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가 2005년 국방예산안에 차기방공망(SAM-X) 사업 예산을 배정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복수의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위원회는 지난 23일 2005년 국방예산 가운데 100억원을 책정해 패트리어트 도입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 논란과 과도한 국방비 부담으로 국방비가 제출한 SAM-X 사업 예산을 2005년 국방예산안에서 전액 삭감했었다. 그런데 국회 국방위원회가 예산 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이 사업을 부활시킨 것이다.
국방위원회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사업은 예결위에서의 조정을 거쳐 12월 중순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SAM-X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한국을 MD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목표 하에 패트리어트와 이지스함 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와중에, SAM-X 사업이 부활될 조짐을 보여 이 사업을 둘러싼 타당성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방부는 미국으로부터 PAC-3을 구매하거나, 독일이 사용 중인 PAC-2를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둘 모두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패트리어트, '환상'과 '현실' 사이
실제로 미국 내에서조차 패트리어트의 성능을 둘러싸고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의 국방부와 국회가 이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반드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향후 10년간 무기 구매 비용만으로도 약 2조원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을 두고 '비용 대(對) 효과' 분석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4월 9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 미사일방어국(MDA) 소장인 카디쉬 대장이 패트리어트 결함을 인정했을 정도로 성능에도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는 현실이다.
그는 이라크 전쟁 당시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미영연합군의 전투기 2기를 격추시킨 오발 사고와 관련해 "나는 패트리어트 시스템 자체와 시스템 적용 둘 모두에 결함이 있다고 믿는다"고 진술했다.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이라크의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과는 달리, 담당 책임자조차도 패트리어트의 결함을 인정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이라크 전쟁 당시에 PAC-2와 PAC-3로 구성된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이라크 미사일 9기를 요격시켰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스커드미사일이 아니라 알-사무드와 아바빌-100 등 스커드보다 훨씬 느리고 사정거리가 짧아 요격하기가 훨씬 쉬운 미사일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미국의 일부 전문가와 언론은 1991년 당시 미 국방부가 패트리어트 미사일 요격 성공률 100%에 근접했다고 발표한 것과는 달리, 미 의회의 조사 결과 10%에도 못 미쳤고 MIT 공대 교수인 포스톨은 단 한발의 스커드미사일도 요격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한 점을 들어 이번에도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의회 조사에 참여했던 조셉 시린시온 카네기 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인 2004년 6월 27일 CBS 60분에 출연해, 미국 국민들이 얼마나 기만을 당했는지를 생생하게 진술했다.
그는 패트리어트의 44번의 요격 시도 가운데 성공한 것은 2~4번 수준이라며, "때로는 발사되지도 않은 미사일을 요격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환상적인 요격률을 보인 것으로 착각한 것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공중에서 터지면 이것을 미사일 요격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 의회 조사 결과에 대해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던 미국 국방부는 2001년이 되어서야 패트리어트가 걸프전에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아군 전투기 잡는 미사일
그렇다면 패트리어트의 문제점은 개선되었을까? 여전히 패트리어트가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03년 이라크 침공 때 미군과 영국군 항공기 1대씩을 격추시켰고, 1대는 격추 직전까지 갔다는 점이다. 1대가 격추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패트리어트 시스템이 오류를 수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시스템을 만든 레이시온사의 기술자가 황급히 "발사하지 마라"며 작전병을 말렸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레이더가 잘못된 목표물을 지정해 패트리어트 작전병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즉, 레이더가 자국군 항공기를 적의 미사일로 오인한 것이 사고의 중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육군 보고서조차도 "전장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시스템은 표적 식별에 실패하기도 하고, 적이 미사일을 발사하지도 않았는데 미사일을 식별해 스크린에 보여주기도 한다"며 치명적인 결함을 인정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라크 침공 5일인 3월 25일에는 미국의 F-16 전투기가 패트리어트 부대를 공격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시 이 조종사는 자신의 전투기가 적의 방공망 레이더에 포착되었다는 신호를 받고 자위 차원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의 패트리어트 부대였다는 것이다.
패트리어트는 완전 자동화된 시스템이다. 레이더가 물체를 추적하면 컴퓨터가 물체를 식별해 기호로 스크린에 표시한다. 작전병은 불과 몇 초 만에 요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스템의 오작동이나 작전병의 오인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패트리어트 부대를 동행 취재한 로버트 릭스 CBS 기자는 "끔찍한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듯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패트리어트 레이더의 오작동과 작전병의 오인은 항공기와 미사일이 집중된 전장에서 나타나기 쉽다. 이는 걸프 지역보다 훨씬 군사력이 밀집된 한반도에서 패트리어트 시스템의 오작동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라는 점을 말해주기도 한다.
패트리어트는 이처럼 실전에서만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 아니다. 2002년 2월 16일부터 5월 30일까지 네 차례 실시된 작전 실험(operational testing)에서 모두 7기의 PAC-3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2기만 요격에 성공한 것이다. '통제된 실험'에서조차도 요격 성공률이 30%도 안 되는 초라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특히 3기는 발사조차 되지도 않았다. 이는 실전에서의 요격 성공률에 대한 신뢰도가 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노후한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하는 것이라면
이처럼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시스템 상의 많은 결함을 갖고 있고 한반도 전장 환경에서는 더욱 심각한 결함을 나타낼 수 있으며 MD 참여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더구나 SAM-X 사업은 '중복 투자'의 성격까지도 갖고 있다. 비록 나이키 미사일이 노후한 것이 사실이지만, 공군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적지 않은 미사일은 실전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성능 개량을 했기 때문에, 용도 폐기를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또한 나이키 미사일 외에도 사정거리 40km의 중고고도용 호크 미사일, 사정거리 10km의 중·저고도용 '천마' 미사일, 사정거리 5km의 미스트랄 휴대용 미사일 등을 실전배치 해놓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독자적인 기술로 한국형 휴대용 미사일을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2008년에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한국형 중거리방공미사일(K-MSA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이키 미사일이 노후해졌다고 해서 방공망이 뚫린 것처럼 호들갑을 떨 정도로 방공 미사일 체계가 허술하다고 보기 힘든 것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북한의 공군력 수준이다. 북한이 '수'적으로는 위협적일 만큼 많은 항공기를 보유한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 노후한 기종인 데다가 기름이 없어 제대로 훈련조차 못하고 있다.
이는 유사시 북한의 전투기가 한미연합전력의 공격과 방어를 뚫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상당수의 전투기들은 뜨기도 전에 지대지, 함대지, 공대지 미사일을 동원한 한미연합군의 공습을 통해 파괴될 것이고, 비행에 성공한 전투기도 '성능'과 '훈련'에 있어서 월등히 우월한 한국과 미국의 공군력에 제압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은 F-X 사업을 통해 40기의 F-15 전투기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배치된,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인 한국의 방공 미사일 전력과 공군력을 감안할 때, 운영유지비를 포함해 6-7조원이 소요되는 대형 사업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민생과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10% 가까이 증액된 정부의 국방예산안을 면밀히 검토해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막아야 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오히려 수조원 대의 대형 사업을 부활시키려고 하는 것은 결코 신중한 처사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의 현명한 결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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