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아이들이 만든 신문 구경하세요

등록 2004.12.28 17:26수정 2004.12.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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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화요일, 공부방 아이들이 신문 수업을 하는 날입니다. 우리 공부방 아이들은 16명이나 되어서 한 번에 수업을 하기가 힘듭니다. 다음 주부터 학년별로 수업을 하게 돼서 이번 주는 천상 저 혼자 수업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글쓰기 지도부터 꼼꼼하게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으니 내심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조별로 주제를 던져주면 하얀 전지에 저마다의 기발한 생각으로 '가상 신문'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a 제비 뽑기의 순간

제비 뽑기의 순간 ⓒ 이선미

세 개의 조로 나눠 조장을 뽑고 각기 다른 주제가 적힌 종이를 조장이 나와서 뽑게 했습니다. 주제는 '꾸러기 공부방을 소개하고 최근소식 담기', '꾸러기 공부방 아이들이 즐겨찾는 오락, 게임 베스트 5를 선정하고 게임 설명 기사쓰기', '꾸러기 공부방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소식을 알아보고 '그것이 알고 싶다' 기사쓰기' 입니다.

아이들은 주제가 담긴 종이를 보면서 "저거 뽑아, 저거!" 하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이렇게 주제를 정한 뒤, 신문의 제호를 잡는 편집회의에 들어갔습니다. '꾸러기세상, 게임박스, 드림' 이렇게 세 개의 제호를 잡고 내용을 채워나갔습니다. 그러나 다들 하얀 백지에 무엇을 담아야할지 난감한가 봅니다.

게임박스 조는 조내에서 2:2로 팽팽한 접전을 보이는 게임이 있어 다른 친구들에게 가서 어떤 것이 더 재미있냐며 물어보고 다닙니다.

a 백지에다 무엇을 쓸까

백지에다 무엇을 쓸까 ⓒ 이선미

꾸러기세상 조는 내용보다 신문을 아기자기 꾸미는 것에 더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드림 조는 조장인 진규가 예전에 엄마 아빠와 미국에 갔을 때 익힌 유창한 영어로 조 이름도 드림으로 정하더니, 알파벳 'Dream' 글자를 색칠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신문을 만드는데 무려 1시간 반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발표시간을 가졌습니다.


a 신문을 아기자기하게 꾸민 꾸러기세상 조

신문을 아기자기하게 꾸민 꾸러기세상 조 ⓒ 이선미

먼저 진규가 조장인 드림 조는 신문 1면에 자기 조 아이들이 다 잘나온 사진을 붙이고 사진설명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2면에는 진규와 동훈이의 시가 적혀있습니다. 진규가 시 '우리 선생님'은 이렇습니다.

"이거해라, 저거해라, 잔소리를 하시는 선생님, 그러나 언제나 우리를 감싸주시는 선생님…."

시를 쓰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이런 시를 써서 쑥쓰럽게 읽는 진규를 보니 사뭇 놀랍고 기특합니다.

a 가장 치밀하게 준비하는 드림 조

가장 치밀하게 준비하는 드림 조 ⓒ 이선미

태영이가 조장인 게임박스 조는 아주 단촐하게 게임 1위부터 5위까지를 쓰고 게임설명을 했습니다. 조장인 태영이가 1학년 동생들은 믿을 수 없다며 혼자 신문을 만들더니 결국 혼자서만 힘들게 신문을 만든 꼴이 되었습니다. 태영이네 조 신문에는 게임 종목 4위에 공기놀이도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공기놀이에 대한 설명이 가관입니다. 공기놀이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놀이'라고 간단명료하게 쓰여져 있습니다.

아라가 조장인 여자팀, 꾸러기세상 조는 아주 아기자기하고 가장 정성이 많이 들어간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최근 꾸러기 공부방 개소식 사진과 개소식 때 아기를 잘 돌봐준 기성이를 찍은 사진을 놓고 '김기성 장가 가다'라고 아주 유머러스하게 멘트도 집어 넣었습니다.

다들 친구들이 이야기할 때 별 얘기가 아니어도 신기한 듯 경청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친구들이 발표하는 목소리가 작아 떠들줄 알았는데 더 조용하게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해맑고 밝은 아이들, 하루에도 두세 번씩 싸움이 일어나지만 다시 친해져서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아이들, 아이들의 신문 만들기는 다음 주부터 더 본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a 드림 조 발표

드림 조 발표 ⓒ 이선미


a 게임박스 조의 발표 장면

게임박스 조의 발표 장면 ⓒ 이선미


a 꾸러기세상 조

꾸러기세상 조 ⓒ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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