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을 따라 산행을 하면 이런 작은 폭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소가 깊고 물이 맑아 이름이 없는 것이 아쉽다.정헌종
산 중턱의 작은 암자 보현암을 지나 어느덧 청하골의 끝무렵에 걸친 서운암에 도착했다. 암자 뒤로 무성한 대나무가 사뭇 다른 느낌이 들게도 하는 암자인지라 스산한 시름 따윈 풍경소리에 씻겨 나가는 느낌에 젖어 든다.
짊어진 배낭을 암자 앞마당에 내려놓으니 모든 것이 부질없이 느껴지는 것일까? 목구멍을 채우고 미련 없이 사라져 버리는 번뇌와 두 어깨를 짓누르던 억겁의 무게는 어느 사이 암자 뒤뜰로 난 오르막을 향하고 있었다.
암자 뒤로 언덕배기 모퉁이에 핀 이름 모를 산 꽃이 수줍은 육신의 발끝에 아스라이 밟힐 것처럼 애처로이 가냘프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