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뭉클한 '만년샤쓰'의 추억

나눔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등록 2004.12.09 15:01수정 2004.12.10 09:42
0
원고료로 응원
"한창남! 왜 웃옷을 안 벗니?"

"선생님, 만년샤쓰도 좋습니까?"


"무엇? 만년샤쓰? 만년샤쓰가 무어야?"

"매 매 맨몸 말입니다."


<만년샤쓰> 표지
<만년샤쓰> 표지길벗어린이
'샤쓰(셔츠)'가 없어서 못 입었다는 한창남. 어릴 적 읽은 <만년샤쓰>는 그냥 그런 동화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다시 읽게 된 <만년샤쓰>는 나에게 한없이 긴 여운을 남겨주었다.

가진 것이 없지만 솔직하고 밝았던 창남이. 없는 살림에 동네에 큰불이 나자 동네사람들과 자신의 옷가지며 이불을 나누어가졌던 창남이. 창남이와 같은 사람이 우리 주변에는 숨은 보석과 같다.

나눔이라는 것은 많이 가지고 있어서, 먹고 살만해서 베풀게 되는 게 아니라 콩알 한 쪽이라도 나누고 싶다는 그 작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단추수프> 표지
<단추수프> 표지국민서관
오브리 데이비스의 <단추수프>라는 책은 이러한 내용을 판타지 동화 안에 담고 있다. 어느 마을에 도착한 거지는 단추를 가지고 '뼈단추 수프'를 만든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믿지 않았지만 하나둘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더니 수프를 끓이는 데 필요한 큰 냄비, 큰 국자, 컵들을 집에서 싸가지고 오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이는 집에서 당근을 가지고 오고, 어떤 이는 무를, 어떤 이는 콩을 가지고 온다. 자신의 집에 있는 물건 중 같이 나눌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사람들과 함께 먹을 수프를 끓이는 것이다.


추운 겨울, 온 동네 사람들이 만든 온 동네 사람들의 단추 수프. 거지가 그 마을을 떠난 후에도 수프는 계속 끓었고 동네 사람들은 결국 수프를 끓이는데 중요한 것은 거지가 주고 간 뼈단추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나눌 수 있는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손 큰 할머니의 만두만들기>
<손 큰 할머니의 만두만들기>재미마주
한 달 뒤면 설날이 다가온다. 채인선의 <손 큰 할머니의 만두만들기>를 보면 손 큰 할머니가 숲 속 친구들을 위해 고기며 숙주나물, 두부를 있는대로 가지고 와서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숲속 친구들은 설날 아침에 모여 세상에서 가장 큰 만두를 먹는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달, 12월의 끝에 우리 주변에도 '만년샤쓰' 한창남, '단추수프'를 끓이는 거지, 세상에서 가장 큰 만두를 만드는 '손 큰 할머니'가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끝으로 <단추수프>의 마지막 글을 남기고자 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아요. 나눌 것이 있나요?
가만히 눈을 감아 보아요. 나눌 마음이 있나요?
사소하고 작은 것부터 나누어 보아요.
놀라운 기적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단추 수프

오브리 데이비스 지음,
국민서관, 2000


만년샤쓰

방정환 지음, 김세현 그림,
길벗어린이, 1999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양장)

채인선 글, 이억배 그림,
재미마주, 2001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3.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4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