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04년 올해의 인물은 누구?

올해의 인물 후보들을 통해 되돌아보는 중국의 한 해

등록 2004.12.07 19:21수정 2004.12.08 11:45
0
원고료로 응원
2004년 중국은 '성장'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 급성장으로 인한 각종 폐단을 완화하고 갈수록 심화하는 빈부격차를 줄이면서 균형 발전하겠다는 의지였다.

정부의 긴축정책과 선진국의 런민삐[人民幣] 평가절상 압력이 있었는데도 중국 경제는 올해도 GDP성장률 8%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발전과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어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9월 장쩌민[江澤民]에게서 군사위 주석직을 승계받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당-정-군을 완전 장악한 명실상부한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서 반부패와 투명성을 기치로 거함 중국호를 진두지휘하게 되었다.

8월 개최된 아테네 올림픽은 차기 올림픽 개최 국민인 중국인들을 열광케 하고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하였다. 금메달 32개, 은메달 17개, 동메달 14개로 금메달 35개를 기록한 미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한 성적이 말해주듯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스포츠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고를 넘보는 위치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을 주도하며 국제사회에서 외교력도 급성장했다.

그러나 각 분야에서 중국의 급성장은 중화주의와 결합하면서 슬슬 패권주의 경향을 띠며 우리에게 커다란 시련과 과제를 던져주기도 하였다.

고구려 유적지가 8월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개최된 제28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면서 '고구려사가 중국사의 일부고 고구려인은 중국의 소수민족'이라는 중국측의 역사 왜곡은 한국민을 분노하게 하였으며 동시에 중국의 위상과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사다난했던 2004년 한 해 <난방저우모>[南方周末]가 선정한 '2004년 올해의 인물후보 10인'에는 사회주의 모순과 자본주의 모순이 결합되어 만든 복잡 다양한 중국 사회의 면모들이 잘 융해되어 있다고 하겠다.

a

난방저우모 12월 2일자에 '2004년 올해의 인물 후보 10명'이 소개되었다. ⓒ 김대오

첫 후보는 중국사회과학원의 위지엔롱[於建嶸] 교수다. 그는 중국 농촌의 정치경제문제 전문가로 올해 <중국현대농촌 정치기본상황과 발전동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중국이 실시하고 있는 법률소원제도의 모순점을 과감하게 지적하고 농민 처지에서 제도의 보완과 개혁이 필요함을 역설하여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의 모든 문제는 8억 농민에게서 나온다고 할 정도로 3농(농민·농촌·농업)문제는 이미 중국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둘째 후보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이끈 왕이[王毅] 전 외교부 부부장이다. 중국 내 북한문제 전문가기도 한 그는 6자 회담 중국측 대표로서 안정적으로 6자 회담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9월 1일자로 주일대사로 임명되어 최근 중일 간의 민감한 외교문제를 총지휘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올해 아시아 패권을 놓고 신경전을 자주 벌였다. 광동[廣東]성 주하이[珠海]에서 일본인들이 집단매춘을 해 중국인의 반일감정이 높아졌고 이는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를 비판한 중국최고지도자의 강경 태도로 이어졌다.

일본도 중국을 주적으로 상정하며 정부개발원조(ODA) 중단을 시사해 양국의 대립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셋째 후보는 쟝쑤[江蘇]성 추치엔[宿遷]시의 당서기인 치우허[仇和]다. 그는 시 간부를 소수 정예 경제전문가로 구성하여 낙후한 추이엔시를 급성장시키면서 중국 농촌발전의 모델을 제시한 인물로 뽑히고 있다.

그의 집정능력은 '치우허현상'으로 불릴 정도로 사회 각계의 폭넓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에서도 시장 원리가 정치 경제구조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비효율적인 거대 관료사회와 기득권세력을 몰아내고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넷째 후보는 18살의 평범한 학생 리우량[劉亮]이다. 그는 자신이 산 복권이 BMW차에 당첨되었으나 그것이 가짜라고 하자 대형 광고판에 올라가 자신에게 BMW차를 돌려주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고 하여 중국복권시장의 폐단을 백일하에 드러나게 하였다. 바로 '시안(西安) BMW가짜 복권사건'의 주인공이다.

개혁개방 이후 배금주의가 심화하면서 중국에서는 다양한 복권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으며 가짜 복권사건도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있다.

다섯째 후보는 2004아테네올림픽의 영웅 리우샹[劉翔]이다. 남자 110m허들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육상단거리에서 우승하여 거대 시장 중국의 광고 영웅으로 태어나 '스타의 가치'에 대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언론의 지나친 '영웅 만들기'와 '상품화'가 선수생명을 단축하고 자만심만 갖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여섯째는 영화 <영웅>(英雄)과 <연인>(중국제목 十面埋伏)의 감독 장이머우[張藝謀]와 제작자 장웨이핑[張偉平]이 공동 후보에 올랐다. 두 영화는 중국 영화의 상업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톈단[天壇] 공원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휘장발표 행사에 이어 아테네올림픽 폐막식에서 베이징 올림픽 홍보 공연을 기획한 장이머우 감독에 대하여 기존의 비판의식을 다 버리고 권력에 붙어 상업화만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많다.

일곱째 후보는 올해 6월에 열린 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재정부와 국가전력공사의 회계감사에서 1억 위엔 상당의 부정자금 비리를 폭로한 회계감사원 리진화[李金華]다.

중국재정부의 하수인처럼 여겨진 일개 회계감사원의 용기 있는 비리폭로는 중국인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그에 대한 보복인사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구명운동이 일어날 정도였다.

중국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에 대하여 많은 중국인들이 가장 시급히 해결할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과 상부기관의 감사와 감독이 아닌 내부에서 고발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덟째 후보는 중국국유기업 개혁을 주창한 홍콩중문대학의 랑시엔핑[郞咸平] 교수다. 그는 국유기업의 산업권이 국가자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유기업 운영의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해 경제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국유기업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권력형 비리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더 철저한 시장논리로 국유기업을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홉째 후보는 2003년 에이즈 예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베리-마틴(Barry-Martin)상을 수상한 궤이시언[桂希恩]이다. 우한[武漢] 대학 중난[中南] 병원에서 일하며 일찍이 1999년 중국의 에이즈확산을 경고한 바 있는 그는 에이즈 확산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등장하는 중국 사회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2010년 에이즈 환자가 1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국제 사회의 경고가 있을 정도로 중국의 에이즈문제는 이미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마지막 후보는 중국 축구계의 혁명적 개혁을 주장하는 쉬밍[徐明]이다. 2006년 독일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한 중국 축구계에 개혁의 목소리가 높을 때 그는 중국축구협회 자체 개혁으로는 부족하며 투자자들이 직접 관리 감독하는 상업 모형을 제시하여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a

인터넷 Sina의 올해의 인물 인터넷 집계현황이다. 27.7%로 리진화(李金華)회계감사원이 1위를 달리고 있다. ⓒ 인터넷Sina

2004베이징아시안컵 준우승으로 한껏 고무되었던 중국축구는 2006년 독일월드컵 예선 탈락으로 올림픽까지 수많은 스폰서를 잃게 되면서 1000만 달러 이상의 경제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2004년 올해의 인물은 <난방저우모>의 우편접수 집계와 인터넷 시나(Sina) 집계를 종합하여 2005년 새해에 발표한다.

지난 해에는 사스(SARS) 발생 초기 그 진상이 은폐 축소될 때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소신 있게 진실을 말해 지식인의 양심과 책임을 다한 중난샨[鐘南山] 과학연구원이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바 있다.

12월 7일 현재 시나의 인터넷 집계에서는 용기 있게 비리사건을 폭로한 리진화[李金華] 회계감사원이 응답자의 27.7%의 지지를 얻어 1위를 달리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현상들... 서울도 예외 아니다
  2. 2 세계 정상 모인 평화회의, 그 시각 윤 대통령은 귀국길
  3. 3 돈 때문에 대치동 학원 강사 된 그녀, 뜻밖의 선택
  4. 4 [단독] 순방 성과라는 우즈벡 고속철, 이미 8개월 전 구매 결정
  5. 5 신장식 "신성한 검찰 가족... 검찰이 김 여사 인권 침해하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