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강의 별달밤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마침내 이 물음표에 마침표를 찍을 기회가 왔다. 고흐를 찾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상을 접고 떠나는 나만의 여행테마에 살며시 고흐를 끼워 넣었다. 때마침 2003년은 고흐 탄생 150주년이 되는 해이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제일 처음 런던의 국립미술관에서 그 유명한 ‘해바라기’를 보았다. 전시실을 한참 돌고난 후, 사람들이 웅성웅성 둘러싼 사이로 설핏 그림이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어수선한 가운데서 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주변이 정리되면 맨 마지막에 차분한 마음으로 감상하기로 했다.
잠시 후 단체관람객이 빠져나가고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다. 찔끔찔끔 봐 버리면 감동이 줄어드는 게 아닌가 하는 노파심에 눈을 내리깔고 그림 앞까지 갔다. 그리고 서서히 올려다보는 순간! 흐릿한 화면으로만 보던 해바라기가 선명하고 또렷하게 떠억 하니 한눈에 들어온다.
너무 기뻐서 입이 ‘와아’ 하고 벌어지는 것을 애써 틀어막고 조심스레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런 감동도 잠시, 어찌된 일인지 숨이 멎을 것 같은 감동도, 강렬함에 빨려들 것 같은 유혹도 느낄 수 없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지만, 사진을 실물로 봤다는 감동 이외에는 다가오는 감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