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감을 올려다 보고 있는 운흥사 혜원 주지스님강형구
그러자 친구는 감에 또 하나의 감이 들어있는 그런 감은 세상에 없다면서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고는 허튼소리 말라며 다그쳤다.
" 이 가시나가 지금 거짓말을 하는구나. 그치?"
" 아니란 말이다. 운흥사에 가면 진짜로 감속에 작은 감이 또 하나 들어있는 연화감이 있단 말이다."
" 그럼 너 나하고 내기하나 할 수 있니?"
친구는 대뜸 그녀에게 내기를 제안했던 것이다.
" 무슨 내기?"
" 만약에 전라남도 나주 운흥사에 감속에 작은 감이 들어 있는 그런 연화감이 있다면 내가 너에게 텔레비전을 한대 사주고 그렇지 않다면 네가 나에게 텔레비전을 한대 사주기로 하자. 내기 할 거니?"
이 말을 들은 그녀는 그 자리에서 친구와 내기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그 내기를 약속했던 때는 이미 초겨울이라서 연화감은 다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 둘은 이듬해 가을에 운흥사 연화감이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긴 겨울이 가고 새로 감꽃 피는 봄이 오고 풋감이 살져 오르는 폭염의 여름이 가더니 이윽고 가을이 왔다. 둘은 그때까지 서로 했던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그해 가을 감이 붉게 익어가는 시절 둘은 부산에서 전라남도 나주시 운흥사를 향해 함께 오게 되었다. 운흥사에 도착한 그녀들은 주렁주렁 익은 감 하나를 따서 떨리는 마음으로 물렁한 벌건 감속을 벌렸다. 보드랍고 붉은 감의 살 속에 작은 또 하나의 감이 앙증맞게 도사리고 앉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