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열리는 조선일보 친일반민족행위 민간법정의 판사를 맡은 이덕우 변호사.오마이뉴스 남소연
"맡을 분이 없다면 나라도 하겠다고 나섰다. 부담은 되지만 꼭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청산을 제대로 해야 '열심히 살면 대접받고 땀흘린 만큼 돌아온다'는 가르침을 자식들에게 현실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개판이 아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오는 15일 열리는 조선일보 친일반민족행위 민간법정(이하 민간법정)의 판사를 맡은 이덕우(법무법인 창조) 변호사의 소감이다. 지난 2002년 민간법정의 재판장은 지금 국정원장이 된 고영구 변호사가 맡은 바 있다.
이 변호사는 11일 민간법정 헌장 발표 및 기소장 전달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리기 1시간 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번 민간법정의 배경과 의미를 밝혔다.
이 변호사는 "현실제도 한계로 현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는 사건에 대해 역사적 평가를 내리는 게 민간법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조선일보 민간법정을 '민간차원의 과거사 청산'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그것도 신문사를 상대로 민간법정이 열리는 이례적 사건에 대해 그는 "조선일보가 한번의 민간법정으로도 정신을 못 차리고 전혀 반성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결국 이 얘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우리가 과거청산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라며 "친일신문으로 활동했던 조선일보가 명맥만 유지하는 정도만 됐더라도 민간법정 대상이 되지 않았을 텐데, 스스로 '밤의 대통령'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공룡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민간법정이라고 하더라도 100년 뒤 후손이 보더라도 법률적으로 제대로 된 판결이었다는 평가를 받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간법정이 왜 열리는지 조선일보 구성원들이 의문을 가져봤으면 한다"면서 "조선일보는 민간법정에 참여해 정정당당하게 변론을 펼치고 자료도 제출해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제대로 한 판결이라는 평가받겠다"
| | | 이덕우 변호사는 누구? | | | | 1957년 서울 출생. 보성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뒤 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90년 사법연수원 수료와 함께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참여해 활동해 왔으며, 92년 민변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특히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천주교 인권위원회 이사를 비롯해 민주노동당 인권위원장, 변협 인권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밖에 1987년 홍콩에서 한국 여성 수지김(본명 김옥분)이 살해되자 안기부가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고 오히려 그를 북한 공작원으로 조작하여 해외 상사원 납치 공작으로 조작한 사건인 이른바 '수지김 사건'의 변론을 맡아 이를 승소로 이끌었으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의문사한 '김훈 중위 사건'을 공동변호하기도 했다. | | | | |
- 민간법정의 의미부터 설명해달라.
"사실 현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면 굳이 민간법정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그게 안되니까 민간법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법정은 대학의 모의법정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 모의법정은 대학생이 공부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민간법정은 역사적 평가를 해야 하는 일에 대해 현실제도의 한계로 못할 때 하는 것이다.
4년 정도 된 듯한데 미국에서는 전 법무부 장관 등 법조인이 참여해서 한국전쟁을 포함한 미국의 전쟁행위에 대해 민간법정을 열기도 했다. 실제 처벌할 권리는 없지만 민간법정의 판결은 역사적 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 그동안 '안티조선운동'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는데, 민간법정에 동참하게 된 계기는?
"과거청산의 일환으로써 조선일보 친일반민족행위 민간법정을 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2년에는 구경만 했는데, 이번에는 맡을 분이 없다면 나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부담은 되지만 꼭 해야 할 일이니까 나섰다. 과거청산을 제대로 해야지 우리가 자식에게 하는 얘기를 현실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식들에게 '정직하게 살아라, 남한테 피해 안 입히고 열심히 살면 대접받고 땀흘리는 만큼 돌아온다'라고 가르치는데 그걸 현실로 보여줘야 할 것 아닌가. 세상은 개판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과거청산은 제대로 돼야 한다."
- 과거사 청산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있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과거사 청산을 반대하는 논조를 펼치고 있는데.
"조·중·동과 한나라당 등의 주장처럼 과거사 청산과 민생문제, 경제문제는 별개라는데 동의할 수 없다. 이들은 '국민들이 먹고 살기도 힘든데 과거청산한다고 해서 쌀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며 민생문제와 관련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법정에 대한 태도도 그럴 것이다. 일면 일리 있는 이론이다. 그러나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느냐, 빵만 필요한가라는 것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해방 뒤 제대로 된 과거청산이 됐다고 하면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상징되는 친일 독재자와 친미 독재군인들이 호위호식하고 살았을까. 과거청산이 안됐기 때문에 친일파들이 정치·경제·사회 등에서 친미파로 계승됐고 돈과 지식 할 것 없이 모든 것을 독점할 수 있었다. 특히 박정희 같은 청산의 대상이 역으로 반공을 내세워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이렇게 세상을 사는 게 옳은 것인가. 과거청산이 안됨으로써 우리 국민들은 이런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과거청산의 일부로써 조선일보 민간법정을 여는 것이라고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