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종호
- 국보법 폐지의 연내 처리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현실적으로 대단히 힘든 것은 사실이다. 김원기 국회의장이 단독국회에서 의사봉을 쥐지 않고서는 어렵다. (최연희 법사위원장 때문에) 법사위에서 통과되기도 어렵고…. 지금 생각해보면, 왜 법사위원장을 한나라당에 줬는지 기가 막힌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집권 여당이 국보법을 없애겠다고 나선 적이 없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세상에 어디 있냐. 밖에서는 사상초유의 대규모 단식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개정안을 내놓고 열린우리당에서 국보법 폐지 연내 처리하자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완강한 싸움 덕분이다. 이런 싸움조차 없었다면 한나라당이 제일 좋아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 힘이 부족해서 (국보법 연내 폐지를)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우니까 투쟁하지 말자'는 것은 투쟁 주체의 힘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노력해야 할 때다. 올해 안 된다 해도 국민들이나 의원들 사이에 국보법 폐지의 필요성이 명확해졌다면 그 자체도 의미가 있다."
- 열린우리당의 연내처리 의지에 대해서 신뢰하나? 결과적으로 여당의 조력자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열린우리당은 근본적으로 통일된 집단이 아니어서, 끊임없이 눈치보고 타협하고 동요할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의 선의나 의지를 믿고 일을 펼쳐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강한 투쟁으로 압박해야 한다.
'여당의 조력자'라는 시각은 소아병적 사고다. 국보법 폐지운동의 주된 목표는 조중동, 한나라당과 같은 수구세력 질서를 해체하는 것이다. 수구세력이 사라지길 원하는 과반수 이상의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줬는데 실제로는 수구를 걷어낼 '진짜 진보'의 대명사는 민주노동당이다.
열린우리당과의 진정한 차별성은 국보법 폐지투쟁, 한나라당과의 싸움을 누가 더 헌신적으로 하는지에서 드러난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열린우리당의 본질이 드러나게 돼있다."
- '강경한 반한나라당 전선'이라는 정체성은 열린우리당의 개혁그룹과 차이가 없지 않나?
"열린우리당이 아무리 개혁색깔을 칠해도 민주노동당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쌀시장 개방,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열린우리당 개혁세력들도 그런 점은 찬성하지 않나?
또한 한미관계에 대한 시각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미국이 한반도를 떠나야 한다고 본다. 여당 개혁세력조차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깨자는 주장은 못한다. 그들과의 차별성 때문에 전전긍긍할 필요없다."
"민주노동당이 50석, 100석 정당처럼 안굴었으면 좋겠다"
- 국보법 폐지문제는 어떤 측면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국 주도권 싸움인데,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국보법을 없애는 일은 민주노동당의 존재 이유이고,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다. 분단 이후 반공 이데올로기로 다른 사상을 막아왔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없었던 것 아닌가. 국보법을 걷어내면 진보정당은 획기적으로 발전한다.
지지율 확대는 늘 고민이지만, 이 싸움에서는 주요한 변수가 아니다. 우리는 지지율 높이는 데는 도움이 안 되는데도 공무원노조를 지지했다. 10석의 정당으로서 여야가 정국주도권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50석, 100석 정당처럼 안 굴었으면 좋겠다. 당장의 능숙한 의회전술만 갖고 고심해서는 안 된다."
- 의원단의 어떤 의회전술이 문제인가? 국보법 폐지투쟁 과정에서 최고위원회와 의원단의 입장이 크게 달랐다.
"상징적으로도 의회 내에서 싸워야 하지 않나. 특히 여야의 야합 흔적이 드러나고 있는 국보법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히 농성이라도 해야 하다고 본다. 그런데 의원단은 '여야가 야합한 게 사실이고 올해 (국보법 폐지는) 물 건너갔으니, 빠르게 국면을 전환해 내년 싸움으로 가자'고 사고한다.
정치사상적 차이라기보다는 원내외의 정세인식 차이인 것 같다. 의원들은 다른 당 의원들을 늘 접하면서 '올해에는 끝났어' 그런 얘기 듣지 않겠나. 의원단에게 서운한 게 사실이다. 서로 서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