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스토리사격장 불법공사 계속

문화유산연대, "주한미군은 무뇌충인가"

등록 2004.12.03 14:41수정 2004.12.0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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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는 한번 훼손되면 원형복원이 어렵고 한 국가의 정체성을 밝혀 주는 근간으로서의 상징성과 중요성에 비추어 현재 상태에서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 문화재지표조사 완료 후 그 결과에 따라 시설공사가 시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18일 국방부·외교부에 파주 스토리사격장(몬타나사격장) 조성에 따른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해 '공사 중지' 입장을 전달했다. <시민의신문>과 <문화유산연대>는 11월 초 주한미군에서 불법공사를 벌이는 것을 확인하고 문화재청에 '주한미군의 공사 중지명령'을 요청한 바 있다. 국내법인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지표조사를 완료한 후 공사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한미군은 주둔국 법령을 존중해 공사를 중단했을까? 지역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스토리사격장에서 불법공사를 계속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격장 인근에서 영농활동을 하는 ㄱ씨는 "불법 공사가 확인된 뒤 오히려 신나게 공사를 벌여왔다"고 전했고 ㄴ씨도 "몬타나 사격장 공사 이외에도 폭파사격장(워싱턴)과 M203 유탄발사기사격장(오래곤사격장) 공사와 이들 사이에 있는 개울을 연결하는 다리공사도 벌이고 있다"고 증언했다.

현재 주한미군사령부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달 29일 공식답변을 통해 "몬타나사격장에서의 공사는 스토리 사격장의 일부로, 다목적 기관총 사격장이며 한국의 문화적 및 자연적 자원을 보호하는 데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몬타나사격장은 공사장 인부들이 묘지에 대해 어떠한 해를 입히거나 환경파괴가 없도록 조심스럽게 다닐 수 있는 진입로를 내 묘지에 대한 어떠한 침식도 없도록 확실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어떠한 묘지도 공사장의 흙들로 덮여 있지 않다"고 했다.

아울러 미군은 "스토리사격장에서의 공사는 제출된 최초의 환경평가에 확인한 바와 같이 한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시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몬타나사격장은 스토리사격장내 10여개 종합군사훈련시설 중 기관총 사격장 시설로 인근에는 신라 경순왕 직계후손인 원주김씨 고분군이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선 초기 무덤양식이 원형대로 보존되어 가치가 높고 김씨의 외가 사람인 유용생이 김씨 선산에 묻힌 배경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일 '주한미군은 무뇌충인가'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문화유산연대는 "문화유산은 주변의 경관까지 포함되어 보호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환경을 훼손하면서 진행하고 있다"며 "주한미군은 스토리사격장 내 문화유산 훼손 문제가 주둔국 국회까지 확대되었건만 아랑곳하지 않고 실사격전투훈련과 불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뻔뻔스럽게 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문화유산연대는 "현재 사격장만으로도 문화유산과 주변 경관 훼손이 크게 우려되는데, 10여개의 실사격 종합훈련장이 들어선다면 문화유산과 주변의 경관을 보호하면서 훈련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문화유산은 원형보존과 주변의 경관보존을 위한 사전적 노력과 대책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한미군사령부 김영규 공보관은 "스토리사격장은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통합하는 과정으로 몬타나사격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이라며 "철제 울타리 공사는 9월말에 끝났고 사격장 공사는 10월부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도 "한국 문화재 등 유념하면서 (공사를) 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경기도문화재위원 3인, 파주시 관계자, 원주 김씨 종친회는 오는 4일 몬타나사격장 옆에 위치한 고분군에 대한 현지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원주 김씨 종친회는 8월 7일 경기도에 고분군의 문화재지정신청을 했다. 하지만 관할 군당국인 25사단이 파주시의 사격장 출입요청에 "(출입 가능성을) 크게 기대하지는 말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현장조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주한미군은 무뇌충인가"
문화연대 규탄 성명서, "반성도 하지 않는 주한미군 태도에 분노한다"

우리는 문화유산이 유적뿐만 아니라 주변의 경관까지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한반도 문화주권을 짓밟는 주한미군의 행태에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유산연대·파주녹색환경모임은 지난 1년 동안 미군전용 국제사격장으로 변모할 '스토리사격장' 증설공사에 대해 주둔국 법령을 존중할 것을 촉구해왔다. 이는 한미SOFA협정상 문화재 협의조항이 전무한 상황에서 주둔국 법령을 존중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에 따라, 국내법인 '문화재보호법' 준수를 촉구한 것이다. 그런데 주한미군은 주둔국 법령을 무시하고 불법공사를 강행한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은 채 "한국의 문화적 자원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면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스토리사격장 불법공사에 대한 공식답변을 통해 "한미양국 정부가 연합토지관리계획에 합의함에 따라 몇 개의 산재한 훈련장을 스토리사격장으로 통합하고 있는 중이다. 이 사격장은 한미양국군이 한국의 문화적 및 자연적 자원을 보호하면서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전투태세 완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고 있다.…스토리사격장에서의 공사는 제출된 최초의 환경평가에 확인한 바와 같이 한국의 문화적 및 자연적 자원을 보존하는 데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스토리사격장 내 문화유산 훼손 문제가 주둔국 국회까지 확대되었건만 아랑곳하지 않고 실 사격전투훈련과 불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뻔뻔스럽게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유산은 한 나라의 혼이자 역사요 미래세대에게 표상이 되어야 할 귀중한 유무형의 자긍심이다. 또한 문화유산은 주변의 경관까지 포함되어 보호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환경을 훼손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문화유산은 한 번 훼손되면 원형을 복원하기 어렵고,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현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문화유산은 원형보존과 주변의 경관보존을 위한 사전적 노력과 대책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개인화기, 직사화기, 공영화기 사격장만으로도 문화유산과 주변 경관 훼손이 크게 우려되는데, 10여개의 실 사격 종합훈련장이 들어선다면 문화유산과 주변의 경관을 보호하면서 훈련을 할 수 있겠는가. 특히 스토리사격장은 주한미군만의 사격장이 아니라 오키나와, 괌, 필리핀 등지의 해외미군이 훈련을 하고 있다. 사격장 증설공사가 완료된 후 대규모 동아시아 주둔 미군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할 경우 문화유산과 주변 경관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세살짜리 어린아이도 웃을 일인 것이다. 영농활동을 하던 민간인을 향해 영점조준 사격을 해 살인을 했던 주한미군이 문화유산에 영점사격을 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문화재청도 외교부와 국방부를 통해 주한미군측이 '사격장 공사를 진행하지 않도록' 요청했다. 주한미군이 진정 주둔국 문화주권을 존중한다면 진행 중인 문화재지표조사에 따른 문화재위원회 결정을 따라야 한다.

거듭 주한미군사령부에 촉구한다. 불법공사를 중단하고 주둔국 법령을 존중, 더 이상 문화주권을 짓밟은 행태를 멈춰라. 아울러 주한미군을 주도적으로 상대하고 있는 외교부와 국방부도 대미굴종적 태도를 버리고 헌법에 명시한 자국 주권 보호를 위해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경고한다. 지난 1년 동안 줄기차게 외쳐왔던 문화주권 회복이 한미 군사적 패권에 의해 무너진다면 법적 제도적 대응을 포함한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주한미군의 불법적 행태를 막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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