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주최사 "공연취소..이중판매 아닌 진행미숙 탓"

'라이브 패스트 2004' 무산 놓고 언론-주최사간 논란 일어

등록 2004.11.01 12:04수정 2004.11.0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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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대체 : 1일 밤 10시]

공연취소 주최사 "이중판매 없었다...공연 진행미숙 탓"...공연비 전액 환불



보아, 비, 신화, jtl 등의 가수가 출연 예정이었던 '라이브 패스트 2004' 공연 취소 사태는 '티켓 이중판매'가 아니라 주최사와 공연 대행사간의 계약 문제와 공연 진행 미숙 탓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최사는 인터넷 판매업체를 통해 입장료 전액 환불 방침을 밝혔다. 현재 이번 행사 티켓판매 대행사인 티켓파크에서는 '전액환불'에 대한 공지가 떠 있다.

이 사건을 초기에 조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라이브 패스트 2004'의 주최사를 조사한 결과 이중 판매는 없었다"고 밝혔다. 행사 주최사인 '에이븐'의 고위 관계자도 "대표의 명예를 걸고 이중판매는 전혀 없었다"며 "인터넷 판매에 대해서는 판매 대행을 했던 회사에서 환불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공연이 취소됐던 첫 번째 이유는 공연 대행을 맡겼던 C사와의 계약 관계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행사진행, 경호 등 공연 대행을 C사에게 맡겼고 행사진행비의 70%는 이미 지급했다. C사 측에서 잔금을 달라고 했으나 우리는 공연이 끝난 뒤에 준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 공연 하루 전인 30일 오후 4시에 행사를 못하겠다고 통보가 왔다. 물론 계약서 상에는 (지난)20일 정도에 돈을 지불해준다고 했다."

- 계약서에는 20일에 준다고 했단 말인가.
"우리는 행사를 완벽하게 진행하면 100% 주겠다고 했다. 물론 공연을 포기하고 법적으로 갈 수도 있었다. 이미 예매를 받은 상황에서 관객들이 외국에서도 많이 오고 장애인들도 올텐데 무리가 따르더라도 공연을 강행했던 것이다. 생돈 들여서 하루만에 준비하려고 노력했고 여러 가지 미숙했던 탓에 행사가 취소된 것이다."


- 그렇다면 이중판매 이야기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
"언론에서 2~3만명이 왔다고 했는데 그 정도 왔으면 아무 걱정도 안 한다. 이번에 판매된 티켓은 인터넷에서 3천여장, 여행사를 통해 외국인에게 판매한 1500여장, 장애인 3백명, 초대권 3천여장까지 총 8천여명 밖에 안됐다. 현장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왔다갔다했기 때문에 많아 보였을 것이다."

이에 대해 C사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계약을 해지했던 것은 잔금도 잔금이지만 무리한 좌석배치와 판매로 안전문제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에이븐 측은 관례상 최대 9천석 규모의 종합운동장 그라운드석에 1만5천여석을 준비했다. 지금까지 에릭 클립튼이나 조용필 콘서트 등 대형 공연 때도 그라운드에는 9천석만을 수용했다. C사측에서는 좌석을 줄일 것을 요구했고, 잔금을 치르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내용증명을 두 차례나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주최측에서는 답변이 없었다. 결국 최종 시안인 30일,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C사의 주장이다.

경찰 "경호, 안내원 전혀 없어... 좌석 구분 없어 혼란 야기"

한편 공연 당일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수서경찰서 고위 관계자 역시 "이중 판매는 사실 무근"이라면서 당일 공연 취소는 "진행 미숙탓"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찰이 현장에서 조사한 당시 정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VIP와 S, A1, A2 등 좌석의 구분이 제대로 돼지 않았다. 또 공연장 내부에 경호요원이나 안내원이 전혀 배치돼지 않아 등급에 상관없이 먼저 온 사람이 좋은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자리가 겹치는 관객들이 늘어났고 이를 항의하는 팬들 때문에 공연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또 팬들의 좌석이 무대 2m 앞까지 나와 안전상에 큰 문제가 있었다. 사고의 위험이 따랐기 때문에 공연을 지속할 수 없었다."

그는 "100명도 안 되는 인원이 8천여명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주최사에서) 경찰에게 경호를 부탁해 '우리가 경호원이냐'고 면박을 줬다"며 "주최사는 팬들의 혼란을 예상 못했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1신 : 1일 낮 12시 5분]

a 관객들이 31일 '라이프 패스트 2004'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공연은 주최측의 '이중좌석'으로 취소됐다.

관객들이 31일 '라이프 패스트 2004'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공연은 주최측의 '이중좌석'으로 취소됐다. ⓒ 안티라이브패스트카페

a 공연이 취소된 뒤, 임시로 마련된 좌석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다.

공연이 취소된 뒤, 임시로 마련된 좌석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다. ⓒ 안티라이브패스트카페


보아, 비, 신화, jtl 등 최고 인기가수들이 출연 예정이었던 공연이 이유 없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네티즌들의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다른 공연 기획자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31일 오후 6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번 공연은 2시간이 지난 저녁 8시가 지나서야 취소 사실이 알려졌다. 기획사인 에이븐 측은 '이중 좌석 배치' 때문에 공연이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소속사 홈피 폐쇄... 기획사 홈페에 분노글 쇄도

공연이 취소된 뒤 기획사 홈페이지(www.livefast.co.kr)에는 네티즌들이 분노에 찬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당일 밤부터 오늘(1일) 오전까지 약 500여개의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환불을 요구하며 주최측의 대책을 촉구했다. "어제 공연을 3시간동안 기다린 관객 중 한 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이디 '엄중처벌'은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으로서 환불과 함께 시간과 교통비 등 어떻게 대책을 마련 할 것인지 발표하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그렇지 뭐'라는 냉소적인 제목을 단 네티즌 '나나'는 "다른 나라 공연시스템이 어떤지 좀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그러니까 다른 나라에서 '사기천국' 이라고 하는 거야"라고 꼬집었다.

초등학생 딸을 공연에 보냈다는 이정희씨는 "딸이 생전 처음으로 라이브 패스트라는 큰 공연을 본다기에 며칠 뒤에 있을 중요한 시험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 풀고오라고 보내줬더니 밤 10시쯤 와서 공연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어린애의 큰 바람을 짓밟은 것도 문제지만 딸아이가 가장 분개한 것은 국제적 망신을 시켰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네티즌 중 일부는 언론의 보도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아이디 '아스'는 "관객들의 난동 때문에 공연이 취소됐다고 뉘앙스를 보이는 언론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연에 다녀왔던 네티즌들은 다음에 안티카페(cafe.daum.net/fkdlqmvotmxm)를 만들어 당일 정황이나 사진, 환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업계관계자 "황당... 언론보도 맞다면 사기"

a 팬들은 공연이 끝난 뒤, 다음에 카페를 만들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팬들은 공연이 끝난 뒤, 다음에 카페를 만들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이번 공연의 주최사인 에이븐 측은 1일 정오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 역시 현재 열리지 않는다.

이번 행사 취소에 대한 업계 반응 역시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한 공연 기획자는 "언론 보도가 맞는다면 사기"라며 "흥행이 부진했는데 어떻게 이중 좌석이 될 수 있는가, 요즘은 다 전산처리로 표를 팔기 때문에 좌석이 더블되는 일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물론 일정양은 온라인 판매를 하고 나머지는 직접 업체나 거래처에 팔면서 이중으로 판매했을 수 있지만 6~7천장이 그랬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의아해했다.

또 다른 기획자는 "이런 식으로 이중 티켓 판매로 공연이 취소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다만 흥행이 부진해서 하루이틀 전에 취소한다든지, 출현진의 사고로 부득이하게 취소된 사례들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 티켓 판매를 담당했던 '티켓파크' 관계자는 "이번 공연에서 우리의 판매수량은 3천여장 밖에 안됐다, 나머지 좌석이 안나가니까 기획사에서 이런저런 프로모션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이는 일본인을 상대로도 했을 것이고 일반 기업이나 팬들을 상대로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험이 많거나 잘하는 기획사가 아니다 보니 좌석 관리가 안 된 것 같다"며 "당일 현장에서도 공연이 제대로 안됐지만 그 전 티켓판매부터 관리가 안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 오전에 에이븐측과 연락이 됐다, 오후 중으로 환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듣기로는 (에이븐 대표가) 오전에 업체들과의 문제 등으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들었고 내부에서도 여러가지를 놓고 논의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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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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