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위한 가정폭력쉼터 전무

일반쉼터에는 장애인편의시설 등 없어 대책 마련 시급

등록 2004.11.11 14:20수정 2004.11.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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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장애인 A씨는 남편의 심한 구타로 중학생인 아들을 데리고 급히 집을 나왔다. 그러나 막상 갈 곳은 없었고 여성장애인단체의 소개로 성폭력 쉼터로 찾았지만 중학생인 아들을 받아주지 않아 결국 입소하지 못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여성 지체 장애인 B씨도 가정에서 무시와 구타 등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쉼터를 찾았다. 그러나 여성 장애인만을 위한 쉼터는 없었고 울며 겨자먹기로 비장애여성을 위한 쉼터에 들어갔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전무하고 장애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견디다 못해 한달만에 나왔다.

갈곳 없어 방치되는 경우 부지기수... 성폭력 쉼터와 통합 필요

전국의 성폭력쉼터는 16곳, 가정폭력 쉼터는 47곳이다. 그 중 여성장애인을 위한 '성폭력'쉼터는 성프란치스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부산여성장애인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3군데로 여성장애인만을 위한 '가정폭력' 쉼터는 전무한 실정이다.

여성장애인은 가정 폭력을 당해도 거동이 불편해 급박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가정폭력 쉼터가 필요하다.

한국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는 많은 여성 장애인들이 가정 내에서 남편의 구타나 언어적 폭력을 당하고도 참는 경우가 많으며 이중에서는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해 참고 사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또 가정 폭력을 당하고도 중증으로 거동이 불편해 가정 내에 방치돼 있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다.

하지만 장애인 편의 시설이 갖춰진 가정폭력 쉼터가 존재하지 않아 여성 장애인들이 갈 곳이 없는 실정이다. 한 여성장애인 상담원은 "가정 폭력을 당한 이들도 쉼터에 가기 위해서는 될 수 있는 한 성폭력으로 가장해야 한다"며 "가정 폭력과 성폭력은 치료 방법이나 접근 방법이 달라 따로 분화되어야 하는 데 그럴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여성장애인 성폭력쉼터 방영희 원장은 "쉼터를 통합 쉼터로 해서 성폭력은 물론 가정 폭력 피해자까지도 수용하고 싶었지만 여성부가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성폭력 쉼터'로 명칭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방 원장은 "어차피 가정 폭력 전문 쉼터를 지원해 줄 여력이 없다면 성폭력 쉼터와 통합 쉼터를 권장, 함께 운영해야 한다"며 "가정 폭력에 방치돼 있는 여성장애인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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