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전시회박수호
지난 11일 밤 서울 공덕동 아파트촌 풍경이다. 효성 본사 뒤편에서 공덕삼성아파트 사잇길로 쭉 늘어선 그림들은 형광 불빛 아래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다. 그림을 한점 한점 구경하며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작은 의자에 앉아 캔버스에 붓질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아저씨 한분을 만나게 된다. 그의 붓질 하나에 시골길에는 코스모스가 피고, 나무가 바람에 나부낀다. 그림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탄성을 연발했다.
60년대 말부터 붓을 잡았다는 최청락(57) 화백. 그는 그림은 전시회에 가서 고상하게 감상하는 것이라는 일반인의 편견을 깨고자 거리로 나섰다고 했다. 거리의 미술가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의 문화 풍토는 너무 삭막하다. 40호짜리 캔버스에 유화를 그리는 것이 전문인 그는 한때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회를 가질 만큼 실력을 인정 받았다. 최근까지 삼각지 역 근처에서 화랑도 운영했다. 하지만 '이게 아니다' 싶었다.
해외 바이어를 통해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도 그림을 수출했던 그였다. 각 나라마다 원하는 색감이 다르다는 그는 미국 북부 지방은 묵직한 색을, 남부 지방은 밝은 색을 선호한다는 설명에서 전문성이 배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