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87

숨겨진 비밀 (5)

등록 2004.10.29 12:11수정 2004.10.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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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쎄 그건 정말 말도 안 되지.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그분이 직접 그러셨어. 정말이라니까. 형도 알다시피 그분은 허튼 소리 같은 건 안 하시는 분이잖아.”
“흐음! 그렇긴 하지만…”

“형, 잘 생각해봐. 그분이 정말 외삼촌일지도 몰라.”
“아니라니까 왜 자꾸 그래? 너도 알다시피 내 외삼촌들은 모두 돌아가셨잖아.”


“아냐, 형 외삼촌 가운데 죽지 않은 분이 한 분 계셔.”
“누구…? 없어. 그건 너도 알잖아.”

“아냐. 계셔. 형은 원래 외삼촌이 일곱 분이나 되잖아.”
“그래. 그렇게 많았지. 헌데, 다섯 분은 온역(瘟疫 : 염병)이라는 돌림병이 창궐하였을 때 돌아가셨다고 그랬어.”

“맞아, 또 한 분은 야생마를 길들이던 중 떨어지는 바람에 목이 부러져 돌아가셨다고 들었어.”
“그래! 그리고, 어머니의 유일한 동생이자 막내인 막둥이 삼촌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셨지.”

“맞아, 그래서 사람들이 호환(虎患 :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당하였을 것이라 했잖아.”
“그래. 태극목장 주변엔 유난히도 대호(大虎)들이 많았으니…”

“헌 데 말이야. 형의 일곱 번째 외삼촌이 대호에게 당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안 그래?”
“그야, 그렇지. 그럼 너… 설마 무언공자가 내 일곱째 외삼촌인 곽인열(郭仁烈), 그분이라는 소리야?”


“그래, 그래야 말이 되는 이야기가 있어.”
“그게 뭔데?”

이회옥은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는 장일정을 바라보았다.


“내가 만든 환세음양단은 소림사의 대환단보다도 더 뛰어난 효능을 지닌 절세영단이야. 이 세상에 단 세 알밖에 없었고.”

“그래. 그 이야긴 들어서 알아.”

“형이 그걸 싼 종이를 들고 와서 그 냄새를 맡아본 기억이 있다고 했잖아.”
“그래. 분명히 맡아봤던 냄새였어.”

“지금 와 생각해보니 형이 규환동에 처음 갇혀 있을 때 무언공자가 그걸 형에게 복용시킨 모양이야. 그러니까 형한테 그 종이가 있었던 거고, 냄새도 기억나는 거야.”
“……?”

“만일 그분이 외삼촌이 아니라면 그 귀한 걸 왜 먹였겠어?”
“그, 그럼……?”

“맞아! 모르긴 몰라도 뭔가 밝힐 수 없는 내막이 있어 무언공자 행세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설마…?”

“아냐, 그럴 수도 있어.”
“에이, 설마…!”

이회옥은 전신에서 소름이 돋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규환동에서 혼절하였다가 일어났을 때 왜 반 갑자 정도 되는 내공이 있었는지를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감정을 느꼈는지 장일정도 말없이 시선만 보냈다. 이때 누군가의 음성이 있었다.

“하하, 녀석들! 그렇게 떠들면 온 세상이 다 알겠다.”
“헉! 누, 누구…?”
“소, 소생 장일정이 공자님을 뵙습니다.”

장일정이 정중한 포권을 하자 무언공자는 못 마땅하다는 듯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가 이회옥에게 고개를 돌렸다.

“소생이라니? 소질이라고 하라니까. 앞으론 그렇게 인사해. 알았지? 그나저나 너희들 좀 더 주의를 해야겠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임마! 처마 아래서 너희들이 한 이야기를 엿들은 놈들이 몇이나 되는 줄 알아?”
“예에? 누가 엿듣다니요? 그럴리가요? 거긴 아무도 없을 텐데. 에이, 잘 못 보셨겠지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는데…”

장일정은 깜짝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천의방 방주 집무실은 사방이 각종 의서(醫書)가 보관된 서실로 둘러싸여 있다. 방주가 언제든 원하는 의서를 꺼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화재로부터 서책들을 보호하기 위해 석재로 지어진 이 전각들의 주변엔 나무 한 그루 없다.

다시 말해 방주의 집무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받지 않는 가운데 의술 정진에 전념케 하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전임 방주인 속명신수 담천우와 그 일당들은 이곳에서 의술을 연구하기는커녕 마음놓고 음모를 꾸몄다.

덕분에 장일정만 죽도록 고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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