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 아이들의 마음에서 대안사회를 꿈꾼다.

등록 2004.12.22 13:01수정 2004.12.2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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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A 2003의 결과에 들뜬 교육계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는 경제개발협력기구인 OECD에서 회원국의 만 15세 학생들(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 소양 수준을 파악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3년 주기의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이다.

2003년에 본 검사를 시행한 PISA 2003에는 문제 해결력 영역이 포함되어 문제 해결력, 읽기, 수학, 과학 등 총 4영역의 소양을 측정하였다. PISA 2003에서 주로 고등학교 1학년인 우리나라의 만 15세 학생들은 문제 해결력에서 1위, 읽기에서 2위, 수학에서 3위, 과학에서 4위라는 성적을 나타내어 PISA 2000과 PISA PLUS에서 보여준 높은 성취도를 다시 한 번 입증하였다.

그러나 전 세계는 한국의 PISA의 결과보다 년 말에 보도된 한국의 청소년들에 대한 두 가지 사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 하나는 휴대폰을 이용한 대규모 입시부정사건에 연루된 청소년들과 또 하나는 한 지역의 남자 청소년들이 집단적으로 몇몇 여고생들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집단 성폭력사건이다.

학업성취도가 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들떠버린 한국의 교육상황 속에서 벌어진 이 두 가지 사건은 한국사회에 던진 교육의 화두가 되어야만 한다. 누가 성장하는 이 세대들을 이런 지경으로까지 만들었을까? 입시부정을 저지른 아이들과 성폭행에 가담한 아이들의 부정직하고 부도덕하며, 파렴치한 행태만을 나무라기에는 과연 어른들의 잘못은 없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가 이미 지났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의 화두(話頭) -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공동체 사회

교육의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시도는 한국적 교육상황이 던지는 교육적 화두에 스스로 묻고 깨닫고 실천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여러 다양한 시도 중에서 아이들 스스로가 최고의 주도권을 발휘하고 자발성에 따라 조화로운 공동생활을 모색하고 실천해보려는 시도에 필자의 관심이 있다.


사실 대안사회로서의 ‘아이들 공동체’에 대한 시도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세기 초에 있었던 영미지역의 호머 래인(Homer Lane)과 윌리엄R. 조지(William R. George)의 이념에 따른 작은 공화국, 독일의 경우 비커스도르프(Wickersdorf)와 오덴발트학교(Odenwaldschule)를 들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로쉬 드몰랭 학교(Ecole des Roches Demolins)가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1차 세계대전 직전, 사키(Sackij)에 의해 시도된 아이들의 자기관리에 따라 운영되었던 여름 거주지가 있었다. 한편, 폴란드에서는 코르착의 아이들의 집, 즉 자발적이고 공동체적인 기숙학교에서 아이들 뿐 아니라 교사들도 ‘시민'의 한 일원이 되어 아이들처럼 권리를 행사하고 또 지워진 의무를 수행하는 아이들의 공동체가 설립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알렉산더 니일(Alexander Niell)이 발전시킨 서머힐 스쿨의 기숙학교 공동생활과 아이들의 공화국 스페인의 벤포스타(Bempoata)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공동체사회는 근자에 들어 학교개혁운동과 관련지어 서구의 여러 학교 개혁운동들에서 다시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주제이다.

한국의 아이들 공화국 - 아힘나(아이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나라)의 준비과정

아이들의 자치공화국이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자발성에 기초한 조화로운 공동체를 꿈꾸며 아이들 스스로의 자치, 노동을 통한 자율경제, 자유과 창조성을 중시하는 문화적 표현, 민족과 이념을 초월한 조화로운 삶을 통해 인간의 궁극적 가치인 평화와 상생의 실현을 향한 『아이들의 교육상생체- 아힘나』가 2005년 3월 「아힘나 평화학교」의 개교를 앞두고 마지막 교육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2004년 여름 4대 아힘나 시장으로 선출된 최광혁 군(18세)
2004년 여름 4대 아힘나 시장으로 선출된 최광혁 군(18세)김종수
그 해 여름캠프에는 자율적 경제제도를 도입하여 ‘힘나’와 ‘만나’라는 화폐로 공동체 내에서 통용하며 제2회 아힘나 캠프를 실시하였다. 2003년 여름에는 남북한 체제부적응 아이들과의 자연스런 만남을 통해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평화로운 세상의 실현과정을 만들어 보았다.

2004년 1월에는 일제강점의 시대 일본으로 징용되어 끌려갔던 조선인들의 3~4세가 된 재일코리안과 외국인의 자녀들(산업연수생의 자녀들)과 더불어 아시아의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아젠더 개발을 시도하였으며, 이를 평화감수성의 예술적 표현으로 이끌어갔으며, 2004년 8월에는 아힘나 공동체 생활의 자치적 규율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그리고 2005년 1월에는 3월의 평화학교개교를 앞두고 자율적 학습문화공동체에서의 자발성을 함양시켜가는 과정을 시도해 볼 것이다.

2005년의 아힘나 학습문화공동체 체험과정은 오전에 생태교육과 평화교육, 그리고 문학교육의 전 6개의 강좌가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여 수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아힘나의 일원이 되는 의무교육과정에 참여하였으므로 학습노동의 대가인 임금(賃金)으로 ‘만나’를 받아 기본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오후에는 장승을 만들고, 판화로 달력을 마들며, 한국의 오카리나인 흙 피리를 만들어 모닥불에 불에 굽고, 아힘나에서의 일상을 카메라로 담아 작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보며,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책을 만들고, 버릴 음식을 잘 말려 고급 강정을 만들어 보고, 과일로 화장수를 만드는 다양한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이 오후 과정에 참여하려면 아힘나를 움직이는 공무원에 소속되어 ‘힘나’라는 임금을 지급받아야 하며, 공무원에 임용되지 못한 이들은 새로운 창업을 위해 노력하거나 공공근로에 참여하여 ‘힘나’를 벌어 다양한 문화체험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아힘나에서는 노동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어른들에 의존하는 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밤에는 가족(모듬)들과 더불어 오붓하게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거나, 밖에 나가 고구마를 구워 먹거나, 카페(인터넷카페, 차카페, 책카페)에 들러 여가를 즐길 수 있다.

아힘나는 모든 것이 자유롭지만 타인의 권리도 보장해 주어야하는 만큼 권리와 의무에 대한 균형 잡힌 생활이 보이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자연스레 몸에 익혀질 수 있도록 하려는 교육적 시도인 셈이다.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아힘나의 공간을 제공한 안성 두원공과대학

아힘나의 계획서를 보고 두원공과대학이 적극 지원하기로 하였다고 설명하는 지승돈 총무처장
아힘나의 계획서를 보고 두원공과대학이 적극 지원하기로 하였다고 설명하는 지승돈 총무처장김종수
아힘나의 의도를 알고 나서 아이들의 적극적 지지자가 된 두원공과대학은 이 대학의 가장 최신 시설인 철산학술정보관을 기꺼이 내어 주었다. 세계적인 학술회의가 열리는 컨벤션홀을 비롯하여, 도서관의 개방, 그리고 100여명이 관람할 수 있는 전용 영화관, 그리고 첨단공법으로 설계된 천마체육관과 200명 규모의 기숙사인 두원학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학이 안성이라는 지역사회와 자라나는 성장세대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참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2005년 아힘나 캠프는 이러한 두원공과대학의 지원에 힘입어 아이들의 작은 공화국의 다양한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2005년 3월에 개교하는 아힘나 평화학교의 자치, 자율경제, 창조적 문화표현, 책임과 의무의 균형 잡힌 시민의식을 몸에 익힐 수 있는 마지막 과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
- 아이들은 내일의 주인공인 동시에 바로 오늘을 누리며 살아가야할 권리가 있다


코르착은 ‘교육이 미래사회의 시민이 되게 하려는 것’이라는 통념을 거부한다. ‘아이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는 이 내일이라는 것 때문에 사람들은 아이들을 수년 동안이나 속이고 있는 것이다.’ 고 말한다. 코르착의 오늘 하루에 대한 아이들의 권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무력으로 세계를 재패하려는 제국주의 망령에 빠진 어른들에 의해 마을을 잃고 가정을 잃어버린 어린 아이들을 보듬어 안고 폴란드에 진주한 독일군에 의하여 트레블랑카(Treblinka)의 집단 수용소에서 자신이 돌보며 아이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의료 및 교육실천과 문학작품을 통해서 평생 동안 어린이를 돌보고 사랑하고 이해하는 이례적인 삶을 살았던 코르착에게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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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관장 천안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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