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투표 무산되지 않았다
단체행동권 있다고 사사건건 파업 안해"

[긴급인터뷰]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

등록 2004.11.10 05:34수정 2004.11.10 09:44
0
원고료로 응원
a 김영길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김영길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 중 대만과 한국만 공무원노조를 허용하지 않는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중 대한민국만이 유일하게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가장 꼴찌로 노조를 허용한다면 선진 각국의 사례를 모아 최대한 좋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그런데 세계에서 제일 늦게 만들면서도 가장 쓰레기 같은 법을 만들려고 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영길(47) 위원장은 다소 격앙된 어투로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김 위원장은 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마치 파업 등 극단적인 행동만을 하려는 것으로 오인 받고 있는데 이는 오해"라며 "파업이 아닌 제대로 된 노동3권을 위해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5일 총파업을 앞둔 가운데 공무원노조는 9일과 10일 양일간 총파업을 묻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원천봉쇄로 사실상 투표가 무산된 상태다.

그는 "(정부에서) 특별법안을 철회한다면 노동관계 일반법에 의한 공무원노동 기본권을 전제로 모든 것을 열어놓고 대화할 것"이라며 "일정 부분 규제할 것은 규제할 수 있다"고 정부에 타협의사를 밝혔다.

그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노동 3권'에 대해 "정부의 법안은 단체행동권 불인정 뿐 아니라 노동3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한 뒤 "단체행동권이 주어지더라도 마지막으로 대다수 국민 이익과 배치해 권력 이익을 강요할 때만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국가권력을 견제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총파업 투표는 무산된 것이 아니다"라며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투표가 무산됐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 있다"고 말해 투표 없이도 총파업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여론은 공무원노조에 불리한 상황이다. 특히 '신분이 보장되고 많은 연금을 지급받는 공무원'에 대한 일반 국민의 상대적인 박탈감도 큰 상태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일정 부문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또 불리한 기사들을 쏟아내는 언론에 대해서 "보수 언론에는 기대도 안한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인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9일 밤 시내 모처에서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그는 "일시적 불편을 참아준다면 훨씬 더 많은 편안함을 드릴 것"이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 총파업 찬반투표가 거의 원천봉쇄 됐다. 무산됐다고 봐도 되는 것인지.
"투표 무산이란 말은 아직 쓰지 않는다. 내일까지가 (공식 투표)일정이다. 다만 내일도 투표진행은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투표가 무산됐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 있다. 언론에서 하도 '파업, 파업' 하니까 우리가 마치 파업 등 극단적인 행동만을 하려는 것으로 오인 받고 있는데 이는 오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파업이 아닌 제대로 된 노동3권을 위해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 정부와 대화 노력을 충분히 했나? 정부에서는 공무원노조가 지나치게 강경하다고 말한다.
"참여정부 초기 김두관 장관 시절에는 공직사회 개혁에 공무원노조가 한 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후 2기에 접어들면서 강경 기조로 서서히 변했다. 그리고 총선 이후 오히려 정부의 탄압이 극에 달했다. 그리고 지금은 정부가 이성을 잃고 우리를 탄압하고 있다. 오늘 투표율 저하도 그런 측면에서 봐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

- 타협의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우리는 기본적으로 정부를 믿지 못한다. 하지만 정부의 특별법안을 철회한다면 그 상태에서 노동관계 일반법에 의한 공무원노동 기본권을 전제로 모든 것을 열어놓고 대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일정 부분 규제할 것은 규제할 수 있다."

"투표 무산돼도 대비책 있어...특별법 철회하면 대화 나설 것"

- 대부분의 언론에서 불리한 기사를 내보내는데. 특히 <연합뉴스>에서 경북 일부 지부장이 사퇴했다는 등 오보를 했다는데.
"보수 언론은 기대도 안 한다. 때문에 말하고 싶은 것도 없다. 최근에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사무실 들락거리는 언론사 소속 기자들도 온다. 기자 개개인들은 어느 정도 우리에게 우호적이다. 다만 어떤 식으로 쓰더라도 데스크에서 정리가 되니까. '전공노'라는 표현을 정부와 보수언론에서 쓰는데 강하게 거부감을 느낀다. 우리의 이름은 우리 스스로 짓는다. 약칭은 '공무원노조'라고 우리의 규약에 나왔다. 기자들이 공무원노조라고 쓰면 데스크에서 전공노로 바꾼다고 한다."

a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부의 법안은 노동3권을 원천적으로 부정"

- 사실 이번 정부와의 대치에서 쟁점은 단체행동권이다. 그런데 공무원에게 단체행동권을 허가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고 정부에서 밝혔다.
"정부의 법안은 노동3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한다. 법 제목만 '노동조합' 인정이라고 했지 내용은 철저히 활동을 묶기 위한 것이다. 단체행동권 논란이 본질이 아니다. 우선 단결권은 노조가 자주적으로 정해야 한다. 그런데 법안에서는 6급 이하 공무원만 가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중 업무를 총괄 감독하는 자는 가입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각 시·군·구 기초단체에 가면 6급이 모든 업무를 총괄 감독한다. 결국 7급 이하가 가입대상이 된다.

또 중앙부처에서는 4급 서기관이 실무를 맡지만 지방에 가면 국장급이다. 일률적으로 급수를 예단할 게 아니라는 소리다. 단체교섭권 역시 법령·예산·정책 부분은 교섭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노조는 조합원의 근무여건 등 권익향상 도모가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령, 예산 등에 걸리지 않는 것이 없다. 결론적으로 단체교섭권도 없는 것이다. 단체행동권 금지 자체도 문제지만 정상적인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는 '살인미수죄'의 처벌에 해당한다.

이렇게 계속 가면 국제적인 망신당한다.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해서 하면 되는데 '교원노조 운영에 대한 법률'이 있다. 공무원 관련 특별법이 생기게 된다면 곧 교수노조에 대한 법률도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처럼 경찰, 교도관, 소방관 등도 다 법률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정부와 노조측에서 똑같이 외국의 사례를 두고 반대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된 것인가.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 중 대만과 한국만 공무원노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중 대한민국만이 유일하게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 가장 꼴찌로 노조를 허용한다면 선진 각국의 사례를 모아 최대한 좋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그런데 유독 공무원노조 허용에 대해서는 세계에서 제일 늦게 만들면서도 제일 쓰레기 같은 법을 만들려고 한다.

정부에서 독일에서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데, 독일은 100여년 긴 투쟁 속에 노사가 마주 앉으면 모든 것이 신사협정으로 정리가 된다. 행동권이 필요없다. 대한민국은 합의서 쓴 뒤에도 뒤돌아 언제 그랬냐는 식인데 독일 예를 드는 것 어불성설이다. 프랑스, 영국 뿐 아니라 EU 가입단체는 대부분 노동 3권을 보장한다. 정부에서 미국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50개 주 중 10개 주는 노동 3권을 완벽히 보장한다. 심지어 90년대 초 독립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조차 마찬가지다."

- 신분보장, 연금 등 많은 것을 누리는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현재 어림잡아 90여만 명인데 이미 98년 구조조정 이후 26만명이 나갔다. 현재 개방형 운영제로 30%까지 인원을 채운다고 한다. 또 인턴을 20%로 늘릴 예정이다. 그렇다면 50%가 비정규직이다. 신분보장이 될 수 있나? 연금 부분도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다는데 이는 60년대 군정 시절에 박봉이라는 전제 하에 노후에라도 보수 보존 차원에서 연금을 많이 보장한다고 해서 생겨났다. 지금의 국민연금과 차이난다고 비교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다. 더구나 공무원은 퇴직금도 없다."

"행동권, 국민 이익에 반해 권력 이익 강요할 때만 쓸 것"

a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단체행동권을 획득하면 서비스의 질이 낮아진다는 말도 한다.
"공무원노조가 지금 투쟁하는 것이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것인데 활동을 정상적으로 한다면 서비스의 질은 한층 더 높아진다. 이(공무원노조) 조끼를 입고는 대충 못한다. 한 예로 지난 3월에 충북지역에 100년만에 폭설이 왔다. 당시 주민들이 '공무원노조 아니면 (복구지원을) 안 받겠다'고 했단다.

나도 20년 넘게 공무원 했지만 기관에서 생색내기로 며칠 피해복구를 나간다. 오전 9시 나가서 오전 11시 현장에 도착한 뒤 조금 일 하다가 오후 3시쯤 일 끝내고 오후 4시에 사무실로 들어가서 퇴근한다. 기관측에서 온 공무원도 많았는데 노조사람들과 비교된 것이다. 사무실에서도 관습적으로 민원들에게 불친절하게 했더라도 자신을 추스르는 고민을 한다.

공무원이 파업을 하면 불편하다고 하는데 단체행동권을 확보하더라도 사사건건 파업하지는 않을 것이다. 행동권은 마지막으로 다수 국민의 이익과 배치해 권력의 이익을 강요한다면 쓸 것이다. 결국 기득권자들이 노조가 자기 기득권을 침탈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기득권 세력들의 위기의식이라고 보면 된다. 그게 근본적이 원인이다."

- 파업은 강행하나? 지금 분위기로는 동참자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파업을 강행할 것이다. 장담할 수 없지만 일부 강경탄압에 의해 위축된 사업장도 있고 오히려 더 분노를 느끼는 사업장도 있다. 전체적으로 당초 예상했던 전 지부 파업, 2만명 상경 수도권 투쟁에 특별한 변동은 없을 것이다. 2002년에는 한시적 연가파업투쟁인데 이번에는 연가를 내지 않는다. 안됐을 경우는 상상하지 않겠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2. 2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3. 3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4. 4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5. 5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