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엔 특종·모범사원, 지금은 '정리해고'

<스포츠조선> 노조농성장...사측 "조합원=해고대상'은 아니다"

등록 2004.11.13 11:53수정 2004.11.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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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스포츠조선> 노조 조합원들.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스포츠조선> 노조 조합원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사고는 회사가 쳤다.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진 건 회사라는 소리다. 이제 던진 돌을 거둘지 말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철야농성 보름째. 지난달 29일 정리해고 예정자로 지목 받은 17명의 <스포츠조선> 노조 조합원. 이들은 사측의 발표가 난 다음날인 지난 1일부터 노조 사무실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사측에서 정리해고를 명목으로 '노조압살'을 시작했다는 것"이 그 이유. 이번 정리해고 대상자 18명 중 17명이 조합원이다. 이들은 1차 50명의 정리해고 대상자 중 희망퇴직 혹은 무급휴직을 택한 32여명의 직원을 제외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악화가 심했고 퇴직대상자 50명 중 절반 이상이 '비조합원'이라며 노조측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농성장을 찾아 농성단원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특종상 9번, 모범·노력상 2번이 정리해고 대상자?

13년차인 김아무개씨는 10여 년 간 윤전부에서 일했다. 하지만 2002년 조선일보 출판국장 출신인 하원 사장 부임 뒤 부서가 폐지되면서 타부서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직종이 바뀐 뒤 일에 적응하려고 담배 피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부단히 노력했지만 유·무형의 조합원 압박 때문에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회식자리 성회롱 사건' 이후 이에 동조한 조합원에 대한 '왕따'는 심해졌다.


"비조합원들은 조합원을 거의 모른 체 했다. 부서 사람들과 융화할 수가 없었다. 많이 힘들었지만 결코 회사를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는 이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일에 대한 열정 또한 크다."

그는 아직까지 사측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 그는 "회사에서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했던 6가지 항목 중 특히 인사고과 부분이 작위적"이라며 "객관적 항목을 공개해야 한다"주장했다.


사측에서는 '경영과 근로자보호 측면을 고려해 인사고과·징계·포상·근속연수·부양가족 수·사회소득' 등을 평가해 퇴직 대상자를 선정했다. 하지만, 노조에서는 회사측 기준에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한다.

편집국의 이아무개씨. 그는 그동안 특종상만 9번, 모범상 1번, 노력상 1번을 받았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 특종상과 모범상을 한번씩 수상했다. 그로부터 2년이 채 안된 시점에 그는 정리해고 대상자가 됐다.

그 역시 회사의 방침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철야농성에 동참하고 있는 그 역시 복직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다.

a 스포츠조선 사내 게시판에 '정리해고' 공고문이 붙어 있다.

스포츠조선 사내 게시판에 '정리해고' 공고문이 붙어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성희롱 사건 뒤 조합원 '왕따' 더 심해져"

이번 퇴직 대상자 중엔 '성희롱 사건'의 당사자도 포함됐다. 지난해 7월 모 간부가 임신한 여직원에게 "뱃속부터 (술 마시는)훈련이 돼 있어야 한다"며 강제로 술을 권한 일이 벌어졌다. 2명의 당사자들은 노동부와 여성부,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회롱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지만 '성희롱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바 있다.

당사자 2명 뿐 아니라 증인을 섰던 3명의 직원들은 이번 퇴직 대상자로 희망퇴직 권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 중 4명은 결국 회사를 떠나야할 상황에 처했다.

이날 농성장에서는 퇴직 대상자 정아무개씨와 오아무개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들 역시 직장내 금기를 깼다는 이유로 요주의 인물로 찍혀 마음고생이 심했다.

"애기 낳고 첫 출근했는데 (사람들이)인사도 받지 않았다. 이후 커피조차 마시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노조를 위해 거짓말했다는 분위기였다. 이후 우리의 문제제기를 도와준 분도 해고되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정씨는 자신 때문에 많은 조합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오씨 역시 "1년간 당한 게 억울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노조를 겨냥한 정리해고라는 비난 면키 어려울 것"

마지막으로 이영식 전 노조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전 위원장은 이번 정리해고의 문제점을 아래와 같이 말했다.

"왜 (정리해고 대상자가) 50명인지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없다. 이를 인정한다고 해도 '대상자 중 절반 정도가 비조합원이기 때문에 (형평성 등에) 문제가 없다'는 사측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 스포츠조선 직원은 280여명이다. 그 중 25명을 고른 것과 노조원 40여명 중 절반을 고른 것이 균형있는 조치인가? 노조를 겨냥한 정리해고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또, 이 전 위원장은 회사에서 인정한 모범사원과 성희롱 투쟁 여성 조합원들을 해고 대상자에 포함한 것도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합원 17명을 포함해 18명의 정리해고 대상자들은 노조조합원들과 함께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철야농성을 벌인다고 밝혔다.

"조합원이라고 퇴직대상자 된 것 아니다"
<스포츠조선>측의 입장

<스포츠조선> 관계자는 "최근 경영환경이 회사존폐가 걸린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어 자구노력을 기울였지만 월별 누적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져 불가피하게 인원감축을 하게 됐다"고 정리해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직급직능을 감안해 퇴직대상자 50여명을 선정했다. 이는 경영측면과 근로자보호측면을 합리적으로 고려한 6개 항목에 의해 정해졌다"며 "조합원 여부가 기준이 아니었음은 (50명 중) 절반 이상이 비조합원인데서도 명확히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해고를 피하기 위해 세 차례 희망퇴직과 두 차례 무급휴직 희망자를 신청 받았다. 그 결과 24명의 비조합원과 6명의 조합원이 신청했다"며 "남은 20명 중 김재현 지부장직무대행과 이재우 사무국장은 임금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구조조정 대상자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범사원과 성희롱사건 당사자가 포함된 것은 어떻게 된건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사안은 법정에 가게 되면 밝혀질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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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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