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재밌겠는 걸?

나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 준 <이은결의 눈으로 배우는 마술책>

등록 2004.10.22 23:30수정 2004.10.2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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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처음 만난다는 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부담입니다. 어색한 분위기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 난감함은 겪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반면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능숙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성격도 성격이지만 어색함을 깨는 일종의 기술을 지니고 있습니다. 유머, 화술, 상대방의 관심사를 쉽게 알아차리는 능력들이 그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늘 이야기의 주도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이 익숙했고 특별한 재주도 없었기에 누군가 처음 만나는 사람이 이야기를 능숙하게 이끌어 가지 못하면 분위기는 늘 어색함으로 가득 찼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일은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저 역시 그 경험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대가 능숙한 이야기의 주도자일 경우입니다.

늘 어색함으로 가득 차버리는 첫 만남의 시간과 첫 만남을 너무나 좋아하는 저 사이의 괴리는 너무 컸습니다. 웅변학원을 다녀 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쉽게 실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숫기가 없었으니까요.

군대라는 곳은 사람을 굉장히 많이 변화시킵니다. 물론 그곳에서 겪는 일과 방식의 문제기도 하겠지만 사회와의 단절이라는 특수한 환경도 무시못할 영향력을 끼칩니다.

특히 말년의 남아도는 시간이란 주체할 수 없을 정도고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는지도 사람의 변화에 큰 영향을 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 특히 공부에 시간을 쏟지만 큰 효과를 보는 사람은 드문 편입니다.


저는 일치감치 말년의 시간을 공부에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은 버렸습니다. 놀기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제가 성공할리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저는 그곳에서 흥미로운 책 한권을 발견했습니다.

그 책은 바로 넥서스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이은결의 눈으로 배우는 마술책>이었습니다.


a <이은결의 눈으로 배우는 마술책>

<이은결의 눈으로 배우는 마술책> ⓒ 넥서스

지금은 마술이 인기가 있어 어느 모임이든 마술 하나 정도 할 줄 아는 사람은 꽤 있는 편이지만 그때만 해도 마술은 생소한 분야였습니다.

단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말년의 남아도는 시간을 그 책과 함께 보냈습니다. 큰 준비물은 필요 없었습니다. 동전 몇 개와 카드 한 벌만 있으면 되니까요.

동전이야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카드를 부대 안에서 사병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하지만 휴가 나와서 몰래 가지고 들어간 카드로 모두 자고 있는 취침 시간을 이용해 연습을 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간부들에게 마술을 보여준 덕분에 저는 암묵적 동의 하에 카드를 소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병 장기자랑에도 나가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마술이란 것은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의 마음도 아주 쉽게 풀어 줄 수 있는데다 시연자가 말을 잘 못하더라도 상대를 즐겁게 해 주는 능력이 있습니다. 첫 만남을 좋아하지만 말을 잘 못하는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마술이란 것은 여러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술이 지닌 속임수도 속임수지만 유머와 마임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질 때 그 효과가 극대화 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마술사들이 사람과 어떻게 대화하는지를 보고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제대 후에는 무작정 카드 한 벌만 들고 길거리로 나가 지나가는 사람을 상대로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떨리고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연습량이 많아지면서 점점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에 능숙해지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를 처음 만난다는 것은 무척 떨리고 기대되는 일입니다. 군 시절 만난 <이은결의 눈으로 배우는 마술책>은 첫 만남의 자리에서 벙어리가 되어버리는 저를 꽤 재미있는 녀석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은결의 눈으로 배우는 마술책>은 저에게 마술 뿐만 아니라 자신감과 용기를 주었고 더 나아가 더 많은 사람을 선물로 준 것입니다.

세계 제일 마술사 이은결의 눈으로 배우는 마술책

이은결 지음,
넥서스,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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