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대웅전과 각황전 계단에 숨은 미학

등록 2004.11.01 14:48수정 2004.11.0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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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화엄사엔 남다른 게 있다. 사찰을 여러 곳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사찰 내 큰 건물은 대웅전 하나라는 것 정도는 아는 상식. 그러나 화엄사엔 각황전이라는 규모가 큰 건물 하나가 더 있다.

각황전과 대웅전은 시대를 달리하여 지어졌기에 자칫 소홀히 여기거나 헐어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대로 보존한 채 서로를 인정하고 불사한 것이다. 사찰 내에 큰 건물은 하나라는 상식을 거슬러 가면서까지…. 그건 어울림의 미학이었다.


그러나 화엄사엔 다르지만 어울리는 또 하나의 사물이 있다. 대웅전 올라가는 계단과 각황전 오르는 계단의 형태와 모양이 다르다는 것. 만약 오늘이라도 화엄사를 방문한다면 그 계단의 형태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곳엔 또 하나의 다름의 미학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a 대웅전으로 오르기 위한 계단 (분리대가 계단보다 올라와 있다)

대웅전으로 오르기 위한 계단 (분리대가 계단보다 올라와 있다) ⓒ 서정일

대웅전 오르는 계단은 계단과 계단 사이에 상하로 길게 뻗어 있는 분리대가 계단보다 올라와 있다. 이와는 반대로 각황전 오르는 계단엔 그 분리대가 계단보다 아래로 내려와 있다는 것이다.

"대웅전의 계단은 신라식 계단입니다. 그리고 각황전 오르는 계단은 백제식 계단이지요. 오르시면서 뭔가 미묘하지만 다름을 느끼지 않으셨습니까?"하고 말하는 진조 스님.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아름다운 신라식 계단인 대웅전의 계단은 넓이가 넓고 길이도 긴 반면, 위엄이 있고 장엄하며 기백이 있는 느낌을 받는 백제식 계단인 각황전 앞의 계단은 좁고 짧다는 설명이다.

a 각황전으로 오르는 계단 (분리대가 계단보다 아래에 있다)

각황전으로 오르는 계단 (분리대가 계단보다 아래에 있다) ⓒ 서정일


화엄사라는 곳은 참으로 대단한 사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소한 것도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하고자 했다는 그 마음이 세상의 모든 것을 포용하고자 하는 넓은 마음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한 것을 알아냈다는 기쁨보다 화엄사라는 사찰의 그 넓은 포용의 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 더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화엄사 문을 나서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속세도 화엄사의 그 깊고 넓은 뜻처럼 다양함을 수용한 채 다양한 의견들을 잘 반영하여 요소요소 배치하는 어울림의 미학을 실천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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