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물류대란' 초읽기?

화물연대 "일방적 경유가 인상시 파업 불사"...정부 "세제개편 대책 내놓을 것"

등록 2004.12.16 15:16수정 2004.12.1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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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장 김종인)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2차 에너지세제 개편에 따른 보조금 지급 등 화물노동자의 생존대책 없이 경유가를 일방적으로 인상할 경우 전면 파업에 돌입하기로 하였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2003년 5월 이후 정부측이 스스로 약속했던 "향후 에너지세제 개편시 이에 따르는 부작용의 예방과 해결을 위하여 노동조합과 성실히 협의한다"고 했던 사항을 지키지 않음에 따라 부득이 최후 생존권 확보 수단으로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11월 13일 대의원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결의한 "일방적 경유가 인상시 총파업 돌입" 방침을 이미 결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12월 13일 재정경제부, 한국조세연구원 등 정부의 2차 에너지세제 개편안 발표로 인해 화물연대는 '전간부 파업 비상대기' 상태에 돌입하였다.

직접적으로 문제를 촉발한 정부의 2차 에너지세제 개편안의 주요 골자는 휘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유가를 2007년까지 휘발유의 85% 수준으로 올린다는 것이다. 또한 그 적용 시기도 내년 경유승용차 도입 등에 따라 2년 정도 앞당기는 것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휘발유 가격이 1400원대를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경유가격은 1200원대 수준으로 현행 대비 20~30% 더 오를 전망이다.

지난 6월 화물연대 부산역 집회 모습(자료사진)
지난 6월 화물연대 부산역 집회 모습(자료사진)오마이뉴스 윤성효

"파업이 아니라 운수업 포기해야 할 판"

이로써 가뜩이나 고유가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물운송업계는 더욱 날벼락을 맞게 되었다.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11톤 화물차 기사 김모(45)씨는 "밤잠 제대로 못 자면서 한 달에 서울-부산을 12번 왕복하면 대략 900만원 정도 벌어도 기름값만 500만원 넘게 들어간다. 할부금과 화물 알선료, 통행료 경비 등을 제외하면 집에 100만원 갖다주기도 힘들다. 파업이 아니라 화물 운수업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화물운송 시장은 25만여대의 차량 중 90% 이상 차량이 운전기사 겸 차주가 운수회사에 지입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명목상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있어 노동자로서 권리 보장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물론 이와 같은 현실은 금번 정부의 2차 에너지세제 개편안이 나오지 않더라도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밤잠 설치며 1000원 벌면 250원 세금으로 떼 간다?

이에 반해 같은 경유를 사용하는 버스 등 여객운송업계는 화물업계에 비하면 그래도 형편이 나은 편이다. 최근 10년 내 경유가격은 1994년 210원에서 2004년 1000원 정도로 약 500% 상승하였다. 동기간 버스 요금은 290원에서 900원으로 310% 상승했지만, 화물요금은 서울-부산 11톤 기준 21만원에서 35만원으로 40% 오른 정도에 불과하다. 유류 가격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10년 전 15% 수준에서 2004년 현재 절반이 넘는 50~55% 수준이다.


이러한 객관적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운송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화물차 지입 운전기사들은 서비스 공급자임에도 자신들이 제공하는 운송서비스에 대한 가격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화물운전기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가 운송비 등 물류비 증가로 인한 수출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여 금년 4월 화물운송사업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어떠한 시장진입장벽도 만들어 놓지 않고 지입 화물차주들을 양산하여 일감을 주는 화물알선회사들에게 생계의 명줄을 쥐게 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부재에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즉, 수출주도형 우리나라 경제 구조를 감안할 때 운송비 인상에 따른 물류비 상승은 수출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시킴에 따라 운송비 인상에는 한계가 있음에도 정부가 나서서 세금 인상을 통하여 유가를 급등시키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경유 공장도 가격 901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경유 1리터에 붙는 각종 세금은 총 473원으로 110%에 이른다.

"유가 인상으로 국가 기간 수송망 무너질 판"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경제부 김낙회 소비세제과장은 16일 전화통화에서 "경유에 대한 상대가격을 인상, 조정함으로 인해서 운송업계에 미치는 부담을 줄여주기 위하여 그것에 대한 대책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므로 내주 중이면 1차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밝혔다.

건설교통부 물류산업과의 한 관계자도 "주무부서인 건교부 입장에서는 화물연대의 주장을 십분 이해한다. 세금 인상분 전액에 대한 보조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재경부 등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당국이 세제개편에 따른 보완대책을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는 진짜 속내는 화물업계에만 혜택을 줄 경우 버스, 택시 등 다른 운송업계는 물론 다른 산업분야까지 유류세 감면 등을 들고 나와 전 산업으로 여파가 미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어떤 보완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이런 상황에 대해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와 같은 사태는 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자충수에 불과하다. 정부 일각에서 환경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유승용차 생산과 판매를 내년부터 허용하기로 하였다. 경유승용차 증가에 따른 대기환경 오염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유종별 상대적 가격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경유가격 등을 단계별로 인상해왔는데 결과적으로 경유승용차 때문에 애꿎은 국가 기간 수송망을 담당하는 화물차량만 잡은 꼴"이라며 정부당국의 일관성 없고 근시안적인 정책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였다.

지난해 5월 발생한 물류대란으로 우리는 직·간접 피해액만 1조원이 넘는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국가기간 물류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따라서 차제에 화물운송 산업은 파업을 우려하거나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을 저울질하며 시혜적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며, 국가경제의 근간을 움직이는 중추동맥이라는 기본적 인식하에 보다 근본적이고 전략적인 측면에서 정부가 장기적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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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우리나라 물류산업을 대변하는 정론지인 주간 물류산업신문의 기자로 있습니다. 전문지의 특성상 제가 주로 취재하는 물류산업 분야외에 여건이 허락한다면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정치,사회 분야에서 취재가 가능한 경우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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