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 발사 장면미국과학자협회
패트리어트 최신형 미사일인 PAC-3 배치 문제로 광주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학계를 중심으로 패트리어트 부대 배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에,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배치를 강행할 태세이다. 이러한 기류를 반영하듯 미국의 패트리어트 부대 선발대 배치가 예정된 10월 1일 들어 광주에서는 양측의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패트리어트 부대의 광주 배치는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와 문화 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의 정체성과 배치된다는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가 강조하는 국가 안보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결코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참고로 광주에 배치될 예정인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미국이 미사일방어체제(MD)용으로 성능을 개량한 PAC-3이다. 이 미사일은 기존의 패트리어트와는 달리 '맞춰서 요격하기(hit-to-kill)'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MD 무기체계 가운데 가장 먼저 개발 완료돼 실전 배치된 기종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PAC-3가 공격용이 아닌 방어 무기이고, MD와 무관하며,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PAC-3는 MD의 일부
첫째,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그 자체가 방어용은 아닐지라도,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부시 행정부는 '예방전쟁'의 개념 하에 선제공격 전략을 공식적인 국가안보전략으로 채택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핵·비핵 공격능력의 강화 ▲미사일방어체제(MD) 조기 구축 ▲방위산업 인프라의 활성화를 새로운 전략 요체로 삼고, 이를 위해 주한미군을 비롯한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특정 국가를 선제 공격하려고 할 경우,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상대방의 반격으로부터 미국 본토와 해외주둔 미군, 그리고 동맹·우방국을 방어하는 것이다. 1991년 걸프전, 1994년 한반도 위기, 그리고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미국이 가장 먼저 배치한 전력이 바로 패트리어트라는 점은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북한을 선제 공격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고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갈등은 언제 풀릴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에 미국은 대북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급속히 강화시키고 있고 주한미군 재배치를 통해 북한의 장사정포 사거리로부터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 등 한국의 서남부에 패트리어트가 배치되면 미국의 선제공격 능력은 배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는 현재 유일하게 실전배치된 MD 무기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을 위해 미국 본토에 배치되고 있는 지상요격체제(GBI)는 10월 1일부터 실전준비태세에 들어갈 예정이고, SM-3를 장착한 이지스함은 2005년부터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미국 국방부도 PAC-3가 MD 체제의 중요한 구성요소라고 말하고 있는데, 한국의 국방부가 어떤 근거로 PAC-3가 MD와 무관하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셋째, 미국의 한국 내 패트리어트 배치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이것이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어떤 나라가 미국과 대등해지는 것을 사전에 좌절시키겠다"는 이른바 미국의 '군사 수위전략(military supremacy strategy)'을 채택했고, 이는 바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주한미군 재배치를 통해 중국에 인접한 한국의 서남부에 주요 전력을 집중시키는 한편, 수원-오산·평택-군산-광주를 잇는 MD 벨트를 구축함으로써 중국과의 무력 충돌시 주한미군 기지를 중국의 미사일로부터 방어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광주에 패트리어트를 배치하는 것은 한국이 미국의 MD 전초기지가 되는 것을 가속화시키고, 미국의 대북한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시키며, 한국이 미군의 대중국 발진기지로 전락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광주에 패트리어트를 배치하는 것이 광주의 정체성에도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한국의 국가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한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이 먼저 요청했다고?
더욱 황당한 것은 패트리어트 부대를 광주에 배치해줄 것을 한국이 먼저 요청했다는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는 작년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서 이러한 요청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는 국방부의 중대한 기망 행위에 해당하거나 노무현 정부가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무현 정부는 그 동안 한국의 MD 참여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요청받은 바도 없고 참여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왔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고려할 때, 한국 쪽에서 먼저 MD의 일환인 PAC-3 배치를 요구했다는 것은 MD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주한미군 재편 과정을 보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MD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작년 8월 말에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를 추가로 배치한 것을 비롯해 현재 오산·수원·군산에 모두 48기(6개의 포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해놓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10월부터 추가로 PAC-3와 PAC-2 등 패트리어트 미사일 16기를 추가로 배치하는 한편, 현재 미국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 있는 제35 방공포 여단 본부를 오산공군기지로 이전시킬 계획이다. 주한미군 전력이 집중되고 있는 오산·평택과, 군산과 그 인근에 패트리어트 부대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계획이 완료되면, 주한미군은 모두 64기(8개의 포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남한에 실전배치 하게 된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PAC-3가 200기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미국이 한국을 최우선적인 MD 배치 지역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 패트리어트를 배치하는 것과 함께, '합동전술지상기지(Joint Tactical Ground Station)'라고 불리는 이동식 조기경보 레이더를 이미 배치했고, 한미연합사에 'CJTMOC'라는 기구를 만들어 MD 작전 교리를 개발해오고 있으며, 을지포커스 렌즈 등 한미합동군사훈련에 MD 작전을 포함시켰다. 또한 9월 들어서는 최첨단 전투체계 및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기능을 갖춘 이지스함의 동해 배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한반도는 MD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 바 있다. 2001년 1월 말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북한과 미사일 협상을 중단하고 MD 조기 구축을 선언한 것이었다. 대북 미사일 협상이 진전되면 MD 구축 명분을 상실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른바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직접 협상하는 것은 거부하면서 '북한위협론'을 앞세워 MD 구축 및 동맹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카드로 활용해왔다. 부시의 '스타워즈(MD의 별칭)' 야망 앞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올스톱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떠 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MD가 실전배치 단계에 접어들고 한국의 영토·영해·영공이 그 앞마당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차원의 위협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시 대통령이 2001년 5월 1일 MD 구축을 선언하면서 말했던 것처럼,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미국이 상대방의 미사일 전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MD를 갖게 되면, 미국은 군사력 사용에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광주에 패트리어트 미사일 부대를 배치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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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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