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보고 지나치면 서운암

보경사 청하골의 비경 은폭과 암자의 볼거리들

등록 2004.12.10 01:23수정 2004.12.1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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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시명리에서 발길을 돌려 내려오다 보면 선녀의 머리채를 닮은 은폭이 비밀스럽고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다.

은폭은, 훤히 보이는 바위덩이 위에 걸터앉아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자면 이루 말 할 수 없는 환희마저 느끼게 하는 폭포다.


선녀의 뒷머리채를 닮은 은폭은 보경사의 비경 중의 비경이다. 겨울엔 폭포가 얼어 붙어 은처럼 반짝인다.
선녀의 뒷머리채를 닮은 은폭은 보경사의 비경 중의 비경이다. 겨울엔 폭포가 얼어 붙어 은처럼 반짝인다.정헌종
은폭은 보경사 청하골의 비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일 것이다.

은폭을 뒤로하고 서둘러 내려오니 어느새 연산폭포와 관음폭포를 지나고 말았다.

관음폭포에 도착하면 연산폭포로 이어지는 구름다리를 볼 수 있다. 구름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주위 절경은 천하제일이라는 착각 속에 빠지게 만든다.
관음폭포에 도착하면 연산폭포로 이어지는 구름다리를 볼 수 있다. 구름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주위 절경은 천하제일이라는 착각 속에 빠지게 만든다.정헌종
올라오면서 제일 먼저 보게 되는 상생폭포를 서둘러 제치고 계곡을 따라 계속해서 발길을 잡으면 작은 폭포들이 비경 속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폭포라고 하기엔 너무 작고 이름을 붙여주기엔 너무 과분한 듯도 한데 바위와 초목과 너무 잘 어울려 이태백이 보면 “작은 것이 세상을 씻어내는구나” 하고 노래했을 것이다.

계곡을 따라 산행을 하면 이런 작은 폭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소가 깊고 물이 맑아 이름이 없는 것이 아쉽다.
계곡을 따라 산행을 하면 이런 작은 폭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소가 깊고 물이 맑아 이름이 없는 것이 아쉽다.정헌종
산 중턱의 작은 암자 보현암을 지나 어느덧 청하골의 끝무렵에 걸친 서운암에 도착했다. 암자 뒤로 무성한 대나무가 사뭇 다른 느낌이 들게도 하는 암자인지라 스산한 시름 따윈 풍경소리에 씻겨 나가는 느낌에 젖어 든다.


짊어진 배낭을 암자 앞마당에 내려놓으니 모든 것이 부질없이 느껴지는 것일까? 목구멍을 채우고 미련 없이 사라져 버리는 번뇌와 두 어깨를 짓누르던 억겁의 무게는 어느 사이 암자 뒤뜰로 난 오르막을 향하고 있었다.

암자 뒤로 언덕배기 모퉁이에 핀 이름 모를 산 꽃이 수줍은 육신의 발끝에 아스라이 밟힐 것처럼 애처로이 가냘프기만 하다.


서운암은 돌담과 대나무 숲이 있어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서운암 주위에는 돌탑과 구름다리 무명시인의 시비 등 볼거리가 심심하지 않게 배치되어 있다.
서운암은 돌담과 대나무 숲이 있어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서운암 주위에는 돌탑과 구름다리 무명시인의 시비 등 볼거리가 심심하지 않게 배치되어 있다.정헌종
산의 그림자가 계곡의 바위를 희희낙락 농락하고 있는 사이 이제 그만 내려가라고 금방이라도 손사래를 칠 것만 같은 스님의 기척에 놀라 암자를 뒤로하고 보경사로 향했다.

서운암은 보경사 담장을 따라 가다 보면 왼편에 있는 비교적 큰 편인 암자이다. 주로 스님들이 기도하는 곳이라 정숙을 해야 하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늘 조용한 편이다.

보경사에 들른 사람들은 암자를 지나 폭포로 곧장 지나쳐 가기 일쑤이기 때문에 아기자기한 암자에 딸린 볼거리들을 그냥 지나치니 서운암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보경사 오층석탑은 대웅전 앞에 위치하고 있어 찾는 이에게 길을 안내하는 듯이 대웅전을 지키고 있다.
보경사 오층석탑은 대웅전 앞에 위치하고 있어 찾는 이에게 길을 안내하는 듯이 대웅전을 지키고 있다.정헌종
보경사 대웅전 뒷편에 들러 원진국사비는 반듯이 보고 갈만하다. 거북이가 비석을 등에 업고 있는 형상의 비인데 보물 제252호로 지정되어 있다. 원진국사비는 고려 불교를 이끌던 원진국사의 자취를 새겨놓은 비석이다.

보경사는 세인들이 많이 들르는 곳이다.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보경사에 들러 세상 시름 부처님께 시주하고 도토리묵에 동동주 한 잔을 걸쳐본다면 세상사 시름 따위가 무슨 말이요 근심 걱정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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