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인 자존심 문제로 끌고 갈 일 아니다"

신행정수도 이전 논쟁 그 후... 충남 서북부 지역 주민 여론을 듣다

등록 2004.12.31 13:54수정 2005.01.01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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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를 충청도민의 자존심 문제로 끌고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풀어갈 것이 아닙니다. 일부에서 대두되는 소위 핫바지론은 지역내에서만 통용될수 있는 문제이지, 타지역에서는 오히려 거부 반응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신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된 이후, 헌재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이를 무산시킨 정치권을 질책하면서 신행정수도 유치 활동을 벌이고 당위성을 주장해 오고 있는 조규선 서산시장.

31일 조 시장은 "솔직히 현재 당초 신행정수도로 예정됐던 연기와 공주 그리고 인근지역인 논산 정도가 무산에 대한 반발이 크지 이들 지역으로 부터 거리가 먼 지역은 사정이 다릅니다"라며 "지금까지 행정기관이 주도적으로 해 온 것에서 벗어나 시민사회 단체 등이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과 함께 방향을 제시했다.

실제로 기자가 충남 서북부 지역인 서산시와 당진, 홍성, 예산, 태안군 등 충남 서북부지역을 돌아보며 지역 주민들의 여론(신행정수도에대해)을 들어 본 결과, 조 시장의 진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4일 군의회가 군지역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채택, 건교부와 재정경제부 등 정부 요로에 보낸 태안군지역은 주민들 대부분이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토지가 투기지역으로 묶이는 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태안군 동문리를 찾아 주민들에게 '신행정수도에 대해 묻자' 그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그게 들어오면 태안지역에 무슨 보탬이 됩니까"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도 대부분 "우리에게 무슨 혜택이 오느냐"는 반응이었다.

예산군 고덕면에서 과수농사를 짓고 있는 조덕범씨(45)는 "신행정 수도가 한참 무르익고 있을 때, 지역 소개업자와 결탁한 서울 등 수도권지역의 투기업자들만 설치고 다녀 지역 분위기를 흐려놓았다. 실질적으로 지역이 획기적인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충남 서북부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서부상공회의소의 최길학 의장은 "서산 등의 대형 마트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떨어지고 홍성지역의 경우 10개 점포 중 2개가 문을 닫고 3, 4개 소가 업종을 바꾸는 등 지역경제가 갈수록 혼미해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지역민들에 대해 '신행정수도 문제'에 동참하라고 관에서 주문한다고 해서 그들이 '당연히 해야지요' 하면서 흔쾌히 동의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라며 "충남도가 도민 전체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각 지역별로 신행정수도가 이전해 올 경우 이러저러한 이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등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당진 신평 농공단지에 입주한 모 업체의 박아무개씨(54)는 "우리는 솔직히 현재 서울을 가려면 1시간 정도면 족하고 수도권 지역의 업체들과 연결돼 있어 신행정수도 이전을 크게 바라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의 공무원들조차 일부는 "물 건너 간 일을 이제 되돌리기도 어려울 뿐더러 다시 온다고 해도 별다른 게 있을 수 있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충남도 공무원들은 27일부터 '신행정수도를 살리자'라고 쓰여진 표찰을 달고 다니고 거리 곳곳에 수백 개씩의 현수막을 내걸고 있으나, 이런 일도 상급기관인 충남도의 지시 사항이니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을 뿐이다는 의식이 적지 않다.

충남도가 신행정수도 사수 100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성과가 미미하고 게다가 서명한 경우에도 일반 주민들이 아닌 대부분이 공무원에 그치고 있어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당위성 전파 여부를 떠나 이들 지역에 대한 분위기를 반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조 시장은 "이런 문제가 사전에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며 "대외적인 선전전 이전에 충청인들을 하나로 묶고 이런 것들이 다른 지역으로 부터 반감을 사지않고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가 미래를 위해 연기, 공주지역이 적지라고 보고 지속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지 충청도라는 지역개념을 가지고 행정수도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조 시장은 "신행정수도는 서울이 죽고 지방이 살자는 논리가 아니라 함께 공생하자는 것이다"라며 "민중이 이미 신행정수도 쪽으로 방향을 잡은 만큼 역사의 순리에 따라 마침내 민중이 승리하리라고 본다"고 역설했다.

한편 서산시는 시민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시 자체적으로 홍보용 리본과 스티커를 제작해 유관기관에 배포하고 차량 깃발과 신행정수도 건설 지속 추진 책자를 만들어 일반시민에게 배포했다. 연말연시와 설날 전후를 기해 버스터미널과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에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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