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사회환원 할 돈 없다더니...

[심층추적] 5년간 주주배당 1120억... 태영, 370억 '꿀꺽'

등록 2004.11.29 09:41수정 2004.11.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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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지난 90년 방송 허가 당시 약속했던 '세전 순이익 15% 사회환원'은 법적 허가조건이었나, 아니면 권고사항에 불과했나. 또 SBS의 '사회환원 약속 파기'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사유 때문이었나, 아니면 주주의 이익을 늘리기 위한 방편이었나.

수익환원 약속파기 및 거짓해명 논란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SBS에 대해 국정조사나 청문회, 국민감사 등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나오고 있는 가운데 SBS가 사회환원 축소를 결의한 뒤에도 1100억대의 주주 배당을 실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SBS는 사회환원 축소를 결의한 98년 주주총회 이후 공익기금 출연 약속은 이행하지 않으면서 (주)태영 등 주주들에게는 해마다 30억에서 324억원의 배당을 주식 및 현금으로 지급했다. 사회환원을 애초 약속대로 지킬 형편이 되지 못했다는 SBS가 주주배당은 꼬박꼬박 챙겨준 셈이다.

사회환원은 줄이면서 주주배당 가결

a 98년 3월 9일 열린 서울방송 제8기 정기주주총회 의사록.

98년 3월 9일 열린 서울방송 제8기 정기주주총회 의사록.

98년 3월 9일 개최한 제8기 주주총회 의사록에 따르면 의장(윤세영 회장)이 제8기(97.1.1∼97.12.31) 이익잉여금 처분과 관련, 긴급발의로 현금배당 1.5%와 주식배당 1.5%로 할 것을 제안해 다른 안건과 일괄 가결됐다고 기록돼 있다. 이에 따라 주주들은 15억원의 현금배당과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모두 15억원어치의 주식을 배당받았다.

당시 주식배당은 SBS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또 주식배당을 받은 주주들은 SBS가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이후 그때 배당받았던 주식을 팔아 상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시장 등록 이전에도 SBS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액면가보다 훨씬 높은 2∼3만원대에 거래됐기 때문이다.

SBS 주주들은 같은 해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으로 기록돼 있음) 발의로 SBS문화재단 출연금, 즉 '세전 순이익 15% 사회환원' 규모를 법인세법상 손금 산입 한도내로 조정하기로 결의했다. 사실상 법인세 낼 돈을 SBS가 설립한 SBS 문화재단에 출연한 셈이다. 이때부터 낸 사회환원 금액은 법인세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다시 거둬들이게 된다. 결국 사회환원은 거의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주주들은 당시 주주총회에서 윤세영 회장을 비롯한 이사들과 감사들의 보수 상한선을 올리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사 보수한도액은 11억원으로 올랐고, 이후 15억, 17억원 등으로 계속 올랐다.

99년 이후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SBS의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주들은 99년 83억1천만원(98년분), 2000년 258억3천만원(99년분), 2001년 167억9천만원(2000분), 2002년 324억8700만원(2001년분), 2003년 260억7천만원(2002년분) 등 5년에 걸쳐 1094억 8700여만원의 현금· 주식배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IMF 외환위기로 적자를 본 98년도분에 대한 99년 배당은 이뤄지지 못했다.


따라서 98년 30억원과 이후 5년간 배당금 1094억 8700여만원을 합하면 SBS 주주들은 총 1124억 8700만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SBS 지분 30%를 차지하고 있는 (주)태영은 370여억원을 이익금으로 거둬들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사회환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SBS 연도별 경영성과 및 사회환원 약정불이행 추정액

* 주주배당 : SBS 코스닥 등록 이전 자료는 확보안됨. * 단위 : 억원

* 99년 이후 자료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추산

년도

91

92

93

94

95

96

97

98

99

2000

2001

2002

2003

2004

상반기

매출액

201

1,777

2,008

2,479

3,311

3,883

3,776

2,457

3,718

5,072

4,872

6,362

6,101

3020

영업이익

-198

161

253

416

627

631

356

-101

704

1,096

854

1,295

959

254

경상이익

-134

99

168

305

466

432

194

-226

662

1,024

763

1,385

1,110

361

당기순이익

-134

99

106

186

291

288

128

-270

493

706

517

991

855

202

환원약정액

0

14.85

24.75

45.75

69.9

64.65

29.25

0

106.8

153.6

114.45

207.75

166.5

54.15

주주배당

-

파악안됨

파악안됨

파악안됨

파악안됨

파악인됨

30.0

-

83.1

258.3

167.9

324.87

260.7

아직

안됨

 

ⓒ 신미희

'뼈를 깎는 구조조정'속 주주배당 계속 증가

하지만 SBS는 지난 16일 각 언론사로 보낸 자료에서 "IMF 당시 출연규모 축소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항변했다. "회사 생존이 전제되어야 사회환원도 가능하며 공익사업도 할 수 있다는 주주들의 의지가 반영돼 (사회환원) 조정 출연이 재결의됐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SBS 해명 전문이다.

"97년 말 우리경제를 강타한 IMF 경제위기는 방송사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경기에 가장 민감한 광고매출이 전체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SBS의 입장에서는 비용에 대한 초긴축 절감과 희망퇴직 등 인력감축과 더불어 분사시행, 불요불급한 투자 최소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해소코자 노력하였습니다.

IMF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었던 1998년, SBS는 TV광고판매율이 40%대까지 하락하는 등 연간 740억원의 적자가 예상됨에 따라 전체직원의 13%에 해당하는 251명의 인력감축을 실시했으며, 630명을 2개의 자회사로 분사하고 국내외 6개 지국을 폐쇄하는 등 기구조직을 축소하였고, 임직원의 상여금도 전년대비 800% 삭감했으며, 자금난 해소를 위해 일산 스튜디오 등 자산을 매각하였고, 건물 임차보증금 및 임차료를 인하 받은 것은 물론, 제작비와 영업비를 절감하는 등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SBS는 1998년 한해 동안 2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1998년 3월에 열린 제8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향후의 불투명한 경기전망과 더불어 디지털전환과 뉴미디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등을 고려하여 소액주주의 발의로 공익자금 출연 규모를 법인세법상의 손금산입 한도 내에서 조정하여 출연할 것을 재결의하였습니다."


a SBS 목동 신사옥

SBS 목동 신사옥 ⓒ SBS 제공

적자예상에 따라 인력감축과 지국폐쇄 등 기구축소, 상여금 삭감, 자산매각, 제작·영업비 절감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했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SBS 주주들에게는 98년 결산분이 반영된 99년을 제외하곤 해마다 주주배당이 대규모로 지급됐다.

"세전순이익 15%→당기순이익 10%, 690억→300억으로 깎아달라"

그러나 윤세영 회장은 지난 15일 재허가 추천심사를 위한 방송위원회 추가 의견청취 자리에 직접 나와 내년부터 3년에 걸쳐 300억원의 현금을 내고 나머지 미납금은 탕감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납액 규모도 방송위원회는 690억원으로 파악했으나 SBS는 자체 파악한 511억원이 맞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SBS는 방송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대정부질의가 있기 전날인 지난 22일 국회 앞으로 보낸 자료에서 "지난 15일 설명회에서 제시한 '당기순이익 10%와 300억 출연안'이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한다"고 다시한번 건의했다. 세전순이익 15%도 약속을 당기순이익 10%로 줄이고, 300억 미납급 출연으로 나머지는 깎자는 것이다.

SBS는 이에 대해 "90년 당시 공중파 5개 채널만 있었지만 지금은 100개 이상 채널이 경쟁하는 다채널다매체시대로 변했으며 그간 시설투자로 700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어려운 회사사정과 극히 불투명한 부채를 지고 있는 여건 등을 감안, SBS가 공익적 사회환원을 자발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SBS의 이같은 해명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90년 윤세영 회장이 국회에 나와 직접 증언하고, 주무부처인 공보처 장관에게 각서를 제출하고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국민 앞에 약속했던 '15% 사회환원' 약속은 "권고사항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SBS는 약속을 어겼다. 이번 SBS의 공언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거둬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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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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