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최용신 선생 강습소 복원해 달라"

팔순 제자 1억5천만원 안산시에 기부

등록 2004.10.09 05:28수정 2004.10.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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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년 전 최용신(崔容信·1909~1935) 선생의 제자가 스승의 교훈을 잊지 못하고 선생의 가르침이 계속 이어지도록 당시의 샘골강습소를 복원해 달라며 거액의 기탁금을 안산시에 전달해 사제간 훈훈한 귀감이 되고 있다.

기탁자인 홍석필(81·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옹은 최용신 선생이 1931년 10월 23살 어린나이로 안산시 본오동 샘골마을로 내려와 만든 강습소에서 4년여 동안 수학한 강습소 2회 졸업생.

홍옹은 "스무 살 남짓한 처녀가 사람이 살기조차 힘든 오지로 내려와 일제의 온갖 핍박을 받아 가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배워야 앞으로 우리나라가 희망이 있다. 꼭 가르쳐야 된다'며 눈물로 호소하면서 강습소를 세우고 죽을 힘을 다해 한글을 깨우쳐 주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최 선생은 국민의 8할이 문맹이던 당시에 대학교육을 받은 소수 엘리트였으나 자신의 모든 이익을 버리고 오지 마을에 들어와 굶주림과 병마를 참아가며 사랑으로 교육하다 26세 젊은 나이로 창자가 꼬여들어 쓰러졌다.

한 인간으로서 죽어가는 고통을 참아가며 이뤄 놓은 샘골 강습소와 최선생의 숭고한 '상록수 정신'을 이어 실천할 것을 언제나 다짐해 온 홍옹은 그동안 이상적인 농촌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농민학교를 지으려고 갖은 고생 다하며 돈을 벌었으나 동네가 온통 도시로 개발되면서 물거품이 된 적도 있었으나 신도시 개발로 공원으로 조성된 유적지에 사비를 들어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노인 사랑방'을 만들어 주변 노인들에게 쉴 장소를 제공하고 견학 오는 청소년들에게 지금도 안내를 하고 있다.

홍옹은 이제는 힘도 없고 마지막 정리하는 마음으로 강습소 복원에 필요한 최소 경비라도 보태 복원 운동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보유 상가를 처분해 전액을 안산시에 내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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