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경기도 총생산 8조 증가"
연구보고서 수 개월간 비공개 논란

경기개발연구원 "공개 꺼렸다면 인쇄도 안 했을 것" 반박

등록 2004.10.20 18:18수정 2004.10.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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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산하 경기개발연구원(원장 한현규)이 행정수도가 이전될 경우 경기도 지역총생산(GRDP)이 8조원 가량 증가하는 등 지역발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내고도 수개월동안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은폐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경기개발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비공개 시기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 찬반논쟁이 가열된 시점과 맞물려 있어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손학규 경기지사의 의중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경기개발연구원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정장선(열린우리당. 평택을) 의원 측에 따르면 경기개발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서울대 이성우(지역사회개발) 교수 팀에 위탁해 지난 3월 '신 행정수도와 고속철도 사업이 수도권에 미치는 영향'이란 연구를 완료했다.

"2011-2020년 사이 경기도 GRDP 7조9천억 증가"

a 경기개발연구원이 발행한 연구보고서.

경기개발연구원이 발행한 연구보고서. ⓒ 김한영

경기개발연구원이 학계 전문연구팀에 연구과제를 위탁한 것은 행정수도 이전 등에 따른 객관적인 파급영향을 도출하기 위한 것으로, 행정수도 이전 이후 주요 권역별 GRDP의 증감효과와 인구이동 분석 등이 핵심 내용이다.

이 교수 팀은 모두 134쪽에 이르는 연구보고서에서 경기도의 경우 행정수도 이전이 완료된 이후 인구는 121만명이 감소하는 대신 GRDP는 약 8조원 가량 증가한다는 중요한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행정수도 건설에 따른 주요 권역별 GRDP의 증감효과를 보면 행정수도 이전이 완료되는 2011년 이후 2020년까지 10년 동안 ▲충청권 132조원 ▲영남권 90조원 ▲호남권 36조원 등의 GRDP 증가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고양·성남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인구는 줄어들지만 GRDP는 오히려 7조9609억원이 증가하는 등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한 지역경제발전 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충청권과 교통망이 잘 연계돼 있는 평택(3600억원)을 포함해 수원(5조5000억원) 용인(2조9000억원) 안산(1조9000억원) 등에서 GRDP 증가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행정수도 이전으로 GRDP가 크게 감소하는 지역은 인천(36조원)과 강원도(2조9000억원)로 나타났으며, 정작 경쟁력 약화 문제가 제기됐던 서울은 1조8000억원 감소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인구이동을 분석한 결과 2011~2020년까지 경기도 121만명, 서울 59만명, 인천 26만명 순으로 인구가 감소하며, 나머지 지역은 모두 인구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역은 고양시가 41만명, 성남시 28만명, 수원시 15만명 등 주로 일산과 분당이 위치한 수도권 신도시에서 인구 감소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연구결과는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서울과 경기도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다는 한나라당과 손학규 경기지사 등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는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오히려 행정수도 이전혜택을 크게 누리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그동안 손 지사의 수도이전 반대논리가 상당부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a 행정수도 이전 이후 각 시도별 GRDP 증감효과 분석표.

행정수도 이전 이후 각 시도별 GRDP 증감효과 분석표. ⓒ 김한영

그러나 경기개발연구원은 이 같은 중요 연구과제를 완료하고도 수개월 동안 도민들이나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손 지사의 의중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 발행 4개월만에 일부정책부서와 행정자료실만 배포돼

확인결과 이 연구보고서는 발행된 지 4개월 만인 지난 7월말쯤 경기도 일부 정책 부서와 행정자료실에 소량이 배포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경기도 공무원들조차도 연구보고서의 존재사실을 몰랐다가 지난 13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에 의해 문제가 지적돼 알게 됐다는 것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이 같은 조치는 통상 연구보고서가 나오면 곧바로 경기도와 언론사 등 유관기관에 배포하며 적극적인 홍보를 해왔던 점으로 미뤄 볼 때 이례적인 것이며, 최소 4~6개월 동안 연구보고서의 외부공개를 미뤄온 셈이다.

더욱이 연구보고서의 비공개 시기는 지난 4·15 총선 이후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 찬반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던 시점과 맞물려 있어 정치적 계산이 깔린 의도된 조치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장선 의원실 김진해 보좌관은 "경기개발연구원이 행정수도이전과 관련된 주요 연구보고서를 수개월 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는 행정수도 이전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는 손학규 지사의 의중을 고려한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역언론사의 한 기자는 "사실 그동안 연구보고서의 존재를 몰랐다"면서 "연구원 쪽이 손 지사의 행정수도이전 반대논리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외부 연구를 위탁했다가 예상외의 연구결과가 나오자 비공개로 돌아선 것 같다"고 풀이했다.

a 행정수도 이전 이후 각 시도별 인구분산 효과 분석표

행정수도 이전 이후 각 시도별 인구분산 효과 분석표 ⓒ 김한영

일부 지역언론의 비판도 쏟아졌다. 경기매일 김운성 주필은 지난 18일자 칼럼에서 "경기개발연구원이 손학규 지사의 개인소유물이냐는 논란이 있다"고 전제한 뒤 "용역보고서를 사장시킨 손 지사가 수도이전 반대운동을 벌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고, 명분도 없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기개발원 "공개 꺼렸다면 인쇄도 안 했을 것"

이에 대해 경기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연구보고서를 정치적 목적에서 공개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민감한 시기에 연구보고서가 공개되는 것을 꺼렸다면 아예 인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공개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또 "연구보고서를 제작해 공개한 시기가 정확히 언제쯤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4~5월경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경기도 행정자료실 등에 연구보고서가 배부된 시기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연구보고서가 지난 4~5월쯤 경기도에 배포됐으나 경기도 관계자들에 의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지적돼 정책기획관실에서 처음으로 연구보고서를 가져다 보았다"면서 "이번 연구는 경기개발연구원이 독자적으로 수행한 연구과제로, 경기도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경기개발연구원은 손학규 지사의 핵심측근인 이철규(4·15 총선 때 시흥에 출마해 낙선) 전 원장에 이어 한현규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가 지난 4·15 총선에서 낙선한 뒤 7월부터 원장을 맡고 있다.

한편 서울시 산하 서울시정개발연구원도 올해 초 '행정수도이전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대안'이란 연구보고서를 냈으나 그 내용을 지난 2월 '서울경제브리프'에 발표해 경기개발연구원과 대조를 보였다.

시정개발연구원은 이 자료에서 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해 2007년부터 2030년까지 보상비를 제외한 41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경우 수도권의 지역총생산(GRDP)이 현재보다 27조원 증가하고, 34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GRDP와 고용이 각각 51조2000억원과 66만명이 늘어나는 충청권 다음으로 큰 경제적 혜택을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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