진 정신은 그 맥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유진 스미스, 베르너 비숍, 도로시아 랭에 닿는다. 모두 사실주의에 입각해 인간이 처한 현실을 누구보다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 사진가들이다. 휴머니즘을 내건 사진으로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고발하여 사회적 양심을 일깨우고자 했던 선배들의 뜻을 최 선생은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그는 서민들의 어려운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때 자신을 찍는 기분이 든단다.
"사진은 적당히 이뤄지는 게 아니지요. 예술은 쓰라린 체험입니다. 내 어릴 적 경험을 떠올려 보면 자연히 감정이 잡히지요. 그런데 요즘 학생들에게 말해 주면 어떻게 모든 경험을 해볼 수 있겠냐며 선배들의 가르침을 지루해해요."
"거지 사진만 찍어 나라 망신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