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A 지구 해질녁서재후
해가 천수만 위로 떨어질 때쯤 나는 차 머리를 서울로 돌려야만 했다. 망할 놈의 오리새끼들 날지도 못하는 것들이구만! 여까지 어케 왔어? 걸어 왔나? 혼자말로 꿍얼거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깨닫지 못했던 거다.
무사히 귀가는 했지만, 날지 못하는 오리를 생각하며 분한 마음에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결심하며 잠을 청했다.
그분들 너무 심하잖소?
드디어 결전의 그날 12시쯤 서울에서 출발하여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렸다. 평일이라 막히지 않았다. 물론 전날 또 인터넷을 헤맸다. 목적지를 바꾼 것이다. -지난번 천수만은 물이 좋지 않은 탓인지, 오리들이 날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얄팍한 생각에(쯔쯔쯔)-
그래서 이번 목적지는 서천, 금강 하구둑이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쭉 내려오다 서천 IC에서 빠져 나와 4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금강 하구둑 이정표가 보인다. 도착하니 3시 30분 정도 되었다.
지난번 쓰라린 실패로 오늘은 꼭 보고 말리라는 각오로 금강 하구둑 휴게소에서 정차하여 오리 정찰에 나섰다.
한쪽 둑길을 걸으며 그분들을 찾았다. 그분들이 내 눈에 보이자마자 순간 기뻤다. 하지만 바로 슬퍼해야 했다. 오리 한 분, 오리 두 분, 오리 세 분… 딸랑 세 분, 끝이다.
게다가 그분들 머리를 날개 밑으로 처박고 주무시는 게다. 어젯밤에 뭐 했길래! 오 마이 갓! 돌멩이를 집어서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진 않았다.
참고, 참고, 또 참고… 둑길의 중간쯤 지났을 때였다. 나에게도 한줄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