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전국적·조직적 잔머리 절세, 보도 이후

부산은 곧 보존등기 예정이지만, 다른 지역은 "글쎄..."

등록 2004.11.12 16:28수정 2004.11.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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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백화점 본점. ⓒ 오마이뉴스 박수원


부산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등이 절세 목적으로 9년째 미등기 상태로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전국에 12개 롯데백화점이 미등기로 모두 131억원의 세금을 아꼈다는 사실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된 이후 롯데를 향한 비판 여론이 뜨거웠다.

버젓이 영업을 하면서도 롯데가 등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제2조 때문.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는 경우 취득 후 60일 이내에 반드시 등기를 내야 하지만, 최초 보존등기에 관해서는 등록기일을 특별히 정해놓고 있지 않다. 따라서 최초 보존등기를 내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문제는 롯데가 법의 맹점을 이용해 보존등기를 하지 않아 지방세인 등록세와 지방교육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네티즌은 롯데의 행태를 "법망을 악용한 교묘한 범죄이며, 이는 절세가 아니라 탈세"라고 규정했고, 어떤 네티즌들은 "롯데 물건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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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비판 여론

롯데는 왜 미등기를 유지할까?

"등기를 통해 은행융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보존등기를 하지 않았다."

보존등기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롯데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현행법에 따르면 보존등기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보존등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등기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다는 의미도 가진다. 이에 대해 구청 세무과 공무원들은 "롯데그룹이 자금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굳이 등기를 통해 은행 융자를 받을 필요가 없어 미등기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한 세무공무원은 "시간이 지나면 건물의 감가상각으로 가격이 떨어져 등록세가 그 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롯데가 그 점을 이용해 보존 등기를 늦추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금력이 우수해서든, 아니면 등록세를 줄이기 위해서든 어쨌든 롯데가 미등기로 131억 원에 이르는 돈을 절세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보도 이후 롯데그룹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보존등기를 할 경우 42억원의 세금을 내야하는 부산롯데백화점 본점과 부산롯데호텔의 관할 부산 진구 세무과 관계자는 이후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11월 중에 납부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납부계획은 듣지 못했다. 부산시의 세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납부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 9월 롯데쇼핑 본사에 '보존 등기 요청 공문'을 발송했던 포항 북구청 관계자는 "본사에서나 포항 롯데백화점으로부터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보존등기 절차는 단순하다. 포항 북구청 세무과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담당 구청에 찾아와 보존 등기 의사를 밝히면 바로 등록세 고지서가 발급되고 등록세 납부가 확인되면 등기절차가 끝난다는 것이다. 롯데가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언제라도 쉽게 등기가 가능하다.


부산롯데호텔 관리담당 이사는 "빠른 시간 안에 등록세를 내겠다는 방침이며, 부산롯데백화점 본점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11월로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부산은 시점을 정확하게 못박지는 않았지만 곧 보존 등기를 통해 지방세를 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미등기 점포 12개를 가지고 있는 롯데백화점 입장은 좀 다르다.

불법도 아니지 않느냐?

롯데그룹 기업문화실 관계자는 "본사에서 따로 지침이 있는게 아니라 지방 점포별로 지역 정서와 상황에 맞게 보존등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룹차원에서 미등기 건물에 대해 보존등기를 하지는 않을 방침이라는 이야기다.

롯데 관계자는 "우리 회사가 건물로 부동산 장사하는 회사도 아니고 취득세 등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있다"면서 "불법도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 여론에 불만을 표시했다.

물론 롯데백화점의 미등기는 불법은 아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법을 개정해 기업들의 교묘한 절세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리 휘어지도록 일해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서민들이나 유리지갑 직장인들이 어떻게 롯데그룹의 조직적 미등기를 곱게 볼 수 있겠느냐고 네티즌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개인이 아니라 전 국민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야 할 대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그것도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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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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