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을 품어온 몽돌윤돌
정도리에는 몽돌 해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태풍, 해일 그리고 염분으로부터 농작물과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구개등숲(방풍숲),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사는 정도리 마을, 뒷산 등도 존재한다. 그런 자연 속에 20여종의 새들, 바닷가 식물, 동물, 곤충,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이 정도리다. 정도리에는 구개등숲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관찰로가 마련되어 있다. 오붓하게 숲길을 거닐면서 자연을 닮아 보면 어떨까 싶다.
구계등은 '9개의 계단을 이룬 비탈'이란 뜻이다. 태고 이래 거센 파도에 닳고 닳아진 갯돌이 바다 밑으로부터 해안까지 아홉 계단을 이루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정도리 해변의 높이는 800m, 폭 200m이며, 뒤쪽 구개등숲에는 40여종의 상록수와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해변의 몽돌에는 녹색 해초가 붙어 자라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사람 머리카락과 같아 웃음을 자아낸다. 해초는 파래, 지충이 등으로 바다가 없는 곳에서 자란 내게는 신기하기만 하다. 머리가 다 벗겨진 대머리 아저씨의 머리,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갓난아이의 머리, 머리숱 무성한 머리까지 이런 모양, 저런 모양 찾아 해변에 선 나는 웃음을 쏟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