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대안 어디로 가나?

정부-한나라당-민주노동당 각각 대안 발표

등록 2004.12.29 15:28수정 2004.12.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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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군 남면에 위치한 행정수도 이전예정지.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가 원수산이다. ⓒ 윤형권

신행정수도 건설 무산에 따른 대안은 무엇일까? 정부와 야당이 최근 잇달아 행정수도 건설 무산과 관련한 대안론을 발표했다. 그러나 각 당의 입장이 크게 달라 격론이 예상된다.

우선 정부는 지난 27일 국회 신행정수도특위 보고를 통해 행정특별시와 행정중심도시 교육과학연구도시 등 3개안을 후속대안으로 제시했다.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행정특별시' 안은 18부4처3청이 신행정수도 예정지였던 충남 연기-공주로 옮겨가는 것으로 이전 대상 공무원은 1만6500여명 정도로 예측되고 있다. 또 '행정중심도시' 안의 경우 15부4처3청에 1만4000여명이다.

'교육과학연구도시'는 7개부처에 3000명 정도로 예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전 효과 등을 감안해 행정특별시와 행정중심도시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행정특별시-행정중심도시-교육과학연구도시
한나라, '다기능복합도시안. 제시
민주노동당, 제 3청사 활용한 '둔산 행정특별시안'


반면 한나라당은 '다기능복합도시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 수도이전대책위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기능과 기업도시 기능, 행정 기능이 어우러진 연기-공주 다기능 복합도시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인구 규모는 30-40만이다. 중앙부처 이전 규모의 경우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등을 선별 이전하는 것으로 하고 있어 정부가 제시한 행정특별시안과 행정중심도시안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1월 초 최종 당론을 정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수도이전대책위 안을 당론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민주노동당은 둔산 제3청사 활용론으로 대표되는 '대전 둔산 행정특별시'안을 제시했다. 13부2처3청, 1만1000명의 이전 효과가 예상되는 것으로 예측됐으나 연기-공주를 아예 배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에도 최종 중앙위 의결을 남겨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같은 안이 확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나라당 후속대안 보는 충청권의 눈
지방분권국민운동충청권협의회-심대평 충남도지사

▲ 심대평 충남지사 기자회견 전경
한나라당이 28일 신행정수도 후속대안으로 발표한 '다기능복합도시안'을 보는 시각은 혹독했다. 한나라당 안은 국회특위에서 유력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대안 내용에 이목이 쏠려 왔다.

지방분권국민운동충청권협의회는 29일 오후 "심각한 반지방 반균형발전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이 중앙부처 이전을 헌재결정 훼손 및 행정 비효율로 반대하고,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단체는 이어 "한나라당이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목표년도를 순연시키고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좌절시키려하고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심대평 충남도지사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 안으로는 수도권의 규제완화 추진도 어려울 것"이라며 "자칫 충청권 3개 시도 등 지역간의 새로운 분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지사는 "(한나라당 안은)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왔던 정책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며 "서울과 충청권의 민심달래기용 대안은 결단코 공감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충청권협의회는 "수도권 과밀해소와 균형발전을 선도할 구심력을 갖춘 대안만들기를" 심 충남지사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책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행정수도 원안추진"을 각각 한나라당에게 주문했다.

각 안에 대한 충청권 주민들의 입장도 확연히 구분된다.

우선 정부안에 대해서는 '지속추진'을 대안 속에 포함시키지 않은 데 따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헌법개정을 해서라도 원안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다만 제출된 대안 중 행정특별시안에 가장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시민단체는 특히 정부가 밝힌 교육과학도시안에 대해서는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할 수 없다"며 '끼워넣기식 대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심 충남지사, "한나라당 안은 정부 추진안 짜깁기 불과" 혹평

한나라당 안에 대해서는 불만을 넘어서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홍문표(홍성 예산) 의원조차 반발할 정도다. 지방분권국민운동 충청권협의회는 29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안은 신도시 하나를 연기공주에 건설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가의 중추적 관리기능의 지방이전을 반대하고 수도권 규제와 공공기관이장이전을 포기하는 것으로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심대평 충남도지사도 29일 오전 도청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왔던 정책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심 충남지사는 "한나라당이 이런 발상으로 행정수도 문제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는 데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의 둔산 3청사 활용론에 대해서도 후한 평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방분권국민운동 충청권협의회는 "민주적 중앙집권 강화와 낙후지역에 대한 국가지원을 통해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지역난개발 조장과 연기-공주지역에 대한 실효성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기-공주지역에 국가의 중추적 관리기능이 옮겨져야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권고가 곁들여졌다.

정치권 합의 가능성 있나

문제는 정부와 야당의 이같은 인식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느냐 여부다.

특히 한나라당이 국회 특위에서 '다기능복합도시'안을 대안으로 밀고 나올 경우 정치권 합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충청권에서 정치권 불신과 원안 재추진을 요구하며 또다시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 충남지사의 "한나라당안이 자칫 충청권 3개 시도 등 지역간의 새로운 분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이같은 인식에 기초한다.

정치권이 국민적 합의도출에 나서기 보다 당리당략을 내세운 정치적 쟁점화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지방분권국민운동 충청권협의회도는 "정치권이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최선의 대안을 만들기 위한 대화와 타협을 위해 노력해 조속히 후속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단체는 "후속대안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어야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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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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