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법 최다 위반 까르푸가 '바른외국기업'?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선정 기준에 논란 일어

등록 2004.10.26 15:08수정 2004.10.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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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6일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바른외국기업상 시상식에서 이봉진 한국까르푸 상무가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으로부터 바른외국기업상 우수상을 수여받고 있다.

26일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바른외국기업상 시상식에서 이봉진 한국까르푸 상무가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으로부터 바른외국기업상 우수상을 수여받고 있다. ⓒ 경실련 제공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연구소(소장 정재영)가 26일 제4회 바른외국기업상 우수상에 9건의 공정거래법 위반 경력이 있는 한국까르푸를 선정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는 이날 개최된 바른외국기업상 시상식에서 "한국까르푸가 대상기업 가운데 총점 7위를 차지했고, 비제조업 분야 외국기업 중에서는 비자금 제공으로 시상대상에서 제외된 호텔롯데를 제외하고 1위를 기록했다"며 "한국까르푸에 비제조업 분야 바른외국기업상 우수상을 시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실련은 선정 이유로 한국까르푸의 공헌성을 들었다. 경실련이 이날 행사장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까르푸는 외국기업 비제조업체 가운데 공헌성 분야 3위를 기록할 정도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의범(강원대 교수) 다국적기업평가위원장은 시상식에서 "내부 기준에 따라 평가한 결과 기업의 공헌도가 높이 평가돼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쪽 높은 정규직 비율·수익 재투자 등 높이 평가

한국까르푸의 실사와 평가를 담당했던 김지환 서울사이버대 교수도 "한국까르푸는 다른 대형할인마트와는 달리 전체 직원의 62%가 정규직"이라며 "이와 함께 한국까르푸가 수익을 전부 한국에 재투자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노동행위, 불공정행위 등으로 정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한국까르푸에 바른외국기업상 우수상을 수여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까르푸는 올해초 '서면계약 미체결'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고, 지난 2002년에도 선물배달사고손실 부당전가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는 등 최근 5년간 9차례의 공정거래법과 1건의 하도급법을 위반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할인점 업계 최다이다. 다만 이 가운데 '납품업체 대금감액 강요'와 관련한 한 건은 공정위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에서 한국까르푸가 승소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9일에는 인천지방법원에 의해 한국까르푸 계산점 대표이사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혐의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로 노조의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경실련 평가결과에서도 한국까르푸는 공헌성을 제외한 윤리성, 준법성, 성과성 어느 항목에서도 20위안에 들지 못했다.

한국까르푸 노조 "부당노동행위로 4차례나 유죄판결 받았는데 바른기업?"


김경욱 한국까르푸 노조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까르푸는 국내 할인점 가운데 공정거래법을 가장 많이 위반했을 뿐 아니라 부당노동행위로 유죄판결을 4번이나 받았고 고객만족도도 거의 꼴찌 수준"이라며 "경실련이 어떤 기준과 항목으로 이렇게 평가했는지 의아스럽다"고 경실련의 평가결과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또 정규직 비율이 62%라는 경실련 쪽의 평가근거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아마도 정규직 62%라는 수치는 2003년 6월 통계인 듯 보인다"며 "현재 비정규직이 점점 더 늘어나 관리직을 제외하면 50:50 수준에 이르렀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지환 교수는 "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조원이 전체 직원의 소수인 250명이었고 나머지는 거의 노사협의체에 가입돼 있었다"면서 "모두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한국까르푸가 노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데다 빚어진 갈등도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바른외국기업상은 매년 시상을 하기 때문에 2∼3년 전에 발생한 문제는 배제되고 있다"며 최근 1년을 중심으로 평가했음을 강조했다.

박의범 다국적기업평가위원장도 "한국까르푸의 공헌성 등과 비교해 볼때 큰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심사기준의 공정성을 재확인했다.

한국까르푸 "경실련 선정배경에 코멘트할 입장 아니다"

한편, 고승태 한국까르푸 이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실련에서 주관, 지난 1년 동안 자료에 근거해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서 수상한 것이므로 우리가 경실련 선정에 대해 코멘트할 입장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의 지적에 대해서도 고 이사는 "노조원은 전체 직원 가운데 3~5%에 불과하다"며 "한국진출 이후 시행착오를 겪어왔지만, 경실련이 우리 회사에 상을 준 것은 지난 1년 동안의 자료를 근거로 해서 수상한 것이니 만큼 의미는 더 크다"고 말했다.

고 이사는 "수상 때까지 자료제출이나 면담 등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쳤다"면서 "그러한 자료를 토대로 경실련이 선정을 했기 때문에 노조 주장에 대해 코멘트 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바른외국기업상 어떻게 심사했나

바른외국기업상은 지난 2000년 9월 출범한 경실련 다국적기업평가위원회가 다국적 기업의 건전화를 유도하기 위해 2001년 11월 처음 시상한 상이다. 바른외국기업상 선정업무를 맡고 있는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는 이번 제4회 바른외국기업상 선정을 위해 지난 1월부터 지표개선을 위한 워크숍을 비롯해 10여개월동안 평가위원 13인과 경실련 사무국이 '정량'과 '정성' 평가과정을 거쳤다.

2003년 6월 30일까지 산업자원부 외국인투자현황에 등록된 기업 1만4765개사 가운데 투자금액 600만 달러 이상, 투자비율 80% 이상인 기업 621개사를 1차 대상기업으로 선정한 뒤, 금감위에 공시된 기업과 매출액 500억 이상의 조건을 충족한 151사를 2대 대상기업으로 선정해 평가작업에 돌입했다.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가 평가를 위해 활용한 4대 평가모형은 준법성(100점), 윤리성(150점), 성과성(100점), 공헌성(150점)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한국까르푸가 높은 점수를 획득했던 공헌성 항목은 ▲재투자율(30점) ▲외자도입액(30점) ▲고용창출효과(30점) 등 8개 세부항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러한 정량평가와는 별도로 공시자료 및 언론 보도자료, 실사방문에 의한 평가자료 등 정성평가도 추가로 진행돼 점수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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