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2월 9일 사설매일신문
그런데 <매일신문>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친일규명법 개정안의 행자위 통과에 대한 기사는 전혀 싣지 않았다. 어떻게 개정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면서도 9일치 사설 '民生파탄에 親日 규명이 급한가'에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소한 사실관계는 보도를 한 뒤, 자사의 주장을 펼쳐도 펼쳐야 할 것이 아닌가. 사실 관계를 알고 싶은 사람은 다른 매체를 이용하라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매일신문>은 위 사설에서 친일법 개정안이 국회 행자위를 통과한 것을 두고 "도대체 이 정권이 진정한 민심의 소재를 알고나 있는지 참으로 의심스럽다"며 그 이유로 "지금 우리 경제는 거의 파탄지경에 이르러 국민들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허덕이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친일 행위를 규명하는 게 그리도 급한 일인지, 정부 여당 스스로도 지각이 있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며 정부와 여당을 비난했다.
애초 친일규명법을 누더기로 만들었고 개정안에도 반대했으며, 마지못해 응한 개정안 협상에서도 법을 누더기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 4년여 동안 '친일 규명 조사'에 들어간다면 이 나라는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게 불 보듯 뻔하"고 "그 후유증은 한 마디로 광풍(狂風)이 될 것이다"며 "따라서 이 법이 확정되더라도 조사 자체를 일정 기간 유보하는 게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매일신문>이 걱정하는 '친일규명=사회혼란'이란 등식은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1947년7월2일 남조선과도입법의원에서 제정한 '친일파 숙청법'(결국 미군정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했다)에 반대했던 입법의원 양제박은 "지나친 제재는 혼란을 야기하여 건국에 큰 방해가 될 것이니 감정에 흐르는 처단론은 금물"이라며 일찍이 '사회혼란론'을 선동한 바 있다.
또 어려운 경제 때문에 친일규명을 미루어야 한다는 <매일신문>의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다. 그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호시절일 때 결단코 친일규명을 주장한 바 없다. 그뿐인가. 우리는 너무나 오래 기다려 오지 않았는가. 60년이 모자라서 더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친일규명을 하지 말자는 또 다른 논리일 뿐이다.
전국적 차원에서…주도적으로…적극 협력한 친일행위?
1949년 1월21일 <경향신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반민 피의자의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도 친일 행위에 대한 물증 문제로 상당수가 석방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 반민특위에 검거된 친일파 김아무개씨는 만주국 총영사로 임명된 것도 자신은 거부했으나 조선총독부가 강제로 한 것이며, 중추원 참의가 된 것도 자신은 모르는 사이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친일반민족 행위 사실을 부정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행자위에서 통과된 '친일규명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친일규명위원회'는 위와 같이 50여 년 전에도 밝히기 쉽지 않았던 '구체적이고 명확한 친일행위 그 자체'를 밝혀내야 하는 참으로 곤궁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개정안'의 곳곳에 "전국적, 주도적, 적극 협력한 친일행위"란 단서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해방 60년이다. 하지만 우리는 친일파 문제에 있어서는 아직 한 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친일규명법 개정안', 이대로는 안 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