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인천시장.오마이뉴스 유창재
이날 안 시장은 심리 시작 전에 재판장이 발언할 기회를 주자, 품속에서 미리 적은 종이를 꺼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본 사건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인천시민과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사건은 선물포장된 선물박스를 자진신고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저는 처음에 통상적으로 선물이라 생각하고 동생집에 보냈습니다.
통상적인 선물이 아닌, 거액의 현금에 놀라고 당장 부패방지법에 따라 클린신고센터에 자진신고했습니다. 신고하면서 공인으로서 합당한 절차에 따라 처리했습니다. (한편) 이기승 사장에게는 인간적으로 미안하고 기업인으로서 곤란을 겪을지 몰라 직접 (공여자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공여자를) 밝히지 못하고 적절치 못한 대응을 했지만, 돈을 확인한 순간 가지려고 한 점은 추호도 없음을 하나님께 맹세합니다."
이어 안 시장의 변호인인 정인봉 변호사는 검찰의 기소 내용에 대해 "단순 뇌물로 기소한 검찰은 (안 시장의) 공소사실 중 범죄사실에 '2억원'을 기재한 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라며 "(굴비상자를 받고 나서) 나중에 알고 보니 2억원이었는지, 아니면 실제 (굴비상자를) 받을 당시에 2억원인 줄 알고 받은 것으로 기소됐는지를 설명해 달라"고 검사의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수사를 통해 안 시장이 금품수수를 할 의사가 있었음이 판단되고 여동생 집에 (돈이 든 굴비상자를) 배달시킨 객관적 사실이 있다"며 "안 시장과 여동생이 정확히 2억원을 언제 받았는지 함구하고 있어 그 시점을 언제로 특정할 수 없는 점 등에서 사실관계에 따라 공소사실에 '2억원'을 적시했다"고 설명했다.
곧바로 검찰 측은 "안 시장과 이씨 양 당사자간의 특수성이 있고 이씨가 현재 사업자의 위치에 있어 안 시장의 면전에서 진술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안 시장을 일시 퇴정시킨 후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진술토록 했으면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안 시장과 이 대표 사건을 병합해 심리를 진행하는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안 시장이 법정에서 퇴정한 후 먼저 이 대표를 상대로 검찰 측의 주심문이 진행했고, 다음에 안 시장에 대한 검찰측 주심문이 이어졌다.
이씨 "클린센터 신고한 것 보고 '무기명 처리' 되는구나 생각"
안 시장에게 2억원을 건넨 이 대표는 "안 시장이 클린신고센터에 신고한 것을 보고 현금을 받은 것이 불편해서 '무기명'으로 공식 처리되는구나 생각했다"며 "시장도 잘됐고 나도 잘됐다고 생각했는데 (경찰에서) 수사를 한다고 해서 뭐가 잘못됐구나 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이 대표는 안 시장이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와 직접 전화를 걸어와 "수사해도 밝혀지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 "빨리 해결해달라"는 말로 불평을 늘어왔다고 진술했다.
이외에도 이 대표는 안 시장에게 2억원을 건넨 취지와 관련, 검찰 측에서 "인수한 H건설이 인천에서 잘 클 수 있게 도와달라는 취지였나"고 묻자, "반드시 그런 취지는 아니지만 돌고돌고 돌아서 해석하면, (안 시장이) 복지시설 기부금을 이야기하니까 (이를) 도와주고 (안 시장과) 관계가 좋아져 나중에 먼훗날 도와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시장 "막연히 지역 '특산품'인 줄 알았다... 나는 돈을 받은 적 없다"
이어진 안 시장에 대한 검찰의 주심문에서는 안 시장이 금품수수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와 현금 2억원이 든 굴비상자를 인천시 클린신고센터에 맡기게 된 경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특히 안 시장은 이 대표와 지난 8월 23일 저녁 자신의 집근처 H생맥주집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씨가 "조금 준비했습니다"는 말을 하자, 습관적으로 "나는 돈 같은 것은 받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안 시장은 "이씨가 멀리서 (무엇인지 모르지만) 성의로 간단한 선물을 가져왔나 보다 생각했다"며 "(이씨가) 전라도인가 광주인가에서 올라와서 막연히 지역 '특산품'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안 시장에게 "검찰조사에서 이씨가 광주에서 올라온 사실을 몰랐고 서울에서 왔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지 않나"고 추궁하자, 안 시장은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진술이 조금씩 틀리는 부분이 있는데 오래 전의 기억이라 그렇고 저는 한번도 누굴 따로 만나서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안 시장을 상대로 "공무원이라면 단순한 선물이라도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확인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고, 안 시장은 "밑반찬 같은 단순한 먹을 거라 생각했다"며 "지나고 보니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터인데, 한참 후에 확인한 것이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 시장은 '2억원'을 클린신고센터에 신고한 이유에 대해 "돈을 보면서 무섭고 겁이 났다"며 "(더구나) 며칠 지났다고 생각하니 잘못 처리하면 '뇌물수수' 의혹을 받을 수 있구나 생각이 들어 일요일 저녁에 확인하고 업무가 시작한 월요일 신고절차를 밟았다"고 진술했다.
안 시장은 또 '피고가 돈을 안받는다는 것을 평소 강조해왔고, 정말 돈인 줄 몰랐다면, 이씨에게 왜 돈을 갖고 와서 사람을 곤란하게 하느냐고 질책하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라는 검찰의 주장에 "돈을 보는 순간 잘못하면 내가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생각에 나로서는 합법적으로 빨리 처리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 진술 번복해온 안 시장에게 "참고인이라고 해서 적당히 말하는가" 질타
이외에도 안 시장은 클린센터에 돈을 신고하고도 공여자인 이씨를 비호한 이유에 대해 "일단 신고를 해서 공직자로서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났으나 (이씨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하고 기업을 하는 사람에게 타격을 줄 것 같아서 처음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몇 번에 걸친 확인에도 말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안 시장은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계속해서 진술을 번복한 것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고 (클린센터에) 신고한 입장에서 참고인 진술할 때 생각나는 대로 말하다가 피의자 상태에서 다시 말하다보니…"라고 말을 흐렸고, "검찰 진술이 다 맞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측이 "신분이 어떻든지 간에 사실대로만 이야기해야지 참고인이라고 해서 적당히 말하고 피의자 신분이라고 해서 사실대로 말하는가"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안 시장과 이씨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측 주심문만을 진행했고, 낮 12시40분께 다음 기일을 정하고 끝냈다. 안 시장에 대한 2차 공판은 오는 12월 13일 오후 4시 인천지법 318호 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