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백수 아닙니다, 독신도 아닙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 연재부문 수상자] '방하착' 임윤수씨

등록 2004.12.29 15:09수정 2005.07.1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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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 2004 올해의 뉴스게릴라상’과 ‘2005 2월22일상’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은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기자활동을 보여준 시민기자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며, 2월22일상은 좋은 기사를 꾸준히 송고한 기자들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2004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는 뉴스 부문 윤근혁, 사는이야기 부문 김혜원, 연재부문 임윤수 등 3명이며, 2월22일상 수상자는 김명곤 김한영 김대홍 한나영 전진한 심재철 이종찬 송민성 마동욱 김대오 최종규 등 11명입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각 50만원씩을, ‘2월22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각 30만원씩을 드립니다. 시상식은 2005년 창간 5주년 기념행사에서 합니다. 수상자 14분께 축하의 인사를 드리며, 1년 동안 오마이뉴스에 좋은 뉴스를 송고해준 3만6천 뉴스게릴라 여러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수도승이 되고 싶었지만 끝내 산문에 입문하지 못해 속계에 발을 딛고 살면서 '호시탐탐' 산문을 기웃거리는 주변인'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투명한 감성으로 끊임없이 연서를 쓰는 로맨티스트'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온 나라를 뒤지고 다니는 여행가'
'삼천리 금수강산의 아름다운 산사와 장엄한 다비식을 카메라에 담는 사진가'

'한 겨울, 대관령 700고지에서 열린 '알몸마라톤'대회에서 그야말로 화끈하게(?) '알몸'을 드러냈던 기인'
'42.195㎞의 마라톤을 8번 완주하고 달리기에서만 30개의 메달을 받은 '레인맨'


오마이뉴스의 충성 독자라면, 아니 조금이라도 여행면에 관심을 갖는 독자라면 누구인지 금세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화제의 연재기사 '뚜벅뚜벅 산사기행'을 쓴 임윤수 기자. 그는 이 기사들을 모아 <걸망에 담아온 산사 이야기>를 출간하여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에 올랐고, '올해의 뉴스게릴라 연재부문‘에 뽑히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로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그래서 인터뷰를 좀 하려고 하는데요."
"아, 예. 그게 그냥…."

아주 어눌하게 말하는 임 기자의 첫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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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수 기자 ⓒ 한나영

"제가 인터뷰를 잘 안 하는데요. 지난 번 책이 나왔을 때에도 여러 곳에서 인터뷰를 하자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얼굴이 알려진다는 건 아무래도 불편하기 때문이죠. 자유롭게 살고 싶거든요. 하지만 오마이는 한 식구니까…."

한솥밥(?)을 먹는 '식구'로서 나는 당당하게 그를 인터뷰하러 갔다. 그동안의 밋밋한 겨울 날씨 대신 매서운 동장군이 위력을 떨치던 날이었다.

마침 라디오에선 쇼팽의 '즉흥환상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격정적인 피아니스트의 강렬한 터치를 들으며 내가 만나게 될 임 기자 역시 그 속에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끝없는 자유를 갈구하는 사람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가 근무하는 대학 주차장에 차를 세웠을 때 임 기자로 추정되는 한 '보헤미안'이 현관 앞에 서 있었다. 기사 사진에서 봤던 선한 인상 그대로였다.

연구실에서 그와 한 시간 여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글에서 만난 임 기자에 대해 상당한 오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긴 나뿐 아니라 다른 독자들도 그런 오해를 하고 있다고 하니 일단 이 인터뷰는 그런 오해를 풀어주는 것이 되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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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차 (구절초)와 함께 나온 말린 사과, 주인처럼 담백하다 ⓒ 한나영

임윤수 기자는 독신이다?

그는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산사를 찾아다닌다. 그렇게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그를 두고 사람들은 이런 상상을 한다.

'여우같은 마누라, 토끼 같은 자식을 둔 남자라면 어디 감히 그렇게 빨빨거리고(?) 돌아다닐 수 있겠나?'

하지만 임 기자는 이런 상상을 배반한다.

"초등학교 1년 후배인 아내와 10년 동안 연애해서 결혼했어요. 글쎄, 제가 자유롭게 떠나는 것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모양인데요. 제 마누라는 두 가지 이유에서 저를 놔줍니다. 하나는 '포기'이죠. 붙잡아 둔다고 제가 가만히 있을 인간이 아니니까요. 다른 하나는 제 글을 읽은 아내가 '저 인간이 집을 떠나 이런 걸 보고 왔구나'라고 느끼면서, 말하자면 저를 '인정'해 주는 거죠."

국어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생 큰딸과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고등학생 둘째딸이 그의 또 다른 후원자이다.

임윤수 기자는 돈이 많다?

"늘 어딘가를 돌아다니니 제가 돈이 많은 줄 아는 데 그렇지 않습니다. 저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늘 모자라고 뭔가 필요한 생활인입니다."

하긴 돈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던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임 기자처럼 마음이 부자인 사람들이 '회상할 추억거리가 바로 인생의 보물'인 것을 깨닫고 떠나는 것이리라.

임윤수 기자는 시간이 많은 백수다?

그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하루 24시간을 산다. 하지만 그는 식구들이 지겨워 할 정도로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형 인간'이다. 어쩌면 시골에서 자란 탓에 천부적인 건강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4시 50분에 일어나 6시에 밥을 먹고, 7시면 학교에 도착합니다. 이른 시간이 집중력도 높기 때문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백수라고?"
"오, 노!"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다. 더구나 사람들의 네 번째 오해이기도 한 '임윤수 기자는 국문학과 출신이거나 혹은 국어 관련 학과를 졸업했을 것'이라는 추측 역시 완전히 틀렸다.

그는 '상변태(Phase Transformation)'를 전공한 공학박사로 신소재공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속된 말로 '공돌이'인 그가 딱딱한 공학 이론을 '글쟁이' 선생답게 사랑과 인생에 비유하여 재미있게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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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스님에게 받은 '방하착 (放下着)' ⓒ 한나영

마음이 울적할 때에도 그렇지만 주체하기 어렵게 기쁠 때에도 산사를 찾는다는 임윤수 기자, 그는 이 다음에 늙어서 돌이켜 볼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오늘도 미련 없이 떠난다.

'본래 공(空)한 이치를 알지 못하고 온갖 것들에 걸려 집착하는 것을 놓아야 한다'는 '방하착(放下着)'의 교훈을 붙잡고 살려는 자유인, 그가 바로 임윤수 기자다.

'뚜벅뚜벅 산사기행’이 막을 내린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임 기자가 다음에는 어떤 연재물로 독자들에게 다가설지 궁금하다.

- 임윤수의 <뚜벅뚜벅 산사기행> 다시보기

'2005 2월22일상 수상자' 11명은 누구?

① 김명곤 - 12시간이 넘는 시차를 극복하고 미 대선을 생생하게 전한 미국 플로리다의 뉴스게릴라. 생생하고 치밀한 선거 보도의 전형을 보여줌. 미 대선 특별취재팀 활동. 해외통신원 2기 활동. 2004년 3월의 뉴스게릴라상 수상.

- 부시 재선 성공... 케리 패배 승복
- "세계인들이여,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 불볕더위 식혀준 '불온한' 영화

② 김한영 -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위세 등등한 지자체도 시민기자 앞에서 성역이란 없다. 수원·경기 지역의 현안을 밀착취재해 생생하게 보도. 2004년 5월의 뉴스게릴라상 수상.

- "수도이전, 경기도 총생산 8조 증가" 연구보고서 수 개월간 비공개 논란
- 초일류기업 삼성, 노동자 탄압도 초일류?
- 한나라당 철옹성 수원, 빗장 풀릴까

③ 김대홍 - 로보트 태권 브이와 스머프를 우리 기억 속에서 불러낸, 추억으로의 안내자. 딱딱한 오마이뉴스에서 만화와 축제, 여행 기사로 삶의 흥겨움과 즐거움을 불어 넣음. 2004년 3월의 뉴스게릴라상 수상.

- '개구쟁이 스머프'는 공산주의 찬양물?
- 소년군인과 비만소년, 불공평한 세상 보다
- 매일 2시간 설레는 여행을 합니다

④ 한나영 - 날카롭지만 지나치게 예민하지 않으며 머리로만 하는 비판에 그치지 않고 생활 속에서 하나씩 바꿔 나가는, 삶의 지혜가 느껴지는 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세상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글로 우리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준다.

- 이용수 해설위원은 축구선수 출신 아니다?
- 급훈 속에 살아 있었던 나의 우상, 전혜린
- 생리대에도 '웰빙' 바람이 불게 하자

⑤ 전진한 - 그에게 비밀은 없다. 시민단체 간사, 무뚝뚝한 남편, 엉망진창 초보 아빠의 모습을 독자들 앞에서 솔직하게 보여주면서 삶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민기자. 2004년 4월의 뉴스게릴라상 수상.

- 노상방뇨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
- 보험료 얼마나 내고 계시나요?
- "고추에다 주사를 팍 꼬자뿐다 아이가!"

⑥ 심재철 - 더 이상의 스포츠 기사는 없다. 나열식 경기 중계가 아닌 경기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 내는 스포츠 기사의 생산자. 중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기필코 기사를 송고한다. 기사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축구의 달인인 열혈 스포츠 전문 기자.

- 독일전 승리를 이끈 주역들
- 신영록 오버헤드킥, 청소년축구 천신만고 끝 4강
- 한국 축구, 지옥에서 8강으로 탈출하다

⑦ 이종찬- 경남지역의 문화지킴이. 책이면 책, 문화행사면 문화행사, 여행이면 여행…. 그의 글에는 지역에 대한 그의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간간이 자작시도 선보이는 생활 문인.

- 사랑벼락 한번 되게 맞고 싶습니다"
-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어때요?
- "그 처녀 어때?"

⑧ 송민성 - 마이너리티는 '송'에게 맡겨라. 여성과 문화 등 오마이뉴스에서 척박한 분야만을 개척해 온 맹렬 여성. 오마이뉴스에 좀더 다른 시각을 담고 싶어하는 시민기자.

-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애를 낳으라고?
- 달콤쌉싸름한 사랑을 발랄하고 유쾌하게
- "필리핀 남자와 살려면 인내심이 강해야 한다"

⑨ 마동욱- '장흥 읍내는 내 손안에 있소이다'. 장흥 바닥을 내 집처럼 훑고 다니는 이른바 장흥의 마당발로 서울 집중 시대에 지역 기자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함. 2004년 7월의 뉴스게릴라상 수상.

- 고향 살면 조상산소 벌초도 물려받는다
- 뒷마당 호박 앞마당 석류 다 들고 왔네
-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확 걷어차랑께!"

⑩ 김대오 - 중국이 넓다하되 하늘아래 땅덩이일 뿐. 해외 통신원으로 활동하면서 심도 깊은 중국 소식을 전한 중국통. 특히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중국을 분석한 기사로 호평을 받음. 해외통신원 1·2기 활동.

- 왜 베이징은 우기에 올림픽을 치르게 됐나
- '집 청소 끝내고' 미국에 목소리 높이는 중국
- 버리기엔 아깝고 보기엔 유치한 계륵?

⑪ 최종규 - 그에게는 정감 어린 헌책 냄새가 난다. 헌책방 순례자로, 헌책 마니아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뉴스게릴라. 헌책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의 불허하는 해박함을 자랑. 2004년 1월의 뉴스게릴라상 수상.

-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의 전우익 선생 별세
- "놀림받지 말라 국민들이여!"
- 우리집은 '자전거'가 두 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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