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갈매기 형상의 저도연륙교

추억의 옛다리, '콰이강의 다리' 도 보존

등록 2004.12.30 11:43수정 2005.01.0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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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산을 상징하는 새, 괭이갈매기를 형상화한 새로운 저도연륙교를 찾아 갔다. 돼지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저도(猪島)와 경상남도 마산시 구산면 구복리를 잇는 또 하나의 정겨운 다리인 셈이다.

섬과 육지를 잇는 저도연륙교
섬과 육지를 잇는 저도연륙교김연옥
길이 182m, 폭 13m인 왕복2차로의 V각 닐센아치교로 지난 16일 착공한 지 약 2년5개월 만에 첫 선을 보인 아름다운 저도연륙교. 양쪽으로 나있는 보행로를 따라 다리 밑으로 흘러가는 겨울 낮 바다를 내려다보며 한가로이 걸어 보는 것도 괜찮을성싶다.


추운 겨울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저도연륙교
추운 겨울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저도연륙교김연옥
바로 옆에 이제는 추억의 옛다리로 침묵 속에 남겨져 있는 기존의 철제 연륙교를 따뜻한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는 느긋한 오후의 즐거움이 하나 더 있으니까.

일명 '콰이강의 다리'인  기존 저도연륙교. 현재 보행자 전용 다리로만 이용하고 있다.
일명 '콰이강의 다리'인 기존 저도연륙교. 현재 보행자 전용 다리로만 이용하고 있다.김연옥
누가 아름다운 것을 꽃이라 했던가./아름다움이란/ 건강한 힘./ 건강한 사랑, 아니/ 힘과 사랑으로 결집된/ 우리들의 노동,/ 난공사는 끝났다./ 마지막 교각을 세우자./ 너와 나의 가슴을 잇는/ 탄탄대로,/ 이제 더 이상 우리는/ 물 건너 살/ 필요가 없다. (오세영의 '다리' 일부)

시인 오세영도 다리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지 않았던가! 이제 물 건너 안타깝게 떨어져 살 필요가 없는, 그리움으로 시커멓게 타들어간 가슴을 뜨겁게 잇는 찬연히 빛나는 그 다리 말이다.

일명 '콰이강의 다리' 로 불리던 철제 연륙교(1987년 가설). 길이 170m, 폭3m로 다리 모양새가 태국 칸차나부리에 있는, 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년)' 의 배경이 되었던 그 유명한 다리를 연상하게 한다 해서 사랑을 받아왔다.

아름다운 사형수(이미연 분) 와 그녀를 변호하기 위해 모든 걸 바치는 변호사(박신양 분) 의 슬픈 사랑을 그린 노효정 감독의 영화 <인디언 섬머> 의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이제 낡아져서 안전문제로 인해 옛영광을 막 새로 탄생한 저도연륙교에 돌려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한 일은 보행자 전용 다리로 그대로 보존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소풍 나왔었다고 말한 시인 천상병의 '강물' 을 읊조리며 옛다리를 한 번 걸어 보는 것도 멋스러울 것 같다.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겨울밤의 저도연륙교
겨울밤의 저도연륙교김연옥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고 다리를 건너면 횟집들이 모여 있어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즐겨 찾을 만한 곳이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 추억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고 낭만이 그립다면 저도연륙교를 한 번 찾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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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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