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누구의 마음일까, 12월의 까치밥

겨울하늘과 주홍빛 감이 어우러진 풍경

등록 2004.12.30 14:45수정 2004.12.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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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콘크리트의 아파트 숲과 마치 그것을 가르려는 듯 놓여있는 흑색의 아스팔트 도로가 더욱 싸늘하게 느껴지던 오후였다. 청주의 한 아파트단지 앞에서 필자는 놀라운 나무 한 그루와 마주할 수 있었다.


하나, 둘, 셋…, 누구의 마음일까. 12월 영하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족히 50여개는 넘을 법한 감이 그대로 매달려있는 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있었다.

문득 나는 넉넉한 웃음을 띤 노인 한 분이 서서 까치밥을 먹는 새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떠올렸다.

내 상상 안의 시선이 새에게 미치기도 전에 나를 상상에서 깨운 건 이름 모를 새 한 마리였다.

‘빽~빽~’ 울음소리를 내며 감나무에 새 한 마리가 다가온다. 나뭇가지 한쪽에 조심스럽게 앉은 녀석은 맛있는 먹잇감을 고르려는 듯 감나무를 훑어보기 시작한다.

'드디어 찾았다.'


녀석은 매달려있는 감 하나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지난 가을, 저 감들을 거두지 않은 나무 주인의 마음만큼이나 새들의 행동에도 여유가 있다. 그들의 마음만큼이나 오랜만에 올려다 본 하늘은 여유롭기만 하다.


말갛게 개인 파란 하늘과 대조를 이루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 주홍빛 감. 내가 본 광경을 담을만한 언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감나무에 새 한 마리가 다가와 앉아있는 모습
감나무에 새 한 마리가 다가와 앉아있는 모습박성필

먹이를 쪼는 모습이 여유롭기만 하다.
먹이를 쪼는 모습이 여유롭기만 하다.박성필

파란 하늘과 잘 어우러진 주홍빛 감
파란 하늘과 잘 어우러진 주홍빛 감박성필

저 감하나가 남아있을 때까지도 새가 찾아오리라.
저 감하나가 남아있을 때까지도 새가 찾아오리라.박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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