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총리 "수치 나빠져도 체감경기는 나아질 것"

내수 소비회복으로 5% 성장 가능... 리디노미네이션 실행계획 없다

등록 2004.09.24 12:58수정 2004.09.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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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헌재 경제부총리.

이헌재 경제부총리. ⓒ 권우성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내년도 경기전망과 관련 "수치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지만 내수경기가 좋아지면 체감경기는 금년 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출이 성장률을 견인하는 올해의 성장패턴과는 달리 2005년에는 내수가 성장률을 견인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특히 구체적인 내년도 성장률에 대해서는 "정부로서는 재정정책이나 모든 정책을 동원해서 5%대 잠재성장 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5%대 성장에 목표를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부총리는 최근 ADB(아시아개발은행)가 올해와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추는 데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ADB가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똑같은 사안을 놓고 통계적으로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대만과 싱가포르에 대한 예를 들었다.

"ADB는 똑같은 사안 놓고 한국경제만 유독 비관적으로 본다"

이 부총리는 "대만과 싱가포르는 수출구조가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중국·미국 경제와의 연관도 유사한 데도 ADB는 유독 한국경제에 대해서만 수출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면서 "이 한가지만 봐도 구체적인 비교·분석에 있어서 우리나라 경제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비교를 했을 때 우리 정부가 경제성장과 성장기반 확충 노력을 포기하고 사회안전망 확충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뒤 "경제성장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고 있지 않다고 확실히 말하겠다"며 성장중심의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것임을 공언했다.

또한 이 부총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화폐단위변경에 대해 단호하게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현 시점에서 아무런 실현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고, 앞으로 상당히 긴 시간 그럴 계획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달라"고 선을 그었다.


"화폐단위변경 문제, 언론이 부풀려 놓고 나보고 수습하라는 꼴"

특히 이 부총리는 화폐단위변경은 언론이 스스로 증폭시킨 사안임을 강조하면서 기자들에게 "절대로 앞서 나가지 않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그는 "언론이 스스로 증폭시키고 늘렸다 줄였다 하고 나서 이제 와서 (나보고) 마무리나 수습을 해 달라는 것"이라며 언론의 '앞서가기'에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이 부총리는 내년의 경기가 내수회복에 달려있다고 보고 국민들이 이번 추석 명절을 계기로 소비에 나서 줄 것을 우회적으로 부탁했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있어서 국미들이 (소비를) 억눌러왔다"며 "다행히 추석을 맞아 수확도 좋고, 물량 공급도 넉넉하고 가격도 농작물을 중심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소비가 좀 잘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이헌재 부총리의 각 경제현안별 발언.

"내년엔 내수가 성장 견인...수출 기여의 수치상 거의 없을 것"

[내년경제에 대한 전망] "내년에는 금년과 정 반대의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금년에는 수치로 보면 좋은데 체감경기는 아주 나쁜 모습을 보였다. 수출은 굉장히 활발하게 늘어나는데 반면 수출이 국내 산업으로 파급이 안되고 고용이 활발히 늘어나지 못하는 반면, 내수 부분에서 애로가 있어서 빠른 속도로 활발하게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에 수출의 GDP 기여에 비해서 내수가 기여하는 바가 적었다. 수치상으로는 좋지만 체감경기는 나쁘게 나타났다. 내년에는 수치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내수경기가 좋아지면 체감경기는 금년 보다 나을 것이다.

정부로서는 재정정책이나 모든 정책을 동원해서 5%대 잠재성장 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강조하는 것은 금년과 달리 내년에는 수출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수치상으로 없을 것이다. 금년에는 수출이 성장에 큰 기여를 했지만, 정반대로 내년에는 수치상의 기여는 거의 없고, 내수로 5%대까지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하겠다. 수출마저 둔화되니까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미리 걱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말한 것이다."

미·중 의존도 비슷한 대만·싱가포르엔 '낙관적'...유독 우리나라에게만 '비관적'

[ADB 성장전망치 하향 조정] "금년도와 내년도 성장전망에 대해서 많이 낮추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 ADB(아시아개발은행)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석달 밖에 남지 않은 금년 전망치를 대폭 낮춰서 전망했다. 나름으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 한가지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ADB는 한국경제에 대해 똑같은 사안을 놓고도 통계적으로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대만, ADB는 싱가포르의 금년 하반기와 내년 수출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간에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준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중국 경제가 연착륙을 하지만 생각보다 내년도에 빠른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경제도 그전에 비해 성장률 낮아지지만 좋게 보고 있다.

반면에 대만, 싱가포르와 수출구조도 비슷하고 중, 미 경제와의 연관도 비슷한 우리나라에 대해서만큼은 다르다. 대만, 싱가포르도 높은데 미·중 경제와의 연관도가 높은데 한국경제에 대해서만 유독 수출이 둔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하나만 봐도, 구체적인 비교 분석에 있어서 우리 경제에 대해서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너무 그렇게 까지 비관적으로 볼 이유는 없지 않을까. 나름대로 생각도 있고 분석도 했겠지만, 감안해 줬으면 한다. 우리에게 충고하는 부분도 있지만, 국제비교를 했을 때 우리가 경제성장과 성장기반 확충 노력을 포기하고 사회안전망이라든지 이런 쪽에 집중해서 가지는 않는다.

필요하면 구체적인 설명을 하겠다. 거꾸로 지금까지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정부 주도로 SOC를 투자한다든지 이런 데 많이 재정지출한 경향이 있다. 그런 부분은 합리적으로 조정하거나 민간으로 돌린 결과이다.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고 있지 않다고 확실히 말하겠다."

"기자들 뛰어난 상상력 가끔 발휘 안 해도 된다" 농담성 충고

[화폐단위변경] 언론 스스로 증폭시키고 늘렸다 줄였다 하고 나서 이제 와서 나보고 마무리 수습을 해 달라고 하면…. 부탁을 한다. 제발 너무 앞서 나가지 마라. 뛰어난 상상력을 가끔은 발휘 안 하는 것도 좋다. 용어를 쓸 때 굉장히 조심해서 쓴다. 절대로 앞서 나가지 않기를 부탁한다. 화폐제도개선 문제를 (기사로) 쓰면서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누누이 말했지만 중장기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야 하고, 공개적으로 가야 한다. 예민한 문제이므로 공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용이나 방법에 대해서 충분히 경제적 측면에서 검토되고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 검토도 아니지만 공론화를 언제 할 것인지는 말할 수 없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화폐제도 개선에 대해서 아무런 실행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앞으로도 상당히 긴 시간, 긴 시간에 대해서는 질문을 말아달라. 그러한 계획을 할 생각이 없다. 그 문제로 앞서 나가지 않았으면 한다. 국회에 가면 이 문제에 대해 또다시 질의가 나올 것이다. 기본적으로 현 시점에서 아무런 실현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고, 앞으로 상당히 긴 시간 그럴 계획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달라.

"금융시장에 심한 도덕적 해이 일어나고 있다"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지원] 정부가 제공하는 보증에 의존해 대출이 일어나는 금융시장은 지구상에 우리나라 밖에 없다. 시간을 두고 고쳐나가야 한다. 어느 나라도 그러한 나라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금융시장에서 굉장히 심한 모럴 해저드 일어나고 있다. 자기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고…. 정부로서는 중소기업이 급해서 신용보증 지원을 늘리지만, 그러다 보니 금융기관은 스스로 위험 관리를 통해서 정상적으로 (대출을) 늘려나가지 않는다. 중소기업 금융을 늘려나가지 않는 금융시장이 있냐. 대기업과 가계를 빼면 시장이 있나. 없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크게 대상이 3군데이다. 가계, 중소기업, 대기업이다. 대기업은 자체 금융사 있기 때문에 괜찮다. 금융기관은 다른 서비스를 심화시켜나가야 하겠지만, 기존에 있는 대상을 상대로 해서 좀더 금융지원을 효율적·효과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관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가계와 중소기업 버리면 금융기관은 절대로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측면을 정부가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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