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국회 행자위의 소방방재청 감사에서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이 방독면 기존 제품과 현재 제품을 동시에 태운 뒤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권박효원
[2신 : 4일 저녁 6시]
열린우리 "알고보니 해프닝"... 한나라 "민방위 기준대로 실험"
4일 오전 국회 행자위의 소방방재청 국정감사에서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의 즉석 실험으로 불붙은 '방독면 품질' 논란은 이날 오후 회의 끝까지 이어졌다. 실험기구를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한 소방방재청은 실험의 객관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현재 방독면 제품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공창석 예방기획국장은 "방독면 외피는 분명히 보호가 되어야 하지만, 내피는 일반 옷하고 같아 원래부터 금방 타게 되어 있다"며 "(현재 방독면에 쓰이는) 폴리에스테르는 기존 면 소재 방독면보다 부착율이 좋다"고 반박했다.
또한 공 국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박찬숙 의원이 제기한 '부품 제조일자' 문제에 대해서도 "내용물은 리콜하고 상자는 다시 쓰는 바람에 (부품마다 적힌 날짜가) 달라졌다"고 해명했다. 이명규 의원이 제기한 방독면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매표소 옆에 둔 방독면은 대기승객용이고 이와는 별도로 열차마다 방연마스크 80개가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창일 열린우리당 의원은 "오전에 실험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지금 보니 해프닝이었다"며 "이 문제가 보도됐을 때 얼마나 국민이 불안하겠냐"며 박 의원을 비판했다. 우제창 열린우리당 의원 역시 "내피는 안감이나 같은 성격이라면 그냥 불에 붙을 수 있지 않냐"며 소방방재청을 거들었다.
반면, 박찬숙 의원은 "민방위 자료에 의거한 실험"이라며 애초의 주장을 꺾지 않았다. 박 의원은 "실험에 이의가 있다면 공개적으로 안전 검증절차를 밟아달라"며 공개실험을 요구했고, 권욱 소방재청장 역시 흔쾌히 "실험하겠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 역시 "3분동안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하는데 대피시간이 더 걸리면 방독면 쓰고 질식사하는 것 아니냐"며 "국민 방독면 규격을 새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 역시 "급하면 방독면을 쓰고 불길 속에서 사람 끄집어내지 않냐"며 엄격한 규격을 요구했다.
이날 회의는 오후 5시께 모두 끝났으며, 행자위 소속 의원들은 회의를 마친 뒤 119 소방대 현장시찰을 진행했다.
[1신 : 4일 오후 1시 50분]
박찬숙 의원, 열에 약한 대국민 보급형 방독면 문제제기
4일 오전 국회 행자위에서 열린 소방방재청 기관감사에서는 "현재 대국민 보급용 방독면이 기존 제품보다도 열에 약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방독면의 효과를 둘러싸고 소방방재청과 의원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졌다.
이날 감사에서는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과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이 직접 방독면에 불을 붙이며 화재실험을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박찬숙 의원은 간단한 실험도구까지 준비해 기존 제품과 현재 제품에 동시에 불을 붙이는 실험을 전개했다.
역사 최초로 국회 내에서 실시된 화재실험의 결과는 기존 제품의 완승. 보좌진이 불을 붙인 뒤 방독면 천을 갖다대자 기존 방독면에는 연기만이 피어올랐으나 현재 방독면은 빨갛게 불꽃이 올라왔다. 약 3초간 불을 붙인 결과 기존 방독면은 까맣게 그을렸을 뿐이지만 현재 방독면은 까맣게 그슬린 채 구멍이 났고, 불이 직접 닿지 않은 부위도 열에 반응해 눌어붙었다. 회의장에는 잠시 방독면이 타는 매캐한 냄새가 퍼졌다.
이같은 결과에 한나라당 의원은 물론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하나같이 "(현재 제품이 기존 제품에 비해) 더 나빠졌네, 문제가 있다"며 "답변을 들어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권욱 소방방재청장은 "기준은 소방방재청이 정하지만 구입은 조달청에서 한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권 청장은 "방독면은 대피용이어서 2∼3분간 이산화탄소를 걸러내는 것이 중요하고 열은 2차적인 문제"라며 "대피구와 안내시스템, 통풍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접근해야한다"고 답했다.
실무자인 공창석 예방기획국장 역시 "(실험에 쓰인 천의 재질이) 방독면의 외피냐, 내피냐가 문제이고, 방독면은 대피용에 맞게 규정했다"며 "제대로 실험해봐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즉시 "무성의하다"고 입을 모았고 "조달청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부르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방독면을 바꾸면서 단가가 990원 정도 낮아졌다"며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전세계 방독면 중에 이렇게 싸게 생명을 담보하는 제품이 없더라"고 추궁했다. 박 의원은 또한 직접 방독면을 꺼내서 보여주며 "부품마다 생산날짜가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박 의원이 꺼낸 방독면에는 봉투에 2002년, 마스크에는 2004년, 예비용 마스크에는 2001년이라는 날짜가 각각 찍혀있었다.
이명규 의원 역시 "(현재 제품에 쓰이는) 폴리에스테르의 질이 그 전 제품 재질의 절반 수준"이라며 "이런 방독면을 보급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질책했다. 또한 이 의원은 "지하철 방독면이 전동차 안이 아닌 매표소 옆에 배치되어 있던데, 불이 난 상황에서 승객들이 일렬로 서서 받아가야 하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장 바깥에서는 공무원들이 실험기구와 실험용 천을 살펴보며 "내피냐, 외피냐에 따라 실험 성격이 다르다"며 박찬숙 의원실의 보좌진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박 의원은 소방방재청에 방독면 품질에 대한 전면적인 공개실험을 요구해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