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 장흥면에 설치된 '배호의 집' 이정표송영태
헌화를 마친 뒤, 다시 밴을 타고 고개를 굽이굽이 돌아 내려가 배호의 집이 들어설 일영유원지 입구 소재의 부부농원에 도착했다. 어느덧 점심 때라 배기모 회원들은 보쌈 등의 무공해 자연식 뷔페와 토속 막걸리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
나도 배추 보쌈과 된장국으로 밥 한그릇 뚝딱 비우고서 국내 연예부 기자 1호로 유명한 정홍택 상명대 석좌교수를 만났다. 배호 매니저였던 전우(작고, '누가 울어' 등 작사)씨와 더불어 배호를 친동생처럼 아꼈던 그는, "좀 더 살 수 있었을 텐데…"하고 가슴 아파했다.
"검정 테 안경이 좋지 않으니 금테 한번 써 봐라 해도 다시 검정 테 안경을 쓸 정도로 고집이 셌어요."
"배호는 스캔들이 없는 깨끗한 가수로 알려져 있는데요."
"(지방 공연 때 연예인들의 숙소인) 여관 찾아오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지만 배호가 안 좋아했어요. 한 여자만 달랐죠. 그 얘기 알죠?"
"예, 배호님이 시계를 선물해 줬다고 하는……."
"노래 그만 해라, 결혼하고 쉬라고 말했죠. 휴양 가 있어야 하는데 안 아프다고 속였어요. 조금만 (노래)해서 못 버는 때니까, 혹사해야 벌 수 있는 때니까."
"처음엔 기교적으로 부르다가 아픈 몸에 힘이 드니까 절규하듯 불렀는데, 그게 오히려 팬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갔다"고 정교수는 말했다. 그는 자신이 <한국일보> 특파원으로 미국에 주재하는 바람에 쉬라고 좀 더 말리지 못했던 걸 안타까워했다.
무덤에서 멀지 않은 공기 좋고 물 맑은 300평 공간에 배호의 집이 만들어지고 이렇게 많은 팬들이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로 배호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정 교수는, "배호의 노래가 한국인이 부르기 쉬운 곡조이며 모창하기 좋은 창법"이라는 점과 "울고 싶을 때 부르고 싶은 슬픔이 노래마다 배여 있는 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