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지똥꽃(10월 21일 촬영)김민수
외자 화두를 가지고 글을 써보라면 빠지지 않을 것 같은 소재 중 하나가 점잖은 말로는 '변'이요, 그냥 일반적인 말로 바꿔 말하면 '똥'이 아닐까 싶다. 다들 더럽다고 인상을 쓰지만 그것만큼 고마운 것이 어디 있으랴!
사실 우리네 인간은 '똥'관리를 잘해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인간들의 편리를 위해 수세식화장실이 보편화되어 있는 덕분에 우리는 깨끗한 척하고 살아가지만 본래 똥이 돌아가야 할 곳은 흙이고, 흙으로 돌아가 다시 우리가 먹는 먹을거리에 들어가고 다시 몸에 모셔지는 자연적인 순환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흙으로 가야 할 것이 물로 가버리니 먹을거리의 영양분을 대신하게 된 것은 화학비료요, 더러워진 물을 먹게 되니 정말 깨끗해졌고 건강해졌는지 자문해 보면 결코 "예"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황대권씨는 <야생초 편지>에서 방가지똥의 매력은 꽃이 아니라 날카로운 톱니가 불규칙하게 늘어선 이파리에서 본다고 했다. 보는 이마다 꽃의 매력이 다르겠지만 방가지똥은 정말 제 멋대로 자라는 가시 같은 이파리에 그 매력이 있는데 각 계절마다 다르게 피어남도 그 매력이다.
흔히들 여름 꽃 정도로 알고 있지만 제주에서는 천만의 말씀이다. 한 겨울에도 피어나는 꽃이 방가지똥이다. 그런데 이 못생긴 이름에 못생긴 꽃을 피우는 방가지똥이 여간 신통한 것이 아니다. 여름에는 해가 뜨면 이내 꽃을 닫아버린다. 어쩌면 이미 새벽부터 자기가 필요한 모든 것들을 다 취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겨울에는 종일 꽃을 열고 있다. 추운 겨울을 보내자니 더 많은 햇살을 머금어야 하겠지.
나는 여기서 방가지똥의 마음을 읽는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는 마음'이 그것이다. 충분히 더 가질 수 있지만 '오늘은 이것으로 족해요'하며 꽃잎을 닫는 방가지똥에게서 필요이상의 것을 가지고도 더 가지지 못해 아등바등하는 인간사를 부끄러워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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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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