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볕은 우리 몸에 보약

[과학칼럼]햇빛 쬐면 뼈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D 생성

등록 2004.10.07 01:33수정 2004.10.10 13:12
0
원고료로 응원
"비스듬히 비쳐드는 햇살이 아래로 늘어지면/ 살며시 바스락거리며 잎이 지고/ 빛은 더욱 세차게 흔들리며 떨어진다./ 소리가 울리더니 부들 부들 떨며/ 어둠 속의 나무의 생명력은 잠을 깬다. (후략)…."

독일 시인 H.카로사의 <빛의 비밀>에 나오는 '해돋이를 맞는 고목'이다.

뼈에는 햇볕이 보약

햇빛은 지구상 모든 생명의 근원과 같은 존재로, 사람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주위에 흔한 골다공증을 비롯해 결핵성 질환(뼈·관절·피부 등의 결핵)과 구루병·빈혈증·만성창상·궤양 및 그 밖의 회복기의 질환 등에 치료 효과가 있다. 유아에게도 피부나 점막을 튼튼하게 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마음을 밝게 하는 효과도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보약이 바로 자연재인 햇볕이다. 가을 햇살은 연인과 같이 따사로워 일광욕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볕에 나가길 꺼려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언론에 피부 노화와 피부암 발병의 원인이 된다는 등 햇빛의 좋지 않은 면이 부각돼 파생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햇빛이 사람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흔히 비오는 날이 계속되면 주위에서 기분이 울적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근거 있는 얘기다. 햇빛을 쬐지 못하면 우울해지고, 계절적인 우울증(SAD)도 겨울철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봄과 여름이 되면 증상이 나아지는 이 우울증은 햇빛의 양과 일조시간의 부족이 에너지 부족과 활동량 저하, 슬픔, 과식, 과수면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식물에서 일조량의 감소로 생장 호르몬인 옥신의 합성이 줄어들면 낙엽과 낙과가 일어나는 현상과 같다.

햇빛은 주거 환경과 부동산 가격 등 일상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쳐 일조권 침해가 사회 문제화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민법(제242조 1항)를 비롯해 건축법(53조) 및 그 시행령(86조)등에 관련 규정이 두어 법적으로 일조권을 보호한다.


햇빛은 태양광선으로 약 60%가 가시광선이고, 자외선은 1%이며, 나머지는 적외선이다. 자외선과 적외선을 응용하는 것이 바로 일광욕이다. 우선 적외선은 몸의 면역 기능을 강화 시키고 상처가 빨리 낫게 돕는다. 햇빛을 받으면 피부의 말초혈관이 확장돼 혈액 공급이 원활해지기 때문에 혈액 속의 백혈구들의 기능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또 상처 부위의 통증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병원에서도 상처 치료에 적외선 치료기를 사용한다.

피해야 할 것으로 알려진 자외선도 우리 신체에 없어서는 안될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비타민D 생성이 그것이다. 골다공증이 걱정되는 중장년층에게 햇볕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보약이다. 피부 세포는 햇빛 아래서 콜레스테롤을 이용해 비타민D를 생성하는데, 비타민D는 식품으로 섭취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햇빛이 더욱 소중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타민D는 체내의 칼슘과 인을 흡수, 혈액 속에 보관해서 뼈를 튼튼하게 만든다. 햇빛만 쬐어도 칼슘 흡수율은 15%나 증가한다. 칼슘 함유 식품을 많이 먹어도 소화를 도와줄 비타민D가 없으면 소용없다는 얘기다. 골다공증의 원인이 되는 골질 손실은 45세 이후의 여자와 50∼60대 이후의 남자에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인데 햇빛을 쬐어 과다 손실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골다공증 환자가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하루에 한두번은 햇볕을 꼭 쬐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뼈에는 햇볕이 보약인 것이다.

그밖에도 햇빛은 우울증 치료와 자살률 저하에 효과가 있으며 전립선암, 자궁암, 고혈압, 심장 질환 등 각종 질환의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일광욕은 가을볕이 좋아

햇빛은 사계절 중 특히 가을볕이 일광욕에 좋다.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을 내보낸다'는 우리의 옛 속담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얘기다. 봄과 가을은 모두 비가 적고 맑은 날이 많지만, 일사량과 습도 같은 속사정은 다르다.

일사량은 봄이 가을보다 많다. 기상청 관측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봄철(3∼5월)의 평균 일사량은 평방 미터당 약 150메가주울(MJ), 가을철(9∼11월)은 99MJ로 봄이 가을에 비해 1.5배 가량 많다. 습도 차이도 일사량의 차이를 가져온다. 가을철 평균 습도는 69%로 봄철의 63%보다 더 높다. 습도가 높으면 햇빛이 지표에 도달하는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당 일사량의 차이가 크지 않아도 사람들은 가을을 더 쾌적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북반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봄보다는 가을이 더 쾌적하지만 반대로 남반구인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봄볕이 우리의 가을볕처럼 쾌적하다.

일광욕을 할 때는 바람이 없는 남향의 바깥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 하는 경우는 보통의 유리로 천정을 만든 욕실은 가급적 피하고 자외선을 통과시키는 고규산 유리로 만든 욕실을 이용하도록 한다.

일광욕은 햇빛이 피부에 직접 닿게 하고, 너무 햇빛이 강한 시간은 피하도록 한다. 하지만 피부가 약하다면 장시간의 노출은 피하고 특히 식사 전후의 약 1시간 30분은 일광 노출을 피하도록 한다. 태양에너지는 소화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일광욕을 하는 경우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나체 상태로 보호경을 끼우고, 들것이나 소파·침대 등에 편안하게 눕힌다. 머리에는 모자를 씌워 직사광선을 피하고, 머리와 허리를 제외한 전신을 일광에 쬐인다. 전신 상태나 질환의 종류에 따라 조사 시간(照射時間)이나 조사 부위를 알맞게 선택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조사 시간이 다소 경과해도 상관없지만, 병자인 경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밖에 유아의 경우는 만 2개월경부터 건강 상태가 좋을 때를 골라 일광욕을 시작하도록 한다. 특히 미숙아는 구루병이 되기 쉬우므로 비타민D의 투여와 함께 일광욕을 시켜야 한다. 우선 무릎 아래 부분을 약 1주간에 걸쳐 5분간씩 늘려 조사하고. 이어 복부를 포함해 약 3일간, 다시 목부터 아래를 약 3일간 조사한다. 그 후부터는 등을 포함해 점차로 조사 시간을 연장해 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전신 쇠약이 심하거나, 진행성의 결핵(폐결핵이나 투베르쿨린반응의 자연 양전자(陽轉者) 등), 심장병·신장병 및 흥분성의 정신병 등에는 일광욕이 금기이다.

하늘이 주는 보약을 섭취하자

쾌청한 가을이다. 햇볕을 벗삼아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야외로 나가보자. 특히 부모를 모시고 나가 그동안 나누지 못한 대화를 하며 일광욕을 하면 어떨까. 제대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여름 해변이나 봄 나들이보다는 가을의 산이나 들을 더 좋아할 것이다. 여름철에는 자외선 때문에 햇볕을 피해 다녔다면, 따사로운 가을만은 태양의 고마움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일광욕은 돈 들이지 않고 섭취할 수 있는 하늘이 인간에게 주는 보약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IT/BT 전문기자<약력> 충북 청원생, 신아일보 80년 해직기자, 전자신문 정보산업부 차장, 한국정보통신기자협회 초대회장, 국민일보 과학/경제/사회부장, (주)월컴프레스 대표이사/사장(발행인), 식품일보 편집국장 겸 논설위원, 정보통신신문 부사장겸 논설주간, 민주화운동가, 신아일보 편집국장 겸 논설실장, 단재사관구연구소장,IT&BT컨설던트 <저서> 정보와 통신, 컴퓨터현장25시, 컴퓨터산업계를 움직이는 사람들, 컴퓨터상품학, 21세기 정보사냥, 실리콘밸리파워, 황소같이 일만하면 망한다,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바람 든 한국사회, IT전문가 20년


AD

AD

AD

인기기사

  1. 1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2. 2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3. 3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