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는 비탄의 땅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스리랑카에 거주하는 백영달씨의 호소문

등록 2004.12.30 16:32수정 2004.12.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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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10대 뉴스를 바꿔놓은 대참사가 멀지 않은 동남아 지역에서 발생한 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자적 입장에서 듣고, 흘릴 수 있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님은 너무나 잘 알 겁니다.

가족과 친척 그리고 이웃의 누군가가 바로 참사가 발생한 지역에서 다치거나 실종된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통하여 온라인상에서 가끔 소식을 듣던 지인으로부터 스리랑카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99월 11월부터 스리랑카에 콜롬비아에 정착해 5년째 해운업에 종사하며 현지 생활을 하고 있는 백영달(48세, 인터넷 카페 불교호스피스 닉네임 실론섬)씨는 인터넷카페 불교호스피스, 나무아미타불 등에 가끔 글을 올리고 계신 분입니다. 그런 인연으로 직접적인 대화는 없었지만 꼬리말 달기 등을 통하여 알고 있는 관계입니다.

참사가 발생하고 며칠간 연락이 되지 않아 궁금해 하던 차에 현지 상황을 알리는 글을 카페에 올려주었습니다. 현지 상황을 좀 더 생생하게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소식을 부탁하였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받았습니다.

30일 2시간 전인 2시 59분에 백씨는 전화통화에서 "현지 상황이 불안해 현지인들의 동행없이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아울러 이동인구를 포함해 400~500명 되는 교포들에겐 별다른 이상이 있단 소식을 듣지 못하였다는 반가운 소식도 함께 주셨습니다.

다음은 백씨가 보내온 호소문입니다. 백씨로부터 전달 받은 소식을 가감 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도와주십시오.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해저 지진으로 인한 해일로 부처님의 땅 스리랑카는 하루아침에 비탄의 땅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오늘 현재 사망자수가 비공식적으로 1만2천여 명으로 발표를 하고 있으나 공식 집계가 끝나면 2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재민은 백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하루 종일 스리랑카는 비탄과 울음과 슬픔으로 가득 찼습니다.
바다에는 시체가 정처 없이 떠다니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어버린 살아남은 자들의 울음소리가 온 섬에 가득 찼습니다.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유엔 및 각국에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길거리는 거의 철시를 하였고 음식점과 술집 등 일체의 유흥업소는 문을 닫았습니다. 전날까지 네온사인이 반짝이며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모든 호텔들과 상점들은 일제히 네온사인의 불빛을 꺼버렸습니다. 거리는 쥐 죽은 듯 조용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다 비통함과 슬픔에 잠겼습니다.

전날까지 집집마다 연말 파티와 이를 축하하는 불꽃놀이들은 오늘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모든 집들은 숨을 죽였습니다. 모든 회사는 정상근무를 포기하고 문을 닫고 있으며 가족과 형제들을 잃어버린 직원들은 울며불며 고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해안가 마을들이 침수되어 있으며 재난 지역으로 가는 길은 물에 차서 기차와 차량들이 갈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걷고 걸어서 고향으로 부모 형제들을 찾아서 정처 없이 길어 걸어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모형제를 잃어버리고 집과 땅을 잃어 버렸는지 아직은 누구도 모릅니다. 후진국이다 보니 재난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아 정확한 통계도 집계되지 않고 있습니다.

비통함과 울음과 슬픔만이 가득 찬 섬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글을 쓰는 지금 거리에는 차량도 사람도 없습니다. 저의 눈에도 눈물만이 흐릅니다. 섬 전체가 눈물바다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늘도 땅도 비탄과 슬픔에 잠겨 버렸습니다.

지금 이 시간 부모형제를 잃어버린 가엾은 중생들의 울음소리가 온 하늘에 메아리 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자연 재해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합니까?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중생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울고 슬퍼해야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사망자수는 늘어만 가고 가족 잃은 사람들의 울음소리만 높아 갑니다.

많은 수의 사망자가 미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어린 아이와 청소년 그리고 꽃다운 나이의 어린 소녀들입니다. 이제 두 번 다시 그들의 천진난만하고 해맑은 웃음을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부처님... 이 섬을 보호 하소서...
부처님... 이 가엾은 중생들의 비탄과 아픔을 품에 안고 보살펴 주소서
부처님... 부모 잃고 가족 잃고 헤매는 불쌍한 중생들을 안아 주소서.
부처님... 그들이 하루빨리 슬픔에 벗어나 희망을 갖게 하소서.
부처님... 바다에서 떠도는 중생들이 극락왕생케 하여 주소서.

고국 및 해외의 회원님들...
부디 부처님의 땅 스리랑카의 아픔을 함께 하여 주옵소서.

죽은 사람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여 주시옵고 살아 있는 사람들이 하루라도 빨리 비탄과 슬픔을 이기고 힘차고 용기 있게 참된 불자로써의 새로운 삶을 살수 있도록 희망을 주소서.

이 못난 중생이 눈물 흘리며 부처님과 회원님들에게 엎드려 삼배 드립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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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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